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바다 지나 보랏빛 융단으로..

남호철 2021. 8. 1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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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계곡.. '산 좋고 물 좋은'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더위 쫓는 울산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를 드론으로 내려다본 모습. 바다를 가로지르는 303m 길이의 출렁다리는 왼쪽 ‘햇개비’에서 오른쪽 ‘수루방’까지 일방통행으로 운영된다.


‘산업수도’로 유명한 울산은 산과 계곡, 강,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녔다. 울산의 여름은 산도 좋고 물도 좋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 속에서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푸른 물결이 춤추는 동해는 물론 가지산 운문산 간월산 등 1000m가 넘는 고봉으로 이뤄진 영남알프스 자락에 안긴 짙은 숲과 깊은 골짜기는 더위를 식히기에 그만이다.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에 지난 7월 15일 색다른 볼거리가 추가됐다. 대왕암공원 북측 해안산책로의 돌출지형인 ‘햇개비’에서 ‘수루방’까지 안막구비를 가로지르는 길이 303m, 폭 1.5m 규모의 출렁다리다. 중간에 다리를 받치는 지지대가 없이 한 번에 연결되는 난간일체형 보도현수교다. 현재 전국 출렁다리 가운데 주탑 간 거리(경간장)가 가장 길다. 출렁다리에 들어서면 중간 지지대가 없어 생각보다 많이 흔들려 짜릿함이 더해진다. 햇개비서 출발하는 일방통행으로 운영된다.

다리에 올라서면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다. 바닥 구멍 사이로 푸른 바다가 아찔하게 일렁인다.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불어 폭염에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왼쪽으로는 멀리 반달 모양의 일산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대중공업, 민섬도 보인다. 조그만 민섬에는 용궁의 근위대장과 사랑에 빠진 선녀 ‘민’이 옥황상제의 벌을 받아 바위섬이 됐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숭어잡이를 할 때 망보던 자리였다는 수루방에서 해안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용굴이 나온다. 뱃길을 어지럽히던 청룡이 굴속에서 다시는 못 나오게 동해 용왕이 신통력을 부려서 큰 돌을 넣어 막아 버렸다는 굴이다. 주변엔 할미바위 탕건암 거북바위 등 동해 깊은 물결과 비바람이 거칠게 부딪치며 조탁한 만물상 같은 기암절벽이 이어진다.

문무대왕 왕비의 전설을 품고 있는 대왕암 일출.


바위의 절정은 대왕암이다. 대왕암으로 건너가기 직전 용디이 목 전망대에 서면 시원한 바다와 함께 바로 앞 큰 바위섬으로 된 붉은빛 대왕암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왕암을 연결하는 대왕교가 놓여 있다. 대왕암 정상에 서면 울기등대 등 주변 풍경을 360도 조망할 수 있다. 대왕암은 신라 문무대왕 왕비의 전설을 품고 있다. 경주 앞바다 수중릉에 묻힌 문무대왕과 마찬가지로 왕비도 죽어서 나라를 지키는 바닷속의 용, 즉 호국용이 되고자 했다. 대왕교 아래 용추수로에 왕비가 용이 돼 숨어들었다고 한다.

대왕암공원 해송림 아래 보랏빛 꽃을 활짝 피운 맥문동.


요즘 대왕암공원에 여름꽃 맥문동이 활짝 피어났다. 지난해 대왕암공원 1만5000그루의 해송림 아래 약 5000㎡에 맥문동 10만 포기를 심어 가꿔놓은 것이 보랏빛 융단을 이루고 있다. 지난 6월 만개한 수국과 9~10월 피는 붉은색 꽃무릇과 함께 대왕암의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비밀의 숲속에서 보는 그림 같은 장관이다.

술잔처럼 둥글게 움푹 파인 바위로 이뤄진 작괘천.


울산에 더위도 쉬어가는 계곡이 곳곳에 있다. 울주군 삼남면에 있는 작천정 계곡은 울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대표적인 피서지다. 작천정은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찾아와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 정자다. 작천정 계곡에 흐르는 물을 작괘천(酌掛川)이라고 한다. 계곡 넓고 평평한 바위 표면이 둥글게 움푹움푹 파여 있다. 여기에 물이 고여 있는 형상이 마치 술잔을 걸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작괘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바위에는 형석이 많이 포함돼 있다. 밤에는 달빛을 반사해 환한 장관을 이룬다.

넓은 하얀색 반석 위를 미끄러지듯 흐르는 계곡물이 더위를 잠재운다. 물속의 반질반질한 조약돌과 계곡을 이루고 있는 기괴한 암석들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물에 몸을 담그면 금상첨화다. 바위와 바위 사이에서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고 미끄럼틀을 타듯이 내려오는 천연 ‘워터 슬라이드’도 즐길 수 있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긴 뒤 주변에 있는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와 자수정 동굴나라 등도 둘러볼 수 있다.

여행메모
대왕암공원 출렁다리 9월 유료 전환
언양불고기·칼국수… 먹거리 다양

울산은 경부고속도로가 관통하고 7번 국도가 지나는 등 포항과 교통이 편리하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경부고속도로 서울산 나들목이 편하다. 대왕암공원은 35㎞ 남짓, 작천정 계곡은 3㎞ 떨어져 있다.

출렁다리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 40분까지다. 매월 첫째 주, 셋째 주 월요일과 명절 당일은 휴장한다. 8월 말까지는 무료로 운영되며 9월부터는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대왕암 공원 주차장은 주중에는 무료, 주말에는 유료(시간당 1000원)로 운영된다. 상가주차장은 상가를 이용한 사람들에 한해 주말에도 무료로 운영된다.

대왕암공원 한쪽에 오토캠핑장이 있다. 그 아래 해안을 따라 내려가면 방어진 항구의 슬도로 연결된다. 주변에 펜션, 게스트하우스, 민박 등이 여럿 있다. 인근 일산해수욕장에는 횟집 등 맛집이 즐비하다. 칼국수를 하는 식당도 많다. 미식가들에게는 울주군 언양읍의 언양불고기가 유명하다. 작천정 계곡에는 작천정달빛야영장, 작천정별빛야영장, 등억알프스야영장 등이 있다.

울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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