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게임 업계 외도..웹툰·드라마부터 케이팝까지 '非게임 바람'

김기진 2021. 6. 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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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에 비(非)게임 바람이 분다. 엔터테인먼트, 금융, 콘텐츠 등 게임 이외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어난다. 게임 업계가 ‘외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기업 중 게임 이외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곳이 늘어난다. 사진은 엔씨소프트,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 합작법인 출범식. <엔씨소프트 제공>
▶금융·펫푸드·우주 눈독

▷넷마블 “비게임 사업 지속 투자 예정”

국내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중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기업은 단연 넥슨. 지주사 NXC가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2013년 유모차 기업 스토케와 레고 거래 중개 업체 브릭링크를 인수했고 2017년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최대주주가 됐다. 같은 해 반려동물 사료 업체 아그라스델릭도 사들였다. 이듬해에는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품에 안았다. 2019년에는 2013년 인수한 브릭링크를 매각하고 패딩 브랜드 무스너클로 유명한 의류 업체 무스패션 지분을 매입했고 2020년에는 펫푸드 기업 세레레를 인수하며 M&A 행진을 이어갔다. 금융 거래 플랫폼 개발을 위해 자회사 아퀴스도 설립했다. 미국 민간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에 16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모빌리티 기업 FGX모빌리티에 942억원을 투자하며 이슈가 됐다.

엔씨소프트는 금융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공략 중이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함께 AI 간편 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올해 1월에는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앱 ‘유니버스’를 선보였다. 유니버스를 이용하면 예능 프로그램, 화보 등 케이팝 아티스트 독점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메시지 기능을 활용해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브레이브걸스, (여자)아이들, 강다니엘, 몬스타엑스 등 여러 케이팝 스타가 유니버스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를 통해 분석한 결과 4월 유니버스 MAU(월간 실사용자 수)는 약 13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엔씨소프트는 콘텐츠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와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 영화 ‘승리호’ 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 시각특수효과 업체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에 투자했다. 웹툰·웹소설 서비스 버프툰도 운영 중이다.

넷마블은 2019년 말 생활가전 업체 코웨이 지분을 인수했다. 이 밖에도 BTS(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등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받는 기업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넷마블 측은 올해 2월 열린 2020년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도 게임 외 유망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회사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3N 이외 기업도 사업 다각화 활발

▷NHN 게임 매출 비율 30% 미만

3N 이외 기업 중에는 NHN 행보가 돋보인다. NHN은 2013년 네이버에서 게임 사업 부문(한게임)을 떼 분사하면서 시작된 기업이다. 2013년만 해도 PC·모바일 게임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이었다. 하지만 2021년 1분기 기준 게임 사업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8.54%까지 감소했다. 분사 이후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벅스’, 웹툰 서비스 ‘코미코’, 이커머스 솔루션 ‘샵바이’ ‘고도몰5’ 등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결과다. 여전히 ‘한게임’ ‘라인팝2’ 등 여러 게임을 서비스하지만 ‘게임 회사’라 부르기 어색할 정도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됐다.

이 밖에 게임 기업 중에는 콘텐츠 분야에 도전하는 곳이 많다. 크래프톤, 컴투스, 스마일게이트가 대표적이다.

FPS(총 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이름을 알린 크래프톤은 지난해 드라마 제작사 히든시퀀스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히든시퀀스는 드라마 ‘미생’ ‘시그널’ 등 인기 작품 제작에 참여한 PD 출신 이재문 대표가 2016년 말 설립한 회사. 크래프톤은 히든시퀀스와 함께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한 자사 게임 IP를 활용해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게임을 제작할 때 활용할 오리지널 IP를 발굴할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3월 커플 메신저 앱 ‘비트윈’을 인수하기도 했다.

컴투스는 웹툰 시장에 관심을 보인다. 올해 5월 초 웹툰 제작사 케나즈와 함께 웹툰·웹소설 제작사 정글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컴투스가 전체 지분의 56%, 케나즈가 나머지 44%를 보유한다. 이우재 케나즈 대표가 정글스튜디오 대표를 맡아 콘텐츠 제작을 진두지휘한다. 케나즈가 보유한 작가 20여명이 핵심 인력으로 투입된다. 컴투스 대표 IP인 ‘서머너즈 워’를 토대로 한 웹툰과 웹소설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2년 1분기 연재 시작이 목표다. 앞서 컴투스는 지난해 MCN 기업 클레버이앤엠 지분을 확보하고 올해 2월 웹툰·웹소설 제작사 엠스토리허브, 3월 시각특수효과 업체 위지윅스튜디오, 4월 종합 미디어 콘텐츠 기업 미디어캔 지분 매입을 발표한 바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드라마·영화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지난해 스마일게이트는 대표 게임인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해 만든 드라마 ‘천월화선’을 중국에서 선보였다. 이 드라마는 누적 조회 수 18억뷰를 돌파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메이저 배급사인 소니픽처스와 손잡고 크로스파이어 IP로 영화를 제작 중이다. 올해 3월에는 국내 영화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합작법인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를 설립했다. 리얼라이즈픽쳐스는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굵직한 작품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린 회사다. 세 영화 모두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을 통해 보유 IP를 활용한 영화, 드라마 등을 만들 계획이다.

▶사업 영역 확장하는 이유는

▷게임 경쟁 치열, 산업 융복합 시대

게임 기업은 왜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공을 들일까.

무엇보다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이 우선적인 원인이다. 지난해 게임 업계는 예상치 못한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소비자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자 자연스럽게 게임 수요가 증가했다. 하지만 팬데믹 효과를 떼놓고 보면 시장 환경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게임 시장 축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롱런하는 작품을 내놓기 어려워졌다. 국내 시장에서 매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중국 작품이 늘었다는 것도 경쟁이 심화된 요인으로 언급된다. 반면 국내 기업이 만든 게임은 수년째 중국 외자판호(외산 게임 유통 허가)를 받지 못했다.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한 것도 악재다. 업계 한 관계자는 “PC 게임은 호흡이 긴 반면 모바일 게임은 휘발성이 강하다. 신작이 쉼 없이 쏟아져 새 게임을 내놔도 주목받기 어렵고 인기를 끌어도 장기 흥행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과거에는 한국 기업에 비해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던 중국 게임 업체 개발력이 급격히 개선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꾸준히 수익을 내려면 게임 이외 캐시카우 역할을 할 만한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게임에서 활용하는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게임 기업이 기술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 분석도 눈길을 끈다.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은 게임에서 흔하게 쓰이는 기술인데 이들은 금융업이나 제조업, 콘텐츠 등 여러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술 융복합이 대세로 자리 잡은 시대인 만큼 게임 회사가 다른 산업으로 진출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2호 (2021.06.09~2021.06.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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