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여행..숲에서 쉬고 물에서 놀다. 힐링 여행

2021. 6. 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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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은 서울에서 2시간 거리지만 심산유곡이다. 골이 깊다 보니 주변에 리조트나 스키장 등의 상업 시설이 없었던 게 오히려 장점이 되어 요즘은 청정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정 지역답게 군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공기가 다름을 느낀다. 물이 반짝반짝 빛나는 화천에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시간을 소개한다.

북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는 이들이 쉬어 가는 동구래마을 앞 풍경

화천으로 가는 길은 점점 초록이 짙어지는 길이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대개 포천을 지나 화천군의 가장 서쪽인 사내면을 먼저 만나는데, 두류산과 화악산 등 해발 1000m에 가까운 높은 산들과 용이 천 년간 머물다 승천했다는 용담계곡과 삼일계곡 등 물 맑은 계곡이 이어진다.

화천군은 전 면적의 86%가 고산준령이고, 군사 분계선과 가깝다는 지형적, 정치적 조건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 속도가 현저하게 늦었다. 산천 좋은 곳에 있을 법한 대형 리조트나 스키장 등 현란한 상업 시설이 거의 없어 천연의 자연 생태가 그대로 보존된 것이 한때는 2만여 군민들에게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을 부분일것이다. 허나 몇 년 전부터 국내 여행과 생태 여행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산 높고 골 깊은 화천군은 청정 지역으로 부각되어 국내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겨울이면 차갑고 맑은 물에서 자라는 산천어가 많아 축제를 열고, 여름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산약초와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 등을 키우는 생산자들이 크고 작은 행사를 벌이기도 하면서, 화천군은 붐비지 않는 천혜의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가 대표 훈남 배우 조인성과 차태현이 등장한 TV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을 제작한 곳도 화천군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뒤져서 그림처럼 예쁘고 소박한 구멍가게인 ‘원천상회’를 찾아내, 두 배우가 동네 주민들을 위해 라면을 끓이고 아이들 간식거리를 챙겨 주며 두어 달 동안 화천군 곳곳을 카메라에 담아 전국에 화천군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넓은 파로호의 선착장에 정박 중인 물빛누리호. 봄부터 가을까지 성수기에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 1일 2회 운항하니 시간표를 확인해 볼 것.
꼭 방송 때문이 아니라도 화천군은 2021년 국내 여행계의 블루칩이다. 우선 화천에는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관광 명소가 꽤 있다. 금강산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북한강으로 남하하면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호수 ‘파로호’와 아홉 개의 이름과 사연을 지닌 ‘곡운구곡’은 드라이브만으로도 마음이 확 트이는 아름다운 전망 여행지다. 요즘 캠핑 열풍의 시발점으로 유명한 ‘러브팜캠핑장’도 젊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섬 전체를 휴게 시설 및 놀이동산으로 만들어 놓은 ‘붕어섬’과, 북한강을 따라 길게 조성된 수목원 산책로가 일품인 ‘아를테마수목원’, 동화 속 나라처럼 야생화와 소품으로 알록달록 꾸며 놓은 ‘동구래마을’, 전국 어린이들의 편지를 모아 핀란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전달해 주는 ‘산타클로스우체국’ 등은 화천군에서 지역 특성을 살려 군민들과 함께 개발한 화천군의 관광 문화 스폿들이다.

또한 최근에 화천군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연구하여 메뉴 개발과 창업 교육, 로컬 셰프 양성 등을 목적으로 문을 연 ‘화천힐링센터’는 셰프 위탁 교육 기관이지만 가을부터는 원데이 쿠킹 & 베이킹 클래스도 운영할 예정이라 들러 볼 만하다.

▶역사를 품고 있는 파로호

파로호는 일제 강점기던 1944년에 일본이 대륙 침략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10억 톤의 물을 담은 화천댐을 만들면서 생긴 인공 호수다. 당시에는 ‘화천호’라는 이름이었으나 1950년 한국 전쟁 때 적군 수만 명을 수장시킨 곳이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라는 뜻으로 ‘파로호破虜湖’로 명명했다고. ‘파로호’라는 이름만 듣고, 직감적으로 ‘맑고 푸른 호수’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름의 뜻을 알고 보니 호수가 달라 보이긴 한다. 최근에 호수 이름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 파로호 국민 관광지 입구에는 횟집과 카페들도 있지만, 선착장 벤치에 앉아 진정한 ‘물멍’을 경험하거나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유람선 물빛누리호를 타고 호수를 돌아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굽이굽이 아름다운 곡운구곡

곡운구곡 신녀협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곳이라 화천 역시 조선 시대부터 속세의 삶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겠다고 찾아드는 선비들이 있었다. 조선 후기 문신이며 성리학자 김수증은 산천 유람을 즐기던 이로 강원도 화천군에 들어와 이 부근의 경치 좋은 곳들에 자신의 호인 곡운谷雲을 따서 곡운구곡으로 삼았다. 사내면 용담리와 삼일리에 걸쳐 있어 크고 작은 폭포와 자연스럽게 형성된 소의 아름다움에 반해 골짜기마다 시구를 지어 풍경을 칭송하고, 화가 조세걸로 하여금 ‘곡운구곡도’를 그리게 하기도 했다.

