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아, 예능아 먹방 말고 다른 걸 보여다오

김상화 2021. 8. 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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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녀석들> <신과 함께> <언니가 쏜다> 등 엇비슷한 소재 양산

[김상화 기자]

 iHQ가 방영중인 '마시는 녀석들', '언니가 쏜다'
ⓒ iHQ
 
지난해 이후 케이블 TV 및 IPTV 채널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CJ ENM과 지상파 계열사 위주로 판도가 굳혀졌던 예능 전문 채널이 신규 사업자 등장으로 점차 치열한 경쟁 시대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KT 스카이라이프가 자사 채널을 재편해 NQQ와 SKY를 선보인 데 이어 SK브로드밴드는 올해 '채널S'를 런칭했다. iHQ는 기존 코미디TV를 자사와 동일한 명칭의 오락 채널로 이름을 바꾸면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여기에 발 맞춰 CJ 및 지상파 프로그램 재방송 중심에서 탈피, 다양한 신규 예능 프로그램도 속속 제작하며 편성표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데 이들 신생 예능 상당수가 먹방 위주로 국한되면서 차별화 측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먹방+음식 중심 새 예능 전면 배치
 
 iHQ가 방영중인 '돈쭐내러 왔습니다', '스파이시 걸스'
ⓒ iHQ
 
신규 프로그램을 대거 방영하면서 공격적으로 기존 방송사와의 경쟁을 선언한 iHQ의 경우 간판 예능 <맛있는 녀석들> 이외에도 상당수 예능을 먹방, 음식 위주로 채우고 나섰다.  먼저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물을 표방한 <마시는 녀석들>(디스커버리 채널 동시 방영)에선 술+안주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각지에 널려 있는 독특한 업소를 찾아 그곳의 대표 메뉴를 이종혁, 장동민, 규현 등 출연진이 맛보면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iHQ의 또 다른 프로그램 <스파이시 걸스>는 아예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매운 맛'에 특화된 먹방 예능을 표방하고 있다. 유이, 써니, 김신영, 최유정 등 여성 출연진 4인방이 알싸하게 매운 음식들을 스튜디오 안에서 섭렵하면서 격의없는 대화를 진행한다. <언니가 쏜다>(드라맥스 동시 방영)는 3040 여성들의 고민, 일상사를 술 한잔 나누면서 허심탄회하게 쏟아내는 토크 술방쇼로 구성된다. 이밖에 <돈쭐 내러 왔습니다>는 의뢰인의 사연을 접수 받아 이른바 '먹요원'들이 제한된 시간 동안 지정된 식당에서 엄청난 양의 음식을 소화하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채널 S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목격된다. 연예계 대표 주당 신동엽과 성시경을 MC로 선택한 <신과 함께>를 통해 독특한 먹거리 메뉴를 즐기면서 초대손님과 화기애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토크 예능을 두 시즌째 선보이고 있다. 26일 방영을 앞둔 <위대한 집쿡 연구소>에선 강호동+김준현+이특 등 먹방과 쿡방에 일가견 있는 출연진을 MC로 삼아 흥미진진한 밀키트 요리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개성 및 차별화 측면에선 물음표
 
 iHQ의 '마시는 녀석들', 채널S의 '신과 함께2'
ⓒ iHQ, 채널S
 
이들 신생 채널의 새 예능 상당수가 먹방+음식 위주로 구성되다보니 엇비슷한 분위기와 내용이 연출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각각 술안주 혹은 일상사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지만 <마시는 녀석들>과 <언니가 쏜다>는 결국 출연진만 남녀로 구분된 토크 예능의 범주를 넘지 못하고 있다. 매운 맛에 특화된 <스파이시 걸스>, 전문 먹방 유튜버 등이 대거 등장하는 <돈쭐 내러 왔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먹방의 살짝 비틀기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데 어려움이 목격된다.    

다수 채널에서 재방, 삼방 등이 이뤄지는 케이블 및 IPTV 채널 특성상 리모콘으로 이동하다보면 인물만 살짝 달라진 먹방 중심 프로그램이 연달아 방영되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대화의 소재도 일반적인 토크쇼의 범주에 머물다보니 <라디오스타> <비디오스타> 같은 기존 예능에 대비해서 색다른 내용을 발견하기 쉽지 않은 편이다. 화면 상단의 프로그램 이름 및 채널 로고 말고는 달라진 점을 목격하기 어렵다보니 인기몰이, 화제 생산 측면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 예능은 쏟아지고 있지만 입소문을 타고 기세를 올리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차별화에 성공한 모범 사례도 존재
 
 '싱어게인', '강철부대'는 기존 종편과 신생 예능채널의 협업을 통해 큰 성과를 얻은 예능으로 손꼽힌다.
ⓒ 디스커버리, SKY
 
모든 신생 채널+새 예능이 꼭 먹방+음식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기존 타 방송사와의 합작을 통해 독특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큰 반향을 일으키는 모범사례가 올해 상반기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식 출범한 디스커버리는 <땅만 빌리지> (KBS), <빈집 살래>(MBC)를 거쳐 JTBC와 손잡고 제작한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을 크게 성공시켰다. 

또 다른 예능 채널 SKY 또한 종편 채널A와 공동으로 방영한 <강철부대> <애로부부>를 통해 밀리터리와 19금 예능을 TV 무대로 끌어 들이며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물론 이들 예능은 JTBC와 채널A라는 다수의 시청자를 이미 확보중인 종편 효과를 톡톡히 본 측면이 크긴 하지만 기존 프로그램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면서 인기+화제성 두 가지를 모두 손에 쥘 수 있었다. 여기에 대규모 자본, 기획까지 접목되면서 스케일이 큰 예능으로 확실한 볼거리도 마련해줬다. 

이와 견줘 볼 때 최근 속속 등장하는 새 프로그램에선 과감함과 독특함을 발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너도나도 예능을 제작하면서 시청자들의 선택을 기다리지만 결국 살아남는 프로그램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와중에 천편일률적인 먹방 관련 예능만 쏟아낸다면 과연 어떤 시청자들이 이를 반가워하며 받아줄 수 있겠는가?  도전정신의 결핍, 쉬운 길을 가려는 안전주의식 기획으로 만들어지는 먹방+음식 예능이라면 단순히 편성표 시간 메우는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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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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