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DREAMS! 패션 신의 가드닝 얼리어답터들

이경진 2021. 7.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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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던 한 해를 보내는 동안 패션계는 자연으로 눈을 돌렸다.

How

Green Became

THE

NEW BLACK

지난해, 자연은 우리의 피난처이자 안식처가 돼왔다. 2020년에 우리는 2019년보다 약 3억2200만 개의 식물을 더 구입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패션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디자이너가 가드닝에서 위안을 찾는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구찌의 2020년 F/W 패션쇼 초대장으로 유기농 채소 상자를 보내기 전, 식물에 물을 주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조너선 앤더슨은 노포크(Norfolk)에 있는 자신의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에게 영감을 받은 홈 프레이그런스를 만들었다. 한때 별난 취미로 여겨지던 가드닝이 이제는 우리 생명을 구하는 정서적 수호자가 된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근무 패턴이 바뀌면서 인간이 자연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는 삶은 점점 더 가능해지는 중이다.

CAROLE BAMFORD

패션 브랜드 ‘뱀포드’ 창립자

“저는 영국의 모든 계절을 좋아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한껏 무르익은 봄의 길가에서 볼 수 있는, 꽃이 가득 핀 헤지(살아 있는 나무와 식물을 빼곡히 심어 만든 울타리)를 정말 사랑합니다.” 캐롤 뱀포드는 세상 만물이 마법처럼 생명의 싹을 틔우는 늦봄의 흥분되는 순간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다. “화이트 위스테리아, 라일락, 천리향, 고광나무 등 모든 꽃향기를 사랑해요. 심지어 그 식물이 젖었을 때 나는 향도 좋아하죠. 모든 나무의 향, 나무껍질의 향, 흙 냄새까지도요.” 과연 유기농 개척자다운 표현이다. 오가닉이 아직은 ‘미친 짓’으로 여겨지던 때, 그녀는 오가닉 원칙을 일찌감치 채택한 얼리어답터이자 적극적인 선구자였다. 캐롤은 유기농 식품 숍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데일스포드’ 창립자다. 또 패션 브랜드 뱀포드의 오가닉 스킨케어 라인과 ‘더 와일드 래빗’ 펍, 글로스터셔 주의 한 유기농 농장 매장을 창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녀는 올해 가드닝 도구와 가구, 화분, 흙뿐 아니라 토종 작물의 씨앗과 계절별 구근식물을 판매 목록에 추가할 예정이다. 모험 가득한 그녀의 긴 오가닉 플랜팅 여정은 딸 앨리스가 태어난 지 6주가 되던 때부터 시작됐다. “정원에 장미를 심는데, 농장 사람들이 그 땅에 화학약품을 뿌리더군요. 그때 내 딸도 이 화학약품을 들이마시게 된다는 사실이 와닿았어요.” 그녀는 영국왕립농업학회가 주관하는 품평회에서 오가닉 원칙에 대해 배웠고, 오가닉 농장으로 대전환을 마쳤다. 지금도 그녀는 오가닉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캐롤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치유력 있는 ‘힐링 식물’이다. 런던의 약용식물원인 ‘첼시 피직 가든’의 약초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았다. 캐롤은 식품보충제 등에 첨가하기 위한 힐링 식물을 데일스포드 농장에서 기르는 중이다.

캐롤의 첫 가드닝은 작은 온실에서 토마토를 기르는 일이었다. “화창한 날, 덩굴 줄기에서 갓 따 먹는 토마토만큼 맛있는 건 없어요. 가드닝의 매력에 푹 빠진 건 그래서죠. 나는 직접 기른 토마토를 맛본 뒤, 곧 가드닝에 열정을 쏟게 됐어요. 이 일은 정신건강에도 좋아요. 밖에 나가면 열정의 결과물을 볼 수 있죠. 누구든 한번 정원을 가꿔보면 이 일에 온 정신을 몰두하게 될 거예요.” 영국의 시인 빅토리아 색빌웨스트가 만든 시싱허스트 캐슬 정원부터 윌리엄 켄트의 러셤 가든까지, 캐롤 뱀포드가 좋아하는 정원은 모두 야생의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자연이 정원에 손댄 것 같은 곳이죠. 깔끔하게 정돈되지 않았고, 식물을 바짝 잘라내거나 다듬지 않았어요.” 캐롤은 정원이 언제나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고도 했다. “정원의 모습은 예측할 수 없어요. 어떤 식물은 잘 자라고, 또 어떤 식물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자연은 우리에게 적응하고 순응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점이죠.”