봄이면 철쭉이 아름다운 제1곡 방화계부터 물 맑은 청옥협, 펑퍼짐하게 깔린 하얀 돌 위로 맑은 물이 여울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신녀협, 백운담, 명옥뢰, 와룡담, 명월계, 융의연, 그리고 층층이 쌓인 계곡의 바위가 멋진 제9곡 첩석대까지가 그것. 더운 여름 날, 아홉 개의 명소를 하나하나 찾아가서 계곡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선인들의 풍취 있는 삶의 여유를 되새겨보는 것도 새로운 여행 방법이 아닐까?

▶진정한 캠핑 마니아들의 공간, 러브팜캠핑장

러브팜캠핑장. 아름드리 나무숲과 곡운구곡을 끼고 있는 청정 자연 캠핑장이다(사진 러브팜 캠핑장), (사진 러브팜 캠핑장)
곡운구곡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러브팜캠핑장은 캠핑 인구가 점점 늘고 있는 요즘, 화천의 청정 계곡을 끼고 있는 숲속 캠핑장으로 캠핑 마니아들에게 유명하다. 수십 년 수령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만드는 나무 그늘이 깊고, 잔디 구장과 놀이터가 있고, 수달이 살 정도로 맑은 화천의 곡운구곡 중 제8곡 융의연을 끼고 있어 캠핑하면서 물놀이도 하고, 자연의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2013년에 포털 사이트의 캠핑 관련 카페에서 신생 캠핑장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유명해져서 정부 표창도 받고, 캠핑장으로서는 중견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다.

자동차나 캐러밴을 몰고 와서 오토 캠핑을 할 수 있는 캠프31과 장비 없이 자연을 즐기며 묵을 수 있는 펜션31이 있어 상황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저녁이면 관리 사무소 옆에 자리한 계곡 뷰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근사한 산속 노을을 감상하기도 좋다. ‘로간’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대표의 부모님이 수십 년 동안 이곳에서 화훼농장을 운영, 러브팜캠핑장의 곳곳에 야생화가 자라고, 비닐하우스에서 허브와 꽃들이 자라는 것도 볼 수 있다. 짙은 나무 그늘 아래 텐트를 치고 청정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힐링하고 싶은 이들에게 첫 번째로 추천하는 캠핑장이다.

▶초록빛 가득한 놀이동산, 붕어섬

화천군청이 있는 화천읍 남쪽으로 흐르는 화천강 한가운데 작은 섬이 하나 있다. 예전에 참붕어가 많아 낚시꾼이 많이 몰려서 붕어섬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 섬은 전체가 놀이터이자 휴식 공간이다. 화천군에서 환경 보존 및 자연 친화적 요소를 가미해 사계절 녹색 체험 휴양지로 조성했는데, 곳곳에 포토존도 만들어서 군부대 면회 온 가족 친지들에게는 추억을, 군민들에게는 휴식을 주는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섬 가운데 길게 늘어선 기찻길은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카트레일카가 다니는 곳. 에어링 화천으로 짚라인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고, 카약, 수상 미로 등 다양한 물놀이 체험도 할 수 있다. 섬 남단에는 널찍한 잔디 구장, 테니스장, 풋살장 등 운동 시설과 야외 공연장, 발 지압장, 꼬마 자동차 교육장 등 문화 시설, 그리고 평상을 넉넉히 배치한 휴게 시설 등이 있다. 무엇보다 나무 향기 맡으며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면서 강바람 맞으며 두어 시간 휴식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거례리 사랑나무가 있는 아를테마수목원

아를테마수목원 거례리의 사랑나무, 아를테마수목원 반지교
한 세기를 그 자리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버틴 나무는 그 세월 동안 자신의 몸집만 불린 것이 아니라, 여름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을, 가을에는 근사한 단풍과, 불쏘시개로 좋을 나뭇잎을 떨구어 주면서 사람은 물론이고 각종 새와 곤충들에게 먹을 것과 안식처를 제공하는, 말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최근에 여러 편의 드라마와 뮤직 비디오를 통해서 유명해진 거례리 사랑나무는 딱 그런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100년 수령의 느티나무다. 그 아래 벤치에 앉아 있으면 날 좋은 날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기에 좋고,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물안개 촉촉한 강에서 상념에 잠기기 좋다.

