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트리플 감세' 챙겨주고..무주택자엔 '무대책'
[경향신문]
문 대통령 ‘실수요자 보호’ 원칙에
종부세·양도세·재산세 감세 혜택
수요 자극 ‘집값 상승 유도’ 가능성
무주택자는 전세 대출도 ‘불투명’
이사철 앞두고 주거 불안 더 커져
당정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완화하고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 대상을 늘리기로 하면서 1가구 1주택자의 과세 부담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전·월세 가구 지원책은 미비한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은 커지고 있다.
23일 국회와 정부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5일 본회의에서 종부세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처리한다. 여기에 1주택자들에게 주는 비과세 혜택을 실거래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양도소득세 개편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미 시행된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 조치와 더불어 종부세와 양도세 개정안이 통과돼 ‘트리플 감세’가 완성되면 시세 12억원대 1주택자 과세 부담은 종전보다 크게 낮아진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종부세 개정안만으로도 경기 과천시 래미안슈르(전용 84㎡·공시가 10억4690만원)를 보유한 1주택자는 당초 32만원이던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
이 같은 감세 추진에 따라 고가주택 기준도 바뀐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시세 기준 15억7000만원이 되면서 고가주택은 기존 12억8500만원(공시가 9억원)에서 15억원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5억원은 주택담보대출 금지 대상 기준선이면서 최근 국토교통부가 중개보수 고가주택 기준으로 설정한 금액이다.
당정이 1주택 실수요자들의 세부담 덜어주기에 나선 것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도 언급한 ‘실수요자 보호’ 원칙에 따른 것이다. 공시가격·공정시장가액비율·주택가격이 모두 인상되면서 1주택자의 과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자 이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이러한 감세 조치가 무주택자의 주택 취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물 잠김 현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요만 부추겨 집값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1주택자가 공시가 9억~11억원대로 갈아타는 수평 이동은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이미 많이 오른 강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는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 기준 중위가격(KB부동산 기준 10억2500만원, 한국부동산원 9억4000만원)을 1억~2억원 초과하는 아파트도 세금 부담이 줄면서 무주택자들의 구매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지난달 무주택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우대폭이 10%포인트 높아져 6억~9억원 구간 서울 아파트 매매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중위가격 초과 주택 수요도 커진다는 얘기다.
반면 집을 팔려는 매도 심리는 당분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추진하는 양도세 개편안에는 1주택자의 비과세 혜택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더불어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거주기간 및 보유기간 기산점을 1주택자가 되는 시점부터로 변경하거나,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양도차익 규모별로 차등화하는 내용도 있다. 이는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려는 것이지만 오히려 매도보다는 증여로 돌리는 현상을 더 굳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지금도 시장에선 안 팔고 버티는 사람들로 매물 잠김 현상이 있다”며 “부동산세 감세 조치는 작게 보면 1주택자들의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지만 결국 주택 수요를 높이고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무주택자에게 화살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 20일 기준 이번달 부동산 매매거래량은 총 709건으로 올 들어 최저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로 시중은행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무주택자들이 매매 자금뿐만 아니라 전세 자금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불안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태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월세가 오른 상황에서 여전히 주거급여 지원 대상은 1인 가구 기준 연소득 1000만원대로 극히 일부에 그친다. 임차인 지원책에 소홀한 상황에서 이미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의 세부담만 완화하는 것은 역진적 조치”라며 “집값이 너무 올라 자산 동원 능력이 있는 일부만 주택 소유가 가능한데 정부는 각종 감세 조치를 통해 ‘집을 사야 한다’는 사인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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