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도 해외로 휴가 가는 법, 향기로 떠나는 해외 여행_선배's 어드바이스 #67
샤넬 레 조 드 샤넬 파리-에든버러
가브리엘 샤넬이 깊은 영감을 받은 도시들을 주제로 한 시리즈 향수, 레 조 드 샤넬이 그 다섯 번째 파리-에든버러를 내놓았다. 1924년 연인이었던 영국 웨스트민스터 공작을 따라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에 머무는 동안 트위드란 인생의 기념비적 직물을 만나게 된다. 따뜻하면서도 활동이 편해서 교외에서 사냥 등 스포츠를 즐길 때 입었던 스코틀랜드 특산품 트위드 직물은 이후 백 년이 흐르도록 수트와 주얼리에 이르기까지 샤넬이란 브랜드 정체성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모티프가 되었다.
스코틀랜드 대자연의 생명력과 트위드 재킷의 활동적이면서도 기품 넘치는 이미지를 향기로 표현한 것이 바로 레조 드 샤넬 파리-에든버러. 거친 숲과 초원의 대기 같은 주니퍼 베리, 사이프러스에 향기로운 라벤더를 살짝 더하고 흙내음은 베티버로, 트위드의 따스함은 바닐라와 머스크로 표현한 우디아로마틱 계열이어서 쓸 때마다 스코틀랜드에서 말 달리는 가브리엘 샤넬이 되어 볼 수 있다. 샤넬 레 조 드 샤넬 파리-에든버러 오드 트왈렛 125mL 19만5천 원.
그라스는 프랑스 남동부 해안 프로방스 알프마리팀코트다쥐르 지방에 있는 작은 도시다. 하지만 향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세계 유일의 성지와도 같다. 16세기, 가죽 가공업을 주로 했던 그라스에서 갈리마르라는 장인이 향기를 입힌 가죽 장갑을 선물로 받은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가 그것을 즐겨 끼면서 왕족과 귀족 사이에 향기 나는 장갑이 유행한 게 향료 산업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그라스는 가죽 가공업이 쇠퇴하고 향료 산업이 번성해 들판에선 꽃을 재배하고 마을에서 바로 향료를 생산하며 세계 향수 회사에 유통까지 하는 향기의 중심지가 되었다. 주요 향수 브랜드들은 그라스에 농장을 두고 까다롭게 향료를 관리하는데 디올의 장미 역시 그렇다.
대나무로 유명한 지역이라면 바로 중국 남부 푸젠성이다. 중국에서도 최대 산지일 만큼 대규모 농장과 자연 대숲이 많아 유랑 민족 객가들의 고유한 건축 양식인 유네스코 세계 유산‘토루’의 주요 재료였기도 하다. 차 역시 윈난성과 함께 유명 산지로, 동북부 정화현에서 생산되는‘백호은침’은 최고의 백차, 중국 십대 명차로 꼽힌다. 하얀 솜털이 난 찻잎 새순이 은 바늘처럼 보여 이름 붙었다.
킬리안 뱀부 하모니는 베르가모트, 네롤리, 화이트티, 대나무, 무화과 잎, 이끼 향이 조화를 이뤄 산들산들 바람 부는 동양의 대숲에서 백차를 즐기는 기분이 드는 명상과 치유를 위한 향이다. 병 옆면에까지 독특하게 동양적 문양이 양각돼 있다. 물론 남녀 공용이다. 킬리안 뱀부 하모니 오드퍼퓸 50mL 28만5천 원.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 팬데믹 때문에 얼마 전 반년 만에야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나마 인터넷 예약제로 바뀌어 파리 시민들조차 예전처럼 자유롭게 루브르를 거닐기는 어려워 보인다. 불리 1803의 ‘루브르 에디션’은 루브르 8대 명작을 8명의 조향사가 각기 향기로 승화시켜 그 서운함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프로젝트다.
영국 음식 하면 떠오르는 길지 않은 리스트에서 마멀레이드는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다. 오렌지 껍질을 많이 넣고 설탕에 조린 마멀레이드는 잉글리시, 스코티시 브렉퍼스트와 애프터눈티에 꼭 등장할 정도로 영국인의 소울푸드인데 18세기 탄생 당시 재료는 스페인 세비야 오렌지였다. 폭풍우로 스코틀랜드 던디에 정박한 스페인 배가 상태 나쁜 오렌지를 제임스 케일러(James Keiller)란 과자 가게 주인에게 팔았고 그의 아내 자넷이 마멀레이드를 발명해 팔아 특산품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그보다 일찍 이미 유행하고 있었단 설이 유력하다. 잉글랜드로 퍼진 마멀레이드는 홍차 문화와 결합해 스콘 등을 먹을 때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었고 축제, 시상식까지 꾸준히 열리고 있다. 올해 우승자 발표는 6월 20일.
