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부부의 연을 끊고 살아도 행복한 부부
바람만 불면 싸우는 부부가 있다.
그냥 싸우는 게 아니다. '연을 끊을' 정도로 싸운다. 그것도 공중에서….
"부부싸움요? 우린 연을 끊을 때까지 싸운다"며 "하루에 열두번도 싸운다"고 한다.
바로 서울 동교동에 사는 현정호(65)·최경숙(62)씨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어떤 싸움이길래 공중전까지 펼치는 것일까.
"땅에서 싸우는 건 재미없지요. 저희 부부는 공중전을 펼칩니다"
부부의 취미는 연(鳶)을 끊는 것으로 승부를 가리는 ‘연싸움(투연)’이다.
'스포츠 카이트' 를 10년 동안 즐기다가 2년 전 투연이 가능한 방패연으로 바꿨다고 한다. 남편은 "투연 입문 시기는 같지만, 부인이 6:4로 우세하다"며 부인을 치켜세웠다.
세시풍속 행사 때나 날리는 연을 이들 부부는 시간만 나면 날린다. 주중에는 한강과 난지도에서 연을 날리고, 주말엔 한 주 동안 익힌 기술을 발휘하는 실전을 펼친다.
휴일인 20일 부부는 동호인 10여명과 함께 경기도 시흥의 폐염전을 찾았다.
부인 최경숙 씨의 연이 먼저 세상에서 가장 넓은 링에 올랐다. 갈지자(之) 모양을 그리며 하늘 높이 상승한 연은 안정된 자세를 취하며 남편 현정호 씨의 연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남편 연도 강한 바람을 타며 힘차게 하늘로 치솟아 수직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힘을 과시했다.
부인 연이 먼저 남편 연의 빈틈을 찾는 듯 좌우로 짧게 움직였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남편 연의 옆면을 노리는 듯했다. 곧이어 급강하하는 남편 연의 측면을 비집고 들어간 부인 연은 얼레를 강하게 당기자 하늘로 수직으로 상승하며 남편 연줄을 끊고 치솟았다. 그 순간 남편 연줄이 툭 끊어지며 연은 더는 바람을 받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갔다. 남편은 물에 떠내려가는 낙엽을 바라보듯 멍하게 하늘을 응시했다. 투연 모습은 마치 교전을 벌이는 초음속 전투기가 공중전을 펼치는 모습과 흡사했다.
부부가 '연을 끊는' 취미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운동 효과 때문이라고 말한다.
방패연을 날리기 위해서는 얼레에 감겨 있는 연실을 수백 번 풀고 감기를 되풀이하는 과정은 어떤 운동 못지않다는 것이다. 1500m의 연실이 감겨 있는 얼레는 무게가 1kg에 이르고, 바람 저항으로 발생하는 무게까지 합하면 얼레는 이보다 훨씬 무거워진다. 남편은 평생 앓아오던 목과 허리 통증이 사라진 이유를 연날리기 덕분이라고 말한다.
부부는 또 심리적 안정을 두 번째로 꼽는다.
드넓은 하늘에 떠 있는 연을 날리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의 상념과 번뇌가 사라지고, 시력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연은 두뇌 활동을 자극하는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투연의 기술은 바둑판의 수보다 더 많이 존대한다고 말한다.
하루 '결투'를 마친 부부는 바람에 실려 날아간 연을 찾기 위해 바다 갈대밭으로 향했다.
부부는 "동호인들은 폐염전을 수색해 끊어져 날아간 연을 모두 회수한다. 연실이 새 등 동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라이언 일병' 구하듯 샅샅이 뒤져 찾아온다"고 말한다. 사진·글=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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