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전개·B급 감성, '병맛'이 매력인 삼국지

이학후 2021. 6. 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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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신해석 삼국지>

[이학후 기자]

 
▲ <신해석 삼국지> 영화 포스터
ⓒ (주)미디어캐슬
한 역사학자(니시다 토시유키 분)의 "오늘 강의에서는 제가 최근에 연구를 해서 알게 된 알려지지 않은 삼국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란 설명으로 시작하는 영화 <신해석 삼국지>는 중국의 유명한 역사소설 '삼국지' 가운데 도원결의부터 적벽대전까지 이야기를 코믹하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일본에선 2020년 실사 영화 흥행 랭킹 2위에 올랐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연출은 <변태가면>(2013), <변태가면 2: 잉여들의 역습>(2016), <은혼>(2017), <은혼 2: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2018), <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2020) 등 B급 감성과 병맛 코드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많은 매니아층을 보유한 후쿠다 유이치 감독이 맡았다. 그는 <신해석 삼국지>를 "오래전부터 가슴에 간직해 온 기획 중 하나"라며 "관객들이 이전의 '삼국지'가 아닌, 어디까지나 '신해석'으로 생각하고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한다.

<신해석 삼국지>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은 역사적 사실은 따르되 '왜, 어떻게'엔 '사실은 이렇지 않았을까?'란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면 유비가 제갈량의 집을 3번 찾아가서 군사로 모시는 삼고초려를 각색하여 유비(오이즈미 요 분)가 "필요하면 알몸도 될 수 있어"란 황당한 드립을 친다거나 제갈량(무로 츠요시 분)이 도리어 자기를 빨리 고용하라고 취업활동 모드에 나서는 식이다. 
 
▲ <신해석 삼국지> 영화의 한 장면
ⓒ (주)미디어캐슬
 
자기애로 가득한 조운(이와타 타카노리 분), 깨방정을 떠는 조조(오구리 슌 분), 팔랑귀 예스맨인 손권(오카다 겐시 분), 참수만 외치는 주유(카쿠 켄토 분) 등 '삼국지'의 주요 인물들은 후쿠다 유이치 스타일로 완전히 비틀어졌다. 대화는 말장난으로 가득하다. 극의 중간마다 1980년대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을 넣어 제작비도 줄이고 '삼국지 게임'의 향수도 자극한다. 마치 패러디와 개그로 점철된 <은혼>을 삼국지 버전으로 만든 느낌이다. 

가장 재미있게 재해석된 인물은 초선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중국 4대 미인으로 손꼽히는 초선을 가녀린 몸매라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신해석 삼국지>는 뜻밖의 몸무게를 지닌 '시대고증적 미인' 초선(와타나베 나오미 분)을 선보인다. 독보적인 개성으로 일본의 예능과 코미디에서 맹활약하는 와타나베 나오미가 보여주는 초선의 파워댄스는 배우들이 웃음을 참기 위해 고개를 숙일 정도로 포복절도할 장면이다.

<신해석 삼국지>에서 재해석만큼이나 돋보이는 건 화려한 출연진이다. 매사 투덜거리는 유비 역은 <해피 해피 브레드>(2012), <아이 엠 어 히어로>(2015),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2018) 등 다양한 장르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오이즈미 요가 열연했다. 후쿠다 유이치 감독은 <신해석 삼국지>의 기획 단계부터 주인공 유비 역에 오이즈미 요를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밝혔다. 

후쿠다 유이치 감독과 오랜 세월 함께 한 무로 츠요시는 깃털보다 가벼운 입담을 자랑하는 제갈량 역으로 또 한 번 독보적인 웃음을 선사한다. <은혼> 시리즈와 <변태 가면>으로 후쿠다 유이치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오구리 슌은 오두방정을 떠는 조조 역으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천년돌로 불리는 하시모토 칸나는 제갈량의 아내 황씨 부인으로 등장해 번번이 사고를 치는 남편을 위기에서 구한다. 히로세 스즈도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만날 수 있다.
 
▲ <신해석 삼국지> 영화의 한 장면
ⓒ (주)미디어캐슬
 
<신해석 삼국지>에서 역사학자는 두 가지 주장을 펼친다. 하나는 "역사라는 것에는 여러 가지 수수께끼가 남습니다. 다양한 설이 존재하지요. 오늘 보신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란 주장이다. 이것은 '삼국지'를 접한 관객에 따라 신선한 신해석과 과도한 신해석으로 반응이 갈릴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 이야기로 조금이라도 삼국지에 흥미가 생기셨다면 문헌을 한번 찾아보세요. 그러면 여러분 나름의 삼국지가 탄생할 겁니다"란 주장이다. 여기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지 않으리라 본다. <신해석 삼국지>가 너무나 황당무계한 전개를 펼치는 통에 '삼국지'를 접하지 않았던 분들이라면 도대체 원래 작품에선 인물들이 어떻게 다루었는지 찾아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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