캐롤의 가드닝 팁

1 무엇을 심었는지, 어떤 것이 성공적으로 자랐는지, 내년에 심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노트에 적어놓거나 일기를 쓴다.

2 나무 아래에 귀화 식물의 구근을 심는다. 10년 전, 나는 시클라멘 구근 100개를 나무 밑에 심었는데, 지금은 1만 개가 자라고 있다.

3 겨울철에 맨 뿌리 상태의 장미 묘목이나 헤지용 묘목 등을 구해서 길러보자. 화분이나 용기에 들어 있는 것보다 더 잘 자랄 것이며, 저렴하기도 하다.

ALEX EAGLE

편집 숍 ‘알렉스 이글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흠잡을 데 없이 멋진 가구들이 완비된 알렉스 이글의 아파트는 소호 중심가에 있다. 이 공간은 그녀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정기적으로 등장하는 배경이자, 그녀가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 디자인 왕국의 심장부다. 하지만 알렉스는 그녀의 자녀들, 이제 4세인 잭과 2세인 코코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자신만의 작은 녹색 땅을 갈망했다. “런던에 살면서 사계절을 간신히 느꼈어요. 그런 생활이 점점 버거워졌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연과 소통하고, 신발을 벗고, 맨발에 닿는 풀을 느끼고,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순간들이었어요.”

알렉스가 마련한 시골 별장은 잉글랜드 중남부 코츠월즈에 있다. 시냇물과 야생화들이 피어 있는 풀밭, 트리 하우스, 완만한 구릉이 있는 전형적인 영국의 전원 풍경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도시생활의 독을 치료해 주는 진짜 해독제가 여기에 있어요. 아이들에게 점점 더 유의미한 장소가 되는 것 같아요.” 가드닝에서 완전히 초보자였던 알렉스는 처음에는 전문 가드너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영원히 그에게 전지가위를 맡길 게 아니라 이 기회에 가드닝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했다. “물론 아직 많이 알지는 못해요. 하지만 목표로 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죠.” 텃밭에서 가족을 위한 작물을 직접 재배한 것은 지난해에 만끽한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텃밭은 내게 중요한 부분이에요. 프랑스 루아르 강변에 있는 샤토 빌랑드리(Chateau Villandry)의 엄청난 텃밭 정원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비록 내 텃밭의 규모는 그에 비하면 아주 작지만요. 텃밭에서 곧장 채소를 따다 주방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바구니 가득 채소를 갖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들에게 한턱 크게 쏜 기분이죠.”

알렉스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 집에 머물 때마다 그의 정원에서 구즈베리, 라즈베리, 야생 딸기를 마음껏 따 먹었다. 그녀는 이 같은 기쁨과 추억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아버지가 간혹 잭에게 식물을 심는 법을 가르쳐줘요. 인내심을 갖고 엄격하게 알려주죠. 잭은 지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자신감에 차 있어요. 자신이 심은 식물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잘 자라는지 확인하러 갑니다. 네 살배기 꼬마에게 정원을 가꾸는 일은 엄청난 성취감을 안겨주죠.” 지난해 동안 채소를 재배하며 몸과 마음을 충전한 그녀는 런던 근처의 소도시 윈저에 있는 19세기 고딕양식의 럭셔리 호텔 오클리 코트(Oakley Court) 리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풍성한 텃밭 정원을 갖게 되면서 그녀는 식용 농작물이 미학적으로도 멋지다는 걸 깨달았다. “저는 실리를 중시하는 사람이에요. 옷이든 정원이든 모든 면에서 실용주의자입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식용식물을 길러요. 아티초크를 기르는 일에 엄청난 즐거움을 느끼죠. 매우 장식적이고 아름다운 작물이니까요.”

www.alexeagle.com

알렉스의 가드닝 팁

1 풀이 길게 자라도록 둘 것. 어떤 야생화가 불쑥 나타나게 될지 지켜보는 건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야생동물에게도 멋진 일인 데다 정원 유지비가 적게 들고 많이 손보지 않아도 된다.

