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계획 알려지자 아파트값 한 달에 '1억씩' 올랐다
[편집자주]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에도 수도권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꼽힌다. 각 지역마다 GTX 건설 계획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교통 편의성 개선의 목적일 뿐 집값 상승 때문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집값이 올랐으면 좋겠다”다는 데 한마음이다.
수도권 동서남북을 잇는 ‘교통 혁명’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집값 급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GTX-A·B·C 3개 노선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일부가 착공에 들어가자 주요 역 주변 집값이 미친 듯 뛰고 있다.
GTX는 14년 전인 2007년 경기도가 최초로 제안했다. 2기신도시 분양 이후 교통과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의 근접성) 인프라가 취약한 베드타운 문제가 제기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출·퇴근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정책이 GTX였던 셈.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사업이 지체됐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주거안정대책인 ‘수도권 3기신도시’와 맞물려 다시 탄력을 받았다. 3기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은 GTX 주요 역과 연결되며 만성적인 교통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문제는 집값 불안이다. 신도시 정책이 무주택자 서민·중산층의 주거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임을 고려할 때 현재 GTX 계획과 함께 나타나는 집값 과열 현상은 오히려 부작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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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서울 청량리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40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경기 남양주시의 마석역. 가평군에 속한 대성리역과 불과 한 정거장 차이인 수도권 외곽이지만 GTX-B 노선이 확정되며 인근 다세대주택(빌라)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부동산정보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2018년 준공·입주한 남양주시 화도읍 A빌라는 입주 당시 79㎡가 2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3년 만인 현재 호가 3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남양주시 빌라 거래도 눈에 띄게 늘었다. 경기부동산포털이 집계한 남양주시 빌라 매매거래는 지난해 상반기 1337건에서 올 상반기(7월10일 이전 신고 기준) 1692건으로 1년 새 355건(26.6%) 급증했다. 현행 실거래가 신고기한이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6월 거래량은 7월30일 신고 기준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빌라 거래량 증가 순위를 보면 수원·용인·안산·남양주·의정부·파주·양주·동두천 순으로 모두 GTX와 연관이 있었다.
# 지난달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GTX-C 민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덕원역 추가 신설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대 아파트값이 폭등했다. 인덕원역 인근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84㎡는 6월6일 16억3000만원(25층)에 매매 계약됐다. 지난 4월(15억3000만원) 대비 1억원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12월 평균 실거래가인 9억7875만원과 비교하면 7억원 가까이 상승해 단순 계산 시 한 달에 1억원씩 오른 셈이다.
이들 지역 집값 상승 현상의 공통 원인은 GTX가 결정적이란 게 현장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남양주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역세권 매물을 위주로 GTX 수혜 기대가 높다. 갭투자 문의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GTX와 일반 지하철의 가장 큰 차이는 ‘속도’다. 기존 수도권 지하철이 지하 20m 깊이에서 시속 30~40㎞로 운행되는 데 비해 GTX는 지하 40~50m 공간을 활용해 노선을 직선화하고 평균 시속 100㎞, 최고시속 200㎞로 운행한다. 경기·인천에서 서울 도심까지 현재 2~3시간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20~30분 내로 단축할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GTX가 수도권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도심에서 거리가 멀수록 교통개선 효과가 높다. 현재 나타나는 집값 상승 현상은 이런 기대감이 한꺼번에 반영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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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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