조 말론은 한정판 마멀레이드 컬렉션 5가지-탱이루바브, 로즈 블러쉬, 오렌지 필, 엘더플라워코디얼, 블랙베리 앤 베이 코롱을 출시하며 청량한 오렌지 향 6월을 축하한다. 용기 역시 빈티지 마멀레이드 병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조 말론 마멀레이드 컬렉션 오 드 코롱 30mL 10만원.
세타(seta)는 이탈리아어로 실크를 뜻하며, 창립자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딸 풀리아 페라가모 비스콘티(Fulvia Ferragamo Visconti)는 1970년대부터 실크에 심취해 브랜드의 중요한 상징물로 키워냈다.‘스토리 디 세타’는 야성적인 자연을 환상적으로 패턴에 담는 거로 유명한 페라가모 실크 제품을 향으로 구현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풍경은 세렝게티, 아프리카 사나바 지대의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그 야생의 심장은 탄자니아와 케냐에 걸친 광대한 영역을 자랑한다.
서로 레이어링 할 수 있는 4가지 향수에는 ‘필로 디 세타’라는 독점 시그너처 어코드가 공통적으로 들어가는데 자르디니 디 세타는 붉은 과일과 꽃이 어우러진 플로럴프루티, 정글 디 세타는 정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식물 향 같은 플로럴 그린, 사바나 디 세타는 상쾌한 감귤류 과일이 꽃, 나무 향으로 마무리되는 시트러스 플로럴, 오체아니 디 세타는 원시 대양이 연상되는 플로럴 아쿠아 향이다. 페라가모 스토리 디 세타 오드퍼퓸 50mL 11만원, 100mL 15만6천원.
눈부시게 푸르른 지중해를 크루즈선으로 유람하다 보면 해안 절벽 어디서나 초록빛 선인장을 볼 수 있다. 뜨거운 태양과 소금기 가득한 바람으로 자라는 이 선인장 열매는‘프리클리 페어(prickly pear)’라고 불리며 즙이 가득해서 오래 전부터 뱃사람들의 갈증을 덜어주곤 했다.
딥티크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3번째 챕터로 내놓은‘서머 에센셜 컬렉션’은 따사로운 햇살과 향기로운 식물이 자라는 지중해 연안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이름 ‘일리오’는 그리스어로 태양을 의미하는 ‘ilos’에서 유래. 프리클리 페어를 주제로 하고, 베르가모트, 아이리스, 재스민 등을 더해 신선하면서도 뜨거운 태양이 느껴지는 향으로,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 ‘루크 에드워드 홀(Luke Edward Hall)이 용기 일러스트를 그렸다. 헐렁한 화이트 셔츠 차림에 뿌리는 것만으로 지중해 동쪽, 짙푸른 에게해에 떠 있는 미코노스, 산토리니 등에서의 여름 휴가를 체험할 수 있다. 딥티크 일리오 오드트왈렛 100mL 18만2천원.
이탈리아 지도를 장화로 볼 때 구두코 부분인 칼라브리아는 남부 이탈리아의 열정으로 가득한 지방이다.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몇 백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소박한 마을들이 대부분이고 서쪽으로 티레니아 해, 동쪽으론 이오니아 해에 면해 지중해 특유의 기후에서 야생 동식물이 자란다. 상큼한 베르가모트은 칼라브리아 지방의 특산물인 향료로 최고 품질을 자랑하며 세계 곳곳으로 팔려 나간다.
기존 오드트왈렛보다 40% 부향률이 높은 메종 프란시스 커정 포르테 컬렉션에는 공통적으로 칼라브리아산 베르가모트 향이 들어가 지중해 물빛처럼 상쾌한 향수 시리즈다. 아쿠아 유니버셜코롱 포르테는 불가리아산 장미, 화이트 플라워, 화이트 머스크와 어우러진 맑은 꽃향, 아쿠아 비떼코롱 포르테는 이탈리아산 만다린, 인도산 샌들우드와 어우러진 태양처럼 따뜻한 향, 아쿠아 셀레스티아 포르테는 블랙커런트, 미모사, 재스민, 프루티 머스크가 어우러진 프루티 계열이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코롱 포르테 컬렉션 70mL 26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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