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의 랜드is] 개성 사라진 홍대 상권..서브컬쳐 모은 멀티 플렉스의 선전

서지영 2021. 6. 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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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개성 사라진 홍대거리
AK&홍대 등 과거 핫플레이스 모여들며 새로운 상권 형성 분위기
개성 넘치던 서울 홍대 상권이 코로나19로 위기와 함께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젊은이들의 '핫플' 홍대 거리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개성 넘쳤던 거리도 흔하디흔한 풍경으로 변한 지 된지 오래다.

최근 홍대 메인 거리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였던 '서브컬쳐(하위문화·Subculture)' 매장들이 대로변 쇼핑몰로 모여들면서 상권 변화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휑한 홍대 입구…개성이 사라졌다

"권리금이요? 홍대 전철역 입구 옆도 권리금 없이 들어갈 수 있어요." 지난달 27일 홍대 인근에 있는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1층 50평(165.3㎡)대부터 2층 30평(99.2㎡)대까지 고루 있다. 메인 거리라 노출이 좋다. 무권리고,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던 이 관계자의 부동산 쇼윈도에는 새로운 상점을 기다리는 무권리 물건들이 촘촘하게 붙어있었다. 코로나19 전만해도 권리금만 4000만~7000만원을 넘나들던 곳들이었다.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최근 홍대 상권을 엿볼 수 있는 풍경은 곳곳에 차고 넘쳤다. 1~2층을 통임대한다고 써 붙인 상가건물, 멀티플렉스 일부 층 임대 중이라는 알림 문구가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왔다.

이 지역을 오랜 시간 지켜온 터줏대감도 사라져간다. 홍익대 인근에서 오랜 시간 영업을 해왔던 CU 편의점 직영점은 지난 4월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홍대 입구역 사거리에 자리한 맥도날드 홍대점은 1월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가는 스타벅스 홍대 갤러리점 역시 4월을 마지막으로 철수했다. 이색적인 빵을 팔던 가게부터 자그마한 커피숍 등 나름대로 홍대의 특색을 반영해 왔던 가게들도 문을 닫아걸었다.

서울 마포구 홍대의 폐업한 유흥시설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거리도 한산했다. 관광객도 줄었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교정을 찾는 홍익대학교 학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

2년 전이라면 통기타를 든 가수나 인디밴드가 목청껏 노래를 부르던 장소는 '버스킹 금지' 안내 플래카드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관광 안내를 맡은 도우미는 "외국인 관광객이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아주 많이 줄었다"며 "외국인 말고도 홍대 지리를 잘 모르는 국내인에게도 길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거리의 더 큰 문제는 홍대만의 독특한 개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홍대 터줏대감이자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던 가게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저렴한 휴대폰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가 상당 부분 채워져 있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홍익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100m 남짓한 길가에 이런 가게만 5곳에 달했다.

홍대에서 떡볶이를 파는 한 가게 관계자는 "여기에 휴대폰 액세서리 숍이 요즘 정말 많이 늘어났다. 작은 길 하나를 두고 이런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몇해 전에는 머리핀이나 귀걸이 같은 것을 파는 곳이 많았는데 그 자리를 휴대폰 액세서리 가게가 다 채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가게들은 전에 있던 가게가 문을 닫고 깔세(전전세)로 들어오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0%로, 전 분기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서울의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8.9%, 소규모 상가 6.5%로 집계됐다. 대표 관광지인 명동과 홍대 지역의 타격이 컸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은 공실률이 38.4%에 달했다. 이태원 상권이 31.9%, 홍대·합정 상권이 22.6%의 공실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빈 상가가 늘면서 상가 임대료도 하락했다. 지난 1분기 전국의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작년 4분기 대비 0.26% 하락해 ㎡당 2만5600원을 기록했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2019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23개월 연속 줄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감소 폭이 10만 명은 넘지 않았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지난해 2월부터 계속 10만~20만 명대 감소를 나타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로 다중이용시설 운영이 한시적으로 중단되고 제한된 경험이 매출에 타격을 줬을 것"이라며 "서울의 상가 수는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K&홍대 5층에 자리한 애니메이트 전경

'핫플' 끌어안은 AK&홍대의 성공

홍대 상권 전반이 침체한 가운데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핫플로 떠오른 곳이 있다.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 자리 잡은 AK&홍대다.

