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여행..숲에서 쉬고 물에서 놀다. 힐링 여행
강원도 화천군은 서울에서 2시간 거리지만 심산유곡이다. 골이 깊다 보니 주변에 리조트나 스키장 등의 상업 시설이 없었던 게 오히려 장점이 되어 요즘은 청정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정 지역답게 군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공기가 다름을 느낀다. 물이 반짝반짝 빛나는 화천에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시간을 소개한다.
화천으로 가는 길은 점점 초록이 짙어지는 길이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대개 포천을 지나 화천군의 가장 서쪽인 사내면을 먼저 만나는데, 두류산과 화악산 등 해발 1000m에 가까운 높은 산들과 용이 천 년간 머물다 승천했다는 용담계곡과 삼일계곡 등 물 맑은 계곡이 이어진다.
화천군은 전 면적의 86%가 고산준령이고, 군사 분계선과 가깝다는 지형적, 정치적 조건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 속도가 현저하게 늦었다. 산천 좋은 곳에 있을 법한 대형 리조트나 스키장 등 현란한 상업 시설이 거의 없어 천연의 자연 생태가 그대로 보존된 것이 한때는 2만여 군민들에게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을 부분일것이다. 허나 몇 년 전부터 국내 여행과 생태 여행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산 높고 골 깊은 화천군은 청정 지역으로 부각되어 국내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겨울이면 차갑고 맑은 물에서 자라는 산천어가 많아 축제를 열고, 여름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산약초와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 등을 키우는 생산자들이 크고 작은 행사를 벌이기도 하면서, 화천군은 붐비지 않는 천혜의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가 대표 훈남 배우 조인성과 차태현이 등장한 TV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을 제작한 곳도 화천군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뒤져서 그림처럼 예쁘고 소박한 구멍가게인 ‘원천상회’를 찾아내, 두 배우가 동네 주민들을 위해 라면을 끓이고 아이들 간식거리를 챙겨 주며 두어 달 동안 화천군 곳곳을 카메라에 담아 전국에 화천군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섬 전체를 휴게 시설 및 놀이동산으로 만들어 놓은 ‘붕어섬’과, 북한강을 따라 길게 조성된 수목원 산책로가 일품인 ‘아를테마수목원’, 동화 속 나라처럼 야생화와 소품으로 알록달록 꾸며 놓은 ‘동구래마을’, 전국 어린이들의 편지를 모아 핀란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전달해 주는 ‘산타클로스우체국’ 등은 화천군에서 지역 특성을 살려 군민들과 함께 개발한 화천군의 관광 문화 스폿들이다.
또한 최근에 화천군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연구하여 메뉴 개발과 창업 교육, 로컬 셰프 양성 등을 목적으로 문을 연 ‘화천힐링센터’는 셰프 위탁 교육 기관이지만 가을부터는 원데이 쿠킹 & 베이킹 클래스도 운영할 예정이라 들러 볼 만하다.
▶역사를 품고 있는 파로호
▶굽이굽이 아름다운 곡운구곡
봄이면 철쭉이 아름다운 제1곡 방화계부터 물 맑은 청옥협, 펑퍼짐하게 깔린 하얀 돌 위로 맑은 물이 여울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신녀협, 백운담, 명옥뢰, 와룡담, 명월계, 융의연, 그리고 층층이 쌓인 계곡의 바위가 멋진 제9곡 첩석대까지가 그것. 더운 여름 날, 아홉 개의 명소를 하나하나 찾아가서 계곡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선인들의 풍취 있는 삶의 여유를 되새겨보는 것도 새로운 여행 방법이 아닐까?
▶진정한 캠핑 마니아들의 공간, 러브팜캠핑장
자동차나 캐러밴을 몰고 와서 오토 캠핑을 할 수 있는 캠프31과 장비 없이 자연을 즐기며 묵을 수 있는 펜션31이 있어 상황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저녁이면 관리 사무소 옆에 자리한 계곡 뷰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근사한 산속 노을을 감상하기도 좋다. ‘로간’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대표의 부모님이 수십 년 동안 이곳에서 화훼농장을 운영, 러브팜캠핑장의 곳곳에 야생화가 자라고, 비닐하우스에서 허브와 꽃들이 자라는 것도 볼 수 있다. 짙은 나무 그늘 아래 텐트를 치고 청정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힐링하고 싶은 이들에게 첫 번째로 추천하는 캠핑장이다.
