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담긴 꽃다발의 의미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김준모 2021. 7. 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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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김준모 기자]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소설 원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시간의 흐름 속 두 주연배우의 감정 변화와 사랑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내레이션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사회초년생으로 만난 두 사람이 제목 그대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하는 내용을 다룬 이 작품은 사랑은 타이밍이지만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건 운명과도 같다는 점을 강조하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다소 소극적이지만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두 사람은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치며 첫차를 기다리는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소설책을 좋아하는 것부터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까지. 서로 너무 잘 맞는 두 사람은 수줍게 연애를 시작한다. 21살 두 청춘의 설레는 사랑을 담은 도입부를 시작으로 작품은 1년씩 시간을 더해갈수록 변해가는 관계와 감정에 주목한다.

봄과 같았던 두 사람의 사랑은 여름을 향하며 더욱 불타오른다. 그러다 가을 즈음이 되어 무르익는 모습을 보인다. 함께 집을 구하고 동거를 시작한 키누와 무기는 서로를 부모에게 소개까지 하며 당장이라도 결혼할 듯한 순간까지 오게 된다. 허나 가부장적인 무기의 아버지로 인해 그들 관계는 변화를 맞이한다.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이어가라는 말을 아들이 거절하자, 무기 아버지는 방세를 내던 지원금을 끊어버린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일러스트레이터가 꿈인 무기를 위해 키누는 빠르게 취업한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무기는 돈에 대한 압박과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세일즈업 회사에 취업한다. 여전히 학부 시절처럼 소설 읽는 걸 좋아하는 낭만적인 키누와 달리 무기는 점점 현실을 변명으로 각박하게 변해간다. 소설을 뒤로하고 성공하는 법을 다룬 자기계발서를 보는 무기의 모습은 키누가 사랑했던 21살의 무기가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키누와 무기의 사랑은 영화의 제목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두 사람은 수많은 꽃이 묶인 꽃다발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했다. 공통 관심사가 하나만 있어도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관계에서 너무나 잘 맞는 서로는 서로에게 꽃다발과 같았다. 허나 꽃다발은 꽃이 아니다. 꽃은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겨울이 지나 다시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다. 아무리 관리를 열심히 한다 하더라도 꽃다발의 꽃은 결국 시들어 다시 피어나지 않는다.

허나 꽃다발을 받아본 사람은 그 찬란한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더욱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게 된다. 꽃이 지는 걸 초조해하기 보다는 그 아름다운 순간을 품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방법을 익힌다. 이는 사랑 역시 인생을 살아가는 한 과정임을, 누군가를 만나고 떠나가는 순간 하나하나가 아름답고도 아픈 기억의 습작임을 알려준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이 작품은 사랑은 타이밍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무기와 키누의 사랑은 다른 시간에 서로를 만났다면 더 큰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겠지만, 21살의 두 사람처럼 행복했던 순간을 그릴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을 품게 만든다. 각각 키누와 무기 역을 맡은 아리무라 카스미와 스다 마사키는 동갑내기라는 점에서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두 캐릭터의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해낸다.

여기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 <눈물이 주룩주룩>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등을 연출한 도이 노부히로 감독은 본인의 장점인 장면에 맞춰 인물들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기교를 보여주며 몰입을 이끌어낸다. 키누와 무기가 카페에서 첫 만남을 가지는 커플을 보고 자신들의 과거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배우들의 감정선을 극대화시키는 능력을 통해 믿고 작업할 수 있는 감독이란 칭호를 얻은 도이 노부히로의 장점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든 하지 않았든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코드를 지닌 영화다. 누구나 살면서 지키고 싶은 행복한 순간이 있었고, 순간을 떠나보내는 법을 연습한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영화가 지닌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서정성은 물론 유럽영화에서 볼 수 있는 삶을 관조하고 사색하는 느낌까지 담아낸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모두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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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와 오디오클립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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