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 비난에..바이든 "국익 없이 싸우는 실수 안한다"

박현영 2021. 8.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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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탈레반 아프간 점령 후 첫 연설
"철수 결정 전적으로 지지..후회 없어"
"아프간군 포기했는데 미군 희생 안 돼"
언론 "정책 집행 과정 문제점 언급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군 철수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기로 한 결정에 대해 "나는 내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년간 미군을 철수하기 좋은 시점이란 없다는 것을 어렵게 배웠다"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의 예상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철수 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과 그로 인한 무질서와 대혼란에 대해 책임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국가 재건 사업을 하러 들어간 것이 아니며, 미국의 이익이 없는 곳에서 무한정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아프간이 탈레반 손에 넘어간 이후 이날 처음 한 대국민 연설에서 나왔다. 바이든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한 연설을 철저히 철군을 지지하는 일반 국민 눈높이에 맞췄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철수 결정을 정당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미국은 아프간에 "대(對) 테러(counter-terrorism) 활동을 하러 들어간 것이지 반군에 대응하러(counter-insurgent) 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군이 아프간에 머무는 이유가 국가 재건(nation building)이 돼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9·11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 제거라는 목적을 오래전에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싸움을 '내전'으로 명명했다. 그는 "나는 우리 군에게 끝도 없는 다른 나라 내전을 치르도록 요구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국익이 아닌, 다른 나라 분쟁에서 주둔하며 싸우는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카불이 함락된 이후 벌어진 대혼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실책을 인정하는 데 가장 가까이 간 것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빨리 전개됐다"고 말한 부분 정도였다.

바이든은 아프간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이 아프간을 포기하고 떠났고, 아프간군이 붕괴했다"면서 "지금 미군의 아프간 개입을 중단하는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탈레반과 협상하라고 권유했으나 듣지 않았고, 아프간군은 싸우길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프간군 스스로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국인이 싸울 수도 없고 싸워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과 미군 철수 협상을 완료한 상황이어서 자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천문학적 자금을 지원해 병력 30만 명에 달하는 아프간군을 조직했으며, 이는 웬만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 군보다 규모가 크다고 언급했다. 아프간인이 자신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의 대피를 왜 좀 더 서두르지 않았느냐고 자문한 뒤 조기 탈출이 패닉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해 아프간 정부가 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약 5분간 연설문을 읽은 뒤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퇴장했다. 그는 지난 13일부터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머물다가 이날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미 공영방송 NPR은 이날 연설은 철군 결정의 배경에 초점을 두고, 정책 집행 과정과 오류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많은 미국인은 바이든의 철군 정책을 지지하지만, 지금 관건은 집행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가, 더 나은 방법은 없었는가인데 그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잇단 양자 통화를 하고 아프간 문제를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현지 안보 상황과 함께 각국 국민의 안전한 본국 귀국 등 현안을 논의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블링컨 장관과 통화 후 “양측 외교 수장은 중국, 파키스탄, 유엔, 기타 관련국과 협의를 계속해 새로운 조건에서 아프간 문제와 관련한 대화의 토대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브로프 장관이 왕 부장과 통화에서 아프간 상황에 대한 정치적 조율을 했다고 외무부는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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