수목원 남쪽에는 강 가운데 작은 섬까지 다리를 놓고, 끝에 반지 모양의 전망대를 만들어 반지교라 부르는 곳이 있다. 사랑나무 밑에서 애정을 확인하고, 반지교에서 소중한 약속을 한다는 스토리텔링일까? 여하튼 화천군은 여름이면 해바라기가 장관일 이곳에 1만여 평의 생태 경관 숲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야생화 동산, 동구래마을

북한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중간에 동구래마을이라는 예쁜 이름의 마을이 있다. 화천군에서 공예 공방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1000여 평(약 3300㎡) 부지에 복수초, 금낭화, 매발톱꽃 등 50여 종에 달하는 토종 야생화를 심어 종자를 보존하고 증식하고자 만든 곳이다. 이름도 그 씨앗과 꽃을 상징하는 의미로 ‘동그란’이란 말에서 ‘동구래’라는 말을 뽑아냈다고 한다.

입구부터 자디잔 꽃들과 색색으로 장식한 돌 장식품들을 구경하자면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예쁘다’며 쉬지 않고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공예품들의 도열이 끝날 즈음이면 야생화 비닐 온실이 나오고, 한쪽에는 도자기 체험을 하는 공방 건물이 있다. 그 건물 뒤로 야생화 단지와 연꽃 단지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나오는데, 조각품들이 군데군데 있어 구경하며 쉬엄쉬엄 둘러볼 만하다.

▶산타의 답장을 확실히 받을 수 있는 산타클로스우체국

이곳에서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면 답장 받을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화천군 산타클로스우체국 대한민국 본점
강원도 화천 읍내에 빨간 목재 건물이 뜬금없이 한 채 있다. 산타클로스우체국 대한민국 본점이라고 큰 간판이 붙어 있는 이 건물은 실제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1년 365일 언제든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우체국이다. 그냥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면 답장을 받을 확률이 희소하지만, 여기 화천군 산타클로스우체국 대한민국 본점으로 편지를 보내면 답장을 받을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것.

산천어로 유명한 화천군이 세계 겨울 축제에 참가한 인연으로 핀란드의 산타클로스 고장인 로바니에미시 산타 우체국과 독점 라이선스를 맺으면서 2018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우체국에는 산타클로스 관련 인형이나 소품, 엽서와 기념품이 비치되어 있고, 산타클로스 모형 옆에서 사진 찍을 수 있는 실내외 포토 존도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산타 할아버지가 화천군에 직접 방문해 기념 촬영도 하고 썰매 퍼레이드도 여는 축제가 벌어진다.

▶차태현과 조인성이 다녀간 원천상회

화천군 하남면의 구멍가게인 원천상회에서 차태현과 조인성 배우가 사장이 되어 장사를 하는 콘셉트의 TV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의 촬영지인 원천상회가 방송 이후 화천군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깜짝 휴가를 마치고 가게로 돌아온 할머니 사장님은 줄을 이어 들어오는 손님들을 연신 밝은 웃음으로 맞아 주신다. 가게에는 방송 프로그램 포스터와 두 배우의 입간판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되고 있다. 화제가 되었던 대게 라면에 게 다리는 없다. 할머니 혼자 운영하려니 대게 손질이 너무 힘들어서 육수로 뽑아 라면에 넣고 끓이기로 했다고. 육수를 공들여 뽑으셔서 그런지 라면을 다 먹을 때까지 게 육수의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화천군의 식문화 허브, 화천힐링센터

화천군의 식문화 개발 허브이자 로컬 셰프 양성소로 새로 문을 연 화천힐링센터
화천군은 청정 지역인 만큼 생산되는 식재료의 품질이 좋다. 여름이면 토마토, 겨울에는 산천어가 풍부해 축제를 벌일 정도다.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천의 심산유곡에서 나는 산약초와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와 토마토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화천군에서는 지난 6월 초, 식재료 연구와 조리법 개발, 로컬 셰프 양성과 군민 창업 교육 등을 위해 식재료 R&D센터인 화천힐링센터를 열었다.

CJ비비고 론칭을 맡았던 박정석 셰프와 특급 호텔 F&B 디렉터 출신의 구유회 이사를 영입해 한식과 양식을 비롯해 베이커리와 수제 맥주 등의 전문 교육을 한다. 생태힐링센터를 중심으로 명상 갤러리와 저온 저장고, 소금 창고, 장독 정원과 관리동과 기숙사를 갖춘 화천힐링센터는 화천군의 청년 인재를 육성하고 식재료를 연구 개발하는 곳이지만, 식재료 개발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80여 개 항아리가 도열한 장독대 구경도 볼 만 하다. 올가을에는 원데이 쿠킹 클래스나 베이킹 클래스를 계획 중이라 하니, 여행도 하고 요리도 배우는 일석이조의 나들이 코스가 될 듯하다.

[글과 사진 신혜연(헤이컴 대표, 콘텐츠 기획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85호 (21.06.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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