AK&홍대는 2018년 AK플라자가 선보인 NSC(Neighborhood Shopping Center, 지역친화형 쇼핑센터) 쇼핑몰이다. NSC는 상권 거주민을 대상으로 그 지역에만 특화된 서비스와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근린형 쇼핑몰을 뜻한다. AK&홍대는 주요 공략 고객층을 기존 홍대 상권의 10~20대, 연남동 및 경의선숲길 상권의 20~40대 직장인 및 가족,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정하고 이들이 선호하는 카테고리를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관광객은 물론 이 지역을 오가는 내국인도 크게 줄자 AK&홍대는 서브컬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서브컬쳐란 2D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콘텐트를 주로 가리킨다.

AK&홍대는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이 지역을 자주 찾는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식음료가 모여있던 5층 220평을 통째로 바꿨다. 지난 5월 인근에 있던 애니메이션 굿즈 전문가게 애니메이트와 북새통문고를 유치했고, 애니메이션 카페 팝퍼블,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전문점 플레이원피스, 중고 피규어 판매샵 리펀샵, 게이머 라이프 스타일 전문샵 슈퍼플레이, 굿즈 랜덤구매 샵 제일복권샵, 서브컬쳐 콘텐츠 전문 카페 모펀을 한층에 모아놨다. 하나같이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콘텐트로 삼는 가게들이다.

AK플라자 관계자는 본지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AK&홍대 진짜 홍대다운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5층은 서브컬쳐와 연관된 매장만 모았는데 주효했다"며 "지난 5월 1일 애니메이트가 오픈할 때는 건물 1층까지 줄을 설 정도로 인기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애니메이트에서 만난 김연주(학생·16) 씨는 "AK&홍대는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성지'로 통한다. 애니메이트 외에도 5층에 다양한 서브컬쳐 관련 매장이 많아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AK&홍대 5층에 자리한 서브컬쳐 관련 매장 중 하나인 플레이 원피스 앞에서 피규어를 들고 있는 모델들
서울 마포구 AK&홍대 1층에 위치한 한 저가항공사 기내식 카페에서 승무원이 기내식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브컬쳐를 위해 AK&홍대를 찾았던 젊은 고객은 자연스럽게 몰 안 다른 매장으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AK&홍대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의 팝업스토어 여행맛은 진짜 베테랑 승무원이 유니폼을 입고 현장에서 주문을 받고 기내식을 조리해 줘 인기 만점이다. 비행기 내부와 흡사한 인테리어까지 갖춰서 코로나19 때문에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지 못한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후문이다.

AK&홍대 17층에 자리한 무신사 테레사 전경

AK&홍대 17층에 자리 잡은 '무신사 테라스'도 인기다. 무신사 테라스는 국내 1위 쇼핑몰 무신사가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무신사는 스카이라운지 층을 모두 사용하는 이곳에서 무신사의 협업 제품을 전시한다. 각종 공연도 진행돼 공휴일에는 1000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무신사 테라스를 찾은 한 고객은 "여기가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떠오르는 핫플로 알고 찾아왔다. 볼거리와 먹거리도 괜찮고 특히 '뷰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현재 단 한 곳을 빼고는 공실이 없다. '취향'이라는 콘셉트 아래 여러 매장을 모았는데 많은 고객이 몰려들어 내부적으로 고무된 분위기"라며 "홍대는 여러 문화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어서 유통기업이 적응하기 힘든 곳 중 하나다. AK&홍대가 선전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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