2 가드닝 복장은 실용적이어야 한다. 나는 브랜드 라벤헴과 런던의 리빙 편집 매장 레이버 앤 웨이트가 협업해 선보인 조끼(lavenhamjackets.com)를 좋아한다. 유용한 크기의 포켓이 적절하게 달렸기 때문이다. 위아래가 붙어 있는 사이렌 수트 작업복도 자주 입는다.

3 아름다운 바구니는 가드닝이 주는 기쁨의 일부다. 내가 아는 한 브랜드 버도울랏(Berdoulat. co.uk)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구니를 판매한다.

IMOGEN WRIGHT &VINCENT LE CHAPELAIN

패션 브랜드 ‘라이트 르샤플랭’의 공동 창업자

뱅상 르샤플랭은 이모젠 라이트와의 첫 데이트에서 그녀에게 꽃다발 대신 채소 재배 모험에 관한 이야기로 구애했다. 프랑스에서 자란 그는 브르타뉴 지방에서 작은 텃밭 농사를 짓는 증조모와 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씨앗을 심고 작물을 기르며 매우 검소하게 사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이모젠의 유년기도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이었다. 런던에 거주하던 그녀의 부모는 자급자족하며 살아가기 위해 데번 주에 있는 약 4만m2 면적의 대지로 이사 왔다. 그 후 가족은 자연에 푹 빠져 살았다. “흙과 먼지를 뒤집어쓴 채 땅을 파헤쳐 감자를 캐고, 나무에 올라가 사과를 따고, 양 떼를 이리저리 모는 일이 생활의 전부였어요.”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함께 패션을 공부한 이모젠과 뱅상은 2017년에 지속 가능한 여성복 브랜드를 함께 만든 후 데번 주의 어느 헛간에 스튜디오를 차려 시골로 본거지를 옮겼다. “우리는 곧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더 느리게 사는 삶에 적응해 나가며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두 사람은 비닐하우스 텃밭과 옥외 화단에 완두콩, 양상추, 허브, 토마토, 강낭콩, 호박을 심고 벌과 폴리네이터(꽃가루의 공급원이 되는 식물과 매개자가 되는 곤충)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코스모스, 금잔화 씨앗도 심었다. “가드닝은 자연과 함께 일하는 것이에요. 더 많은 야생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

이모젠은 작가 이사벨라 트리가 자신의 사유지인 넵 캐슬(Knepp Castle)에서 진행 중인 야생 재건 프로젝트에 관해 쓴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사벨라 트리는 자신의 땅을 다시 야생 상태로 만들어 생태계를 자연 그대로 복원하고 보존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자연이 자유롭게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고, 그 공간을 우리의 작은 땅에 통합시키는 이사벨라의 실험적 접근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모젠과 뱅상은 땅으로의 회귀가 그들의 디자인 작업에 새로운 포인트가 된 것에 대해 열성적으로 이야기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땅에 자양분을 공급하고, 씨앗을 심습니다. 이때 꽤 많은 씨앗이 죽지만, 죽는 씨앗 역시 중요한 피드백이에요.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지향하는 디자인 프로세스와 매우 비슷하죠.” 두 사람은 라이트 르샤플랭을 책임감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고, 패션이라는 테두리에서 환경을 위해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싶었다. “가드닝의 모든 면이 그것을 보강해 줘요. 컬러와 텍스처, 형태에 있어서도 정말 독창적인 영감을 주고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우리는 가진 것이 별로 없었어요. 약간의 옷가지 외에 모든 것이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죠.” 더욱 단순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그들로 하여금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뱅상은 말한다.

이모젠과 뱅상의 가드닝 팁

1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게 관찰한다.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 자연은 당신에게 생각보다 빨리 피드백을 줄 것이다.

2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재배도 좋다. 우리는 정원에서 얻은 달걀과 채소를 지인들에게 그냥 선물로 준다.

3 기존에 갖고 있는 공간을 활용해 보자. 작은 창문 턱에서도 재배는 가능하다. 장소가 어디든, 첫 씨앗에서 새싹이 나오는 걸 보는 일은 정말 경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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