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월남전 참전 군인들의 명예와 권리도 존중받아야

2021. 6. 2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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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전 전투수당 아직도 못 받아
누가 목숨 걸고 전장 나가 싸우겠나
함경달 시인, 월남전 참전 소대장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보내는 심정이 착잡하다. 필자는 육군 장교로서 월남전(1964~1973)에 소대장으로 1971년 참전한 경험이 있다. 수많은 전우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파병돼 정글에서 목숨을 잃었다. 미·소 냉전 시대에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이 싸우던 비극적 전쟁은 지금도 참전 용사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세월이 덧없이 흘러 참전자의 평균 연령이 70대 후반을 넘었지만, 우리는 명예도 실리도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을 치른 군인에게 ‘국민 영웅’ 호칭을 주고 ‘영예의 메달’을 수여한다. 국가가 끝까지 명예와 복지를 챙겨준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월남전 참전군인들은 잊히고 외면받고 있다. 이런 나라가 다시 국난을 당하면 과연 누가 선뜻 국가를 위해 목숨 걸고 전장에 나가 싸우겠나.

월남전 당시 양 김(김영삼·김대중)은 정치적 이유로 참전을 반대했다. 1965년 당시 린든 B 존슨 미국 대통령은 월남전이 불리해지자 한국에 주둔하는 주한 미 8군 병력을 감축해 월남으로 빼가려 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고민하다 고육지책을 냈다. 미군을 국내에 묶어두면서 휴전선을 지키고, 대신 우리 군을 월남전에 파병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우리 세대는 역사적으로나 숙명적으로 참 어려운 시대를 경험했다. 유년기에 6·25를 겪었다. 20대에 월남전에 참전했다. 월남에 34만5000여명이 파병돼 5099명이 전사하고 1만1243명이 전상을 입었다. 고엽제 피해자만 16만여명이 생겼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나라를 돕고 국가 경제를 일으킨 세대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에 한국을 둘러싼 세계 환경은 만만치 않았다. 월남전 기간에 한국군 최초로 해외 파병이 이뤄졌다. 독일에는 광부 8000명과 간호사 1만명이 파견됐다. ‘한강의 기적’은 월남전 참전군인을 비롯해 이름 없는 국민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월남 참전군인과 파독 광부·간호사들은 잿더미에서 한국 경제를 일으킨 산업화의 주역이었지만, 좌·우파 정권 모두로부터 외면당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이후 우리 34만여 전우들은 무엇을 했나. 불행히도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 제대로 된 리더가 없었다. 물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때나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제대로 처리했다면 참전자의 정당한 명예를 평가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노 정부 시절에 월남전 참전자 출신 국회의원이 36명이나 됐지만, 참전자 보상을 위한 정책과 법안 논의는 못 했다. 월남전 파병 29년만인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겨우 ‘고엽제법’이 통과됐다.

월남전에 참전한 지 57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월남 참전 기념일’조차 제정하지 못했다. 참전자 수당 문제도 마찬가지다. 월남전 참전자는 지금까지 전투수당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장병 목숨값인 전투수당은 국가가 사실상 빼앗은 것이나 진배없다.

이승만·박정희 정부 때는 나라가 가난해 국가 예산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치자. 월남전 참전자인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때는 일부 정치군인들이 논공행상과 권력 나누기에 급급한 채 참전자들을 보살피지 않았다. 월남전 참전자는 박 대통령 사후에 ‘미운 오리 새끼’ 신세가 됐다.

다행히 지난 5월 18일 여야 의원들이 ‘월남전 참전군인 보상특별법’과 ‘전투수당 및 전투급여금 관련 특별법’을 발의해 일말의 기대를 갖게 됐다. 이 법은 34만여명의 전우가 기필코 쟁취해야 할 명예이자 권리다. 국회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월남전참전자회는 특별법 제정에 혼신을 다하길 촉구한다. 동시에 월남전 참전 역사에 대한 올바른 재평가를 기대한다.

함경달 시인, 월남전 참전 소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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