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골린이'발 지각변동..스크린골프 뜨고 골프웨어 난다

윤상언 2021. 6. 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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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젊은 층이 골프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중앙포토]

직장인 백지연(가명·30)씨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골프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년 나가던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골프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자연스레 골프웨어에 관심이 늘면서 주말마다 백화점에 들르게 됐다.

백씨는 “해외여행을 못 가니까 답답해서 필드라도 나가고 싶은 마음에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골프 레슨을 시작했다”며 “주변 친구를 봐도 절반 이상이 골프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젊은 층이 골프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이들의 선택에 골프업계의 희비도 엇갈렸다. MZ세대의 선택을 받은 스크린골프장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매출이 증가했지만, 실내에 밀집해 연습하는 골프연습장은 폐업이 잇따랐다.


코로나에 골프장 몰려간 MZ세대…“골프 산업 지각변동”

6일 기준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골린이' 해시태그는 35만건 이상 등록돼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6일 발간한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 인구는 약 515만명으로 추산됐다. '골린이(골프+어린이)'가 가세하며 전년보다 46만명이 늘었다. 더 눈에 띄는 건 MZ세대다. 3년 이하의 신규 골프 입문자 중 MZ세대가 포함된 20~40세대는 무려 65%를 차지했다.

MZ세대가 골프장을 찾은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해외여행이 잦은 젊은 세대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의 장벽이 높아지자 대안으로 골프장 나들이를 선택한 것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MZ세대가 여윳돈으로 골프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4050세대의 전유물이었던 골프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MZ세대의 골프장 이용법은 기성세대와는 달랐다. 기존 골프장을 찾는 40대 이상의 이용자는 친목 도모 등 사교의 목적이나 사업 관련 모임이 많지만, MZ세대는 운동의 목적과 골프웨어 등 아이템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골린이’ 해시태그 건수는 이날 기준 35만개 이상 등록됐다. 자신이 입는 골프웨어나 골프용품을 인증하는 등의 게시글이 주로 올라왔다.

유통업계도 골프웨어의 할인 폭을 넓히거나, SNS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고급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등 젊은 층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보고서는 “유통업계는 당분간 골프 시장의 성장과 2030 세대의 골프참여 트렌드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해 앞으로도 차별화된 상품 제안관 신진 브랜드 발굴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망했다.


스크린골프 ‘웃고’, 골프연습장 ‘울고’

자료: 한국골프장경영협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프에 대한 관심은 MZ세대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으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골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영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체육 동호회 가입 종목 중 골프(14.4%)의 비율이 축구·풋살(20.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자연스레 연간 골프장 이용객 수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장 이용객 수는 4670만명으로 전년(4170만명)보다 11.9%가 늘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적은 실외활동으로 인식돼 타격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골프 입문자와 MZ세대 유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스크린골프다. 대형 스크린골프장 업체인 ‘골프존’의 매출액은 지난해 2810억원을 기록해 전년(2391억)보다 21.3%가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으로 폐업이 늘었을 것이란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스크린골프가 골프 입문자들을 흡수한 비결은 저렴한 비용과 높은 접근성 덕분이다. 또한 불특정 다수와 접촉해야 하는 PC방과 헬스장 등과 달리 소수의 지인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어 코로나19 확산에도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적은 장소로 인식됐다.

반면 골프연습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 위치한 9300여개의 골프연습장 중 약 1000개(10%)가 문을 닫았다. 2011~19년 동안 연평균 1.6% 증가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타석 간 가격 좁은 등 밀집도가 높고 불특정 다수와 줄지어 연습하는 탓에 코로나19 확산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골프산업 지속 성장”…코로나 특수와 ‘해외 원정’은 불안요소

수도권의 한 스크린골프장의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영향에도 불구하고 골프 산업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전망이다. 실외활동이라 감염 위험이 낮고, 보통 4인 이하로 모임이 구성돼 거리두기 등 방역정책으로 인한 타격을 받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다.

다만 이른바 ‘코로나19 특수효과’를 노린 골프장의 입장료(그린피) 상승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대중골프장 이용료는 주중 19%가 올랐고, 토요일 이용료도 15%가 올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라 해외여행의 문턱이 낮아지며 해외 원정 골퍼가 다시 늘면서 국내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오상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신규 골프 입문자가 증가하며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 산업은 지속해서 성장할 전망”이라며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골프연습장 시장의 단기적인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우나 골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면서 앞으로는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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