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만 했는데 미세플라스틱 한가득?..친환경 세탁법은 [에코노트]

박상은 2021. 7. 10.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료 이미지=언스플래시

미세플라스틱, 하면 흔히 빨대나 페트병 같은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입는 옷에서도 적잖은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빨래하기 전 옷 라벨을 살펴보며 세탁 방법을 확인하곤 하죠. 이때 라벨에 ‘폴리에스터’ ‘폴리에틸렌’ ‘나일론’ ‘아크릴’ 같은 단어가 써있다면 이 옷은 빨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는 합성섬유입니다.

운동복, 셔츠, 블라우스, 양말까지 옷장을 들여다보면 합성섬유가 아닌 옷을 찾는 게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렇다고 평생 옷을 안 살 수도 없고, 빨래를 안할 수도 없는 일. 이번주 [에코노트]는 국내외 여러 연구와 보도를 토대로 ‘미세플라스틱 줄이는 세탁법’을 정리해봤습니다.

언스플래시

① 찬물로 세탁하고, 세탁 시간을 30분 정도로 줄인다.

세탁 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은 물의 온도가 높고, 물리적인 마찰이 강할 때 많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영국 연구진은 40도에서 85분간 세탁기를 돌린 것보다 25도 물에 30분간 세탁기를 돌렸을 때 미세 섬유 배출량이 최대 52%까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 다른 영국 연구에서도 표준 모드(40도, 85분)보다 15도로 30분간 돌렸을 때 배출되는 미세 섬유가 30% 적었습니다. 세탁 조건을 조금 바꾸는것 만으로도 굉장히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탈수 시간 역시 짧을 수록 마찰이 적겠지요. 지난해 미국에선 의류건조기 배기구를 통해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뿜어져 나온다는 연구가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언스플래시

② 세탁기를 4분의 3 정도 채워서 빨래한다. 통돌이보다는 드럼 세탁기가 좋다.

세탁물의 용량이 중요하다는 건 우리나라 실험에서도 입증됐는데요. 지난 2월 한국의상디자인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세탁물을 200g, 500g, 1㎏, 2㎏으로 나누어 세탁한 결과 중량이 클수록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이 감소했습니다.

세탁물이 적으면 옷에 가해지는 마찰(물줄기, 옷이 움직이면서 가해지는 마찰 등)이 그만큼 세지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또 드럼 세탁기가 통돌이 세탁기보다 옷을 부드럽게 세탁해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이 적다고 합니다. 드럼 세탁기가 물을 더 적게 쓰기도 하고요. 위 실험도 9㎏ 용량의 드럼 세탁기를 이용해 진행됐습니다.

참고로 섬유유연제는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언스플래시

③ 세탁 후 거름망에 걸러진 먼지는 반드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거름망 먼지에도 미세 섬유가 섞여있겠죠. 당연히 이런 먼지는 하수구가 아니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합니다. 최근 한강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이는 세탁 과정에서 배출된 하수를 통한 오염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있었지요.

미세플라스틱을 걸러주는 세탁망이나 세탁볼, 필터 등을 구입하면 좀더 효과적으로 바다나 강 오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런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프랑스는 2025년부터 생산되는 모든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설치한다는데,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언스플래시

④ 옷을 덜 사고, 세탁은 덜 한다. 합성섬유보다는 천연섬유를 선택한다.

가장 단순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물론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하기 어렵지요. 합성섬유 시장이 너무 커져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도 문제입니다.

새 옷을 세탁할 때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미세 섬유가 떨어져나온다고 합니다. 옷 쇼핑을 할 때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돌고 돌아 결국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이미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은 물론 우리가 매일 먹는 과일과 채소에서도 발견되고 있으니까요.

옷의 오염도에 따라 세탁 횟수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오염이 덜한 옷을 한번 더 입어 오늘 빨래를 내일로 미루는 것, 작은 오염은 손빨래로 마무리하는 것. 어쩌면 이런 사소한 습관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친환경 세탁법’일지도 모릅니다.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