▶초록빛 가득한 놀이동산, 붕어섬
섬 가운데 길게 늘어선 기찻길은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카트레일카가 다니는 곳. 에어링 화천으로 짚라인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고, 카약, 수상 미로 등 다양한 물놀이 체험도 할 수 있다. 섬 남단에는 널찍한 잔디 구장, 테니스장, 풋살장 등 운동 시설과 야외 공연장, 발 지압장, 꼬마 자동차 교육장 등 문화 시설, 그리고 평상을 넉넉히 배치한 휴게 시설 등이 있다. 무엇보다 나무 향기 맡으며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면서 강바람 맞으며 두어 시간 휴식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거례리 사랑나무가 있는 아를테마수목원
최근에 여러 편의 드라마와 뮤직 비디오를 통해서 유명해진 거례리 사랑나무는 딱 그런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100년 수령의 느티나무다. 그 아래 벤치에 앉아 있으면 날 좋은 날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기에 좋고,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물안개 촉촉한 강에서 상념에 잠기기 좋다.
수목원 남쪽에는 강 가운데 작은 섬까지 다리를 놓고, 끝에 반지 모양의 전망대를 만들어 반지교라 부르는 곳이 있다. 사랑나무 밑에서 애정을 확인하고, 반지교에서 소중한 약속을 한다는 스토리텔링일까? 여하튼 화천군은 여름이면 해바라기가 장관일 이곳에 1만여 평의 생태 경관 숲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야생화 동산, 동구래마을
입구부터 자디잔 꽃들과 색색으로 장식한 돌 장식품들을 구경하자면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예쁘다’며 쉬지 않고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공예품들의 도열이 끝날 즈음이면 야생화 비닐 온실이 나오고, 한쪽에는 도자기 체험을 하는 공방 건물이 있다. 그 건물 뒤로 야생화 단지와 연꽃 단지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나오는데, 조각품들이 군데군데 있어 구경하며 쉬엄쉬엄 둘러볼 만하다.
▶산타의 답장을 확실히 받을 수 있는 산타클로스우체국
산천어로 유명한 화천군이 세계 겨울 축제에 참가한 인연으로 핀란드의 산타클로스 고장인 로바니에미시 산타 우체국과 독점 라이선스를 맺으면서 2018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우체국에는 산타클로스 관련 인형이나 소품, 엽서와 기념품이 비치되어 있고, 산타클로스 모형 옆에서 사진 찍을 수 있는 실내외 포토 존도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산타 할아버지가 화천군에 직접 방문해 기념 촬영도 하고 썰매 퍼레이드도 여는 축제가 벌어진다.
▶차태현과 조인성이 다녀간 원천상회
깜짝 휴가를 마치고 가게로 돌아온 할머니 사장님은 줄을 이어 들어오는 손님들을 연신 밝은 웃음으로 맞아 주신다. 가게에는 방송 프로그램 포스터와 두 배우의 입간판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되고 있다. 화제가 되었던 대게 라면에 게 다리는 없다. 할머니 혼자 운영하려니 대게 손질이 너무 힘들어서 육수로 뽑아 라면에 넣고 끓이기로 했다고. 육수를 공들여 뽑으셔서 그런지 라면을 다 먹을 때까지 게 육수의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화천군의 식문화 허브, 화천힐링센터
CJ비비고 론칭을 맡았던 박정석 셰프와 특급 호텔 F&B 디렉터 출신의 구유회 이사를 영입해 한식과 양식을 비롯해 베이커리와 수제 맥주 등의 전문 교육을 한다. 생태힐링센터를 중심으로 명상 갤러리와 저온 저장고, 소금 창고, 장독 정원과 관리동과 기숙사를 갖춘 화천힐링센터는 화천군의 청년 인재를 육성하고 식재료를 연구 개발하는 곳이지만, 식재료 개발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80여 개 항아리가 도열한 장독대 구경도 볼 만 하다. 올가을에는 원데이 쿠킹 클래스나 베이킹 클래스를 계획 중이라 하니, 여행도 하고 요리도 배우는 일석이조의 나들이 코스가 될 듯하다.
[글과 사진 신혜연(헤이컴 대표, 콘텐츠 기획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85호 (21.06.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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