순천만갯벌 세계유산 됐는데..'세계 5대' 강화갯벌 왜 빠졌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놀라운 성과다. 갯벌 이전에 우리나라엔 세계유산이 모두 열네 개 있었다. 이 중에서 자연유산은 제주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딱 하나였다. 제주도야 세계가 알아주는 천하 절경이니 당연한 감도 있는데, 이 흔해 빠진 갯벌이라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 익숙하면, 그 가치를 잘 깨닫지 못하고 잊을 때가 있다(7월 30일 페이스북)”고 말한 것도 ‘흔하지만 소중한’ 갯벌의 가치를 강조한 축하 인사였다.
7월 26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모두 네 곳이다. 전남 신안, 전북 고창, 충남 서천, 전남 보성·순천. 이 중에서 전남 보성·순천 갯벌을 제외하면 모두 서해안 갯벌이다. 우리나라 해안엔 이들 네 개 지역 말고도 갯벌이 널렸다. 그런데 왜 이 네 개 갯벌만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세계유산위원회 선정 이유)”로서 가치를 인정받았을까. 왜 다른 지역의 갯벌은 세계유산이 못 됐을까.
갯벌 절반이 세계유산
이번에 세계유산에 오른 갯벌 면적은 1284.11㎢이다. 다시 말하지만, 놀라운 성과다. 우리나라 갯벌의 절반 이상(51.58%)이 세계유산이라는 뜻이자, 남한 영토의 1.2% 이상이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자연유산이란 뜻이어서다. 긴 세월 찬밥 신세였던 갯벌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자연환경 국가 지위에 올랐다.
갯벌 세계유산은 더 넓어지고 커질 참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면서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2025년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까지 유산 구역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갯벌 추진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서너 개 자치단체가 유산 추가 등재를 신청했다. 2025년이면 전국 갯벌의 70%가, 남한 영토의 2%가 세계유산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혹여 오해가 있을까 싶어 밝힌다. 갯벌이 세계유산이 돼도 갯벌에 기대어 사는 주민의 일상은 달라지는 게 없다. 타격을 입는다면 개발 업자고, 불편해진다면 행정 당국이다.
세계유산의 85.7%를 거느린 고장
“2003년 5월 전남대 지질학과 전승수 교수와 개인적으로 갯벌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신안군 차원에서 타당성 조사 같은 갯벌 사업을 추진한 건 2007년이고요. 처음엔 신안 갯벌만 등재를 추진했었는데, 문화재청이 다른 갯벌도 포함하는 게 좋겠다고 해 대상을 확장했습니다. 2010년 다른 5개 지역과 함께 잠재목록에 등재됐고, 2015년 지금의 네 개 지역으로 확정됐습니다. 전국 자치단체 중에 세계유산과가 있는 건 신안군이 유일합니다.”
신안군청 고경남(56) 세계유산과장의 설명이다. 고 과장은 갯벌 유산 등재 사업의 산증인이다. 24년 공무원 생활 중 18년을 갯벌 등재 추진 업무를 맡았다. 고 과장은 “세계유산위원회가 가장 높이 평가한 갯벌의 가치가 생물 다양성”이라며 “가령 우리 갯벌이 없으면 수많은 철새가 중간 기착지를 잃어 멸종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안 갯벌에는 김·미역·다시마 같은 해조류 144종, 조개·새우·게 같은 대형저서동물 568종이 서식한다. 신안 갯벌에 사는 해조류와 대형저서동물의 종 다양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철새 낙원
세계유산에서 빠진 세계 5대 갯벌
인천 강화갯벌센터 홈페이지에서 인용한 강화도 동막 갯벌 설명이다. 생태 관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동막 갯벌이 흔히 세계 5대 갯벌로 불렸던 걸 기억할 테다. 그리고 한국 갯벌의 대명사로 통하는 이 갯벌이 세계유산 목록에서 빠진 사연이 궁금했을 테다. 익명을 요구한 갯벌 추진단 간부는 “인천시와 강화군 모두 유산 등재에 부정적이었다”며 “자치단체가 갯벌 보전으로 인한 이익보다 개발로 인한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경기도의 갯벌 면적은 838.5㎢로 우리나라 갯벌 면적의 35%를 차지한다. 특히 강화도와 영종도 남쪽 해안은 국제조류보호회의(ICBP)가 지정한 철새 주요 서식지다.
동막 갯벌 말고도 세계유산에서 빠진 갯벌이 눈에 밟힌다. 신안 갯벌 북쪽은 무안 갯벌과 닿아있으며 영광 갯벌까지 이어진다. 보성·순천 갯벌도 고흥 동쪽 갯벌과 연결되고, 서천 갯벌의 중심 유부도는 서천항보다 군산항이 훨씬 가깝다. 그러나 무안, 영광, 고흥, 군산 모두 이번 목록에서 빠졌다. 전북 부안이 안 보이는 것도 아쉽다. 고창 갯벌은 곰소만 남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데, 곰소만 북쪽 해안이 부안 땅이다. 곰소염전, 곰소젓갈, 줄포생태공원 등 곰소만의 관광 브랜드는 오히려 부안이 우세하다. 무안과 부안 모두 2010년 잠재목록에는 들어가 있었다. 갯벌 추진단 유창형 팀장은 “지역마다 사정이 복잡하다”며 “이번에 빠진 갯벌들이 추가 등재할 때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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