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잘 지냈니? 홈피에 내 사진 좀 지워줄래?"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안녕, 잘 지냈니? 오랜만이다. 우리 얼굴 본 지도 거의 10년은 된 거 같아. 취업 준비한다고 너랑도 흐지부지 연락이 끊겼었네. 우리 고등학교 때 석식 먹고 맨날 운동장 돌던 거 기억나? 진짜 옛날이다, 그치? 이번에 미니홈피 다시 열렸잖아. 네 홈피 들어가 보니까 우리가 만든 웃긴 ‘UCC’ 요새 틱톡만큼 재밌더라. 그런데 있잖아. 미안한 부탁이지만 혹시 그거 지워줄 수 있을까?”
몇 개월 후 받게 될, 혹은 쓰게 될 편지일지 모릅니다. 동의 없이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내 사진을 만나면, 누구라도 매우 당황스러울 겁니다. 과거에는 동의했더라도,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불편할 수도 있고요. 사진뿐만이 아닙니다.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부터 ‘나’를 특정할 수 있는 사연까지. 온라인에 내 정보가 떠돌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와 가상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대처법을 정리해봤습니다.
“전에 얘기한 UCC 지워줘서 고마워. 다시 보니까 ‘내가 이랬다고?’ 싶더라니까. 그런데 UCC가 다음 카페에도 올라가 있더라고. 아는 사람이 ‘야, 이거 웃기다’면서 링크 보냈을 때 기절하는 줄 알았어. 모르는 사람들이 웃기다고 퍼간 것 같아. 요새는 길 가다가 누가 힐끔 쳐다보면 신경 쓰이더라. 날 보고 웃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이거 도대체 어디까지 퍼진 거니”
→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검색’의 민족 아닙니까. 흩날린 게시물을 찾기 위해서는 검색이 꼭 필요합니다. 일일이 검색한다는 게 아득하거나 수많은 정보가 섞여서 찾기가 어렵다면, 구글 검색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봅시다. 당신의 개인정보 혹은 게시글의 주요 단어를 큰따옴표(“”) 안에 넣어 검색해봅시다. 큰따옴표 안에 들어간 내용은 반드시 검색 결과에 포함됩니다. △ 포털사이트 △ 카페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등 사이트를 분류해 검색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검색창에 ‘site: 사이트 주소 키워드’를 적어 넣으면 해당 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만 보여줍니다. 게시물이 글이 아니라 사진이라면 이미지 검색을 이용해보세요. 사진으로 검색하면 완전히 같거나 유사한 이미지가 나옵니다.
“그래. 네 잘못 아닌 거 알아. 작성자한테 쪽지와 메일 보내고 있는데 이것도 정말 일이다. 게시자들이 ‘애초에 올린 게 잘못 아니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면 어떡하지. 아무리 ‘디지털풍화’ 됐어도 내 얼굴인 게 보여서 그냥 두긴 찝찝하고. 아냐, 걱정할 시간에 메일 한 통이라도 더 보내야겠다”
→ 걱정마세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권리가 침해된 경우, 삭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다음 등의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삭제 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 해야 합니다. 다만 삭제하려는 게시물의 권리침해 당사자가 ‘본인’임이 증명돼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해당 게시물에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작권법 위반으로도 삭제가 가능한데요. 원저작권자가 본인이라는 사실 역시 증명해야 합니다.
→ 혹시나 걱정하시는 게 불법촬영물일까요? 불법촬영물은 범죄입니다. 당연히 삭제 가능합니다. 정부에서 무료로 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성범죄지원센터에서 삭제, 유포 현황 및 수사 과정 모니터링, 심리치유까지 모두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쪽지를 보냈거든. 근데 ‘읽씹’하거나 아예 읽지도 않아. 이제 그 커뮤니티에서 활동 안 하나 봐. 아무래도 내가 직접 사이트 운영자들한테 연락을 해봐야 할 것 같아. 너 혹시 바쁘지 않다면 도와줄 수 있니? 나 혼자 하기 너무 벅차다. 어디 어디에 올라가 있는지 내가 리스트 보내줄게”
→ 포기하기 전에 눈을 크게 뜨세요. 해당 사이트 홈페이지 하단에 ‘권리침해신고안내’라는 문구를 찾아보세요. 사생활 침해·명예훼손·저작권침해 등의 게시물로 피해를 받는 경우 신고할 수 있는 절차가 나와 있는데요. 피해자가 사이트에 신고를 접수,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신고요건 및 내용 확인 후 게시 중단이 이뤄집니다. 이는 게시자에게도 통보됩니다. 게시자가 30일 이내에 소명하지 않는다면, 게시물은 영구히 사라집니다. 만약 소명을 해서 게시물이 살아나면, 행정기관 심의 판단이나 법원의 판결로 해결해야 합니다.
→ 하나씩 연락해 삭제하는 건 힘든 일이죠. 원본 공략이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네이버 등 일부 사이트에서는 블로그·카페 등의 원본이 삭제된 경우, 스크랩된 글도 삭제됩니다. 일일이 다 삭제 요청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예요.
→ 사이트에서 권리침해신고 링크를 못 찾겠다고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는 회원사의 권리침해신고 사이트로 직접 갈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원사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뽐뿌, 오늘의유머, 클리앙, SLR 등입니다. 다만 해외 사이트에 게재됐을 경우,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국내 사이트와는 다른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해당 국가 언어로 소명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너무 어렵고 복잡한 절차에 지친다면 디지털 삭제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볼 수도 있습니다.
“고마워. 네가 도와준 덕분에 손쉽게 끝냈어. 나 혼자 지우기 정말 힘들었을 거야. 그런데 게시물은 다 삭제됐는데, 아직 검색창에 치면 기록이 남아 있더라고. 시간 지나면 사라지기는 한다는데…. 나는 이거 빨리 지우고 싶거든. 바로 삭제하려면 따로 포털에 신청해야 한다는데 혹시 같이해줄 수 있어?”
→ 이제 거의 다 왔으니 힘을 내세요.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삭제 후 결과 반영에 조금 시일이 걸릴 수 있지만 대부분 바로 삭제된다”고 답했습니다. 혹시 검색 결과에 뜨는 것 역시 빠르게 삭제되길 원하면, 다시 한 번 권리침해신고 센터에 문의하는 걸 추천드려요.
취재도움_네이버, 다음,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 삭제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A씨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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