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4년간 44만4600명 서울 벗어나 경기도 이주 [이슈&탐사]

이슈&탐사1팀,김경택,문동성,구자창,박세원 2021. 5. 2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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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난맥 4년.. 서울 인구 리포트] ⑤ 다음엔 어디로..
2017년부터 4년간 44만4600명, 서울 벗어나 경기도로 이전
서울 25개 각 자치구와 경기 지역(오른쪽)의 인구 이동 흐름. 화살표 크기는 이동 규모와 비례한다.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통계 자료를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노드엑셀’로 가공한 것이다.


박모(39)씨 가족은 경기도 과천시 27평(전용면적 89㎡)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전세보증금은 5억3000만원이다. 박씨는 과천의 신축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고 청약을 계속 넣었지만 탈락했다. 무주택자 가점을 높이려고 아파트 매입 시점도 늦춘 것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박씨는 “과천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서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기도 다른 지역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씨가 5년 전 청약 신청을 했을 때만 해도 매입할 수 있었던 아파트는 현재 가격이 배로 뛰었다.

경기도에서도 서울과 더 멀어지게 된 사례는 박씨 말고도 많았다. 이런 현상은 최근 4년간 서울에 이어 경기 지역 집값까지 들썩이면서 가속화된 것이다. 급등한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울 내부에서 외곽으로 밀려나고, 경기도로 이사한 뒤 경기도에서도 다시 더 멀리 이주하는 인구 이동 흐름이 나타났다. 국민일보가 2017~2020년 통계청의 이 지역 국내인구이동통계와 평균 전세·매매 가격 등을 분석한 결과다.

탈서울 행선지는 경기 신도시


경기도로 ‘탈서울’ 한 사람들은 2017~2020년 44만4647명이었다. 이 기간 서울과 경기도 간 ‘전입-전출’ 인원이 -44만4647명(순유출 인구)이라는 뜻이다. 2017년 10만7985명, 2018년 13만5216명, 2019년 9만1954명, 2020년 10만9492명이 각각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갔다. 경기도로 이주한 인원은 집값이 안정되는 듯했던 2019년 다소 줄어들었지만, 2020년 집값 급등기에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탈서울 행선지는 대부분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신도시들이었다. 순유출 상위 10곳은 경기도 하남시, 김포시, 고양시, 남양주시, 용인시, 의정부시, 시흥시, 화성시, 광주시, 성남시 순이었다. 하남시와 김포시로는 2017~2020년 각각 5만7247명, 5만5718명이 몰려들었다. 각각 위례신도시와 한강신도시 등이 개발되면서 신축 아파트 공급이 증가한 곳들이다. 하남·김포시에 이어 고양시(5만4207명), 남양주시(4만7660명), 용인시(3만2079명) 순으로 탈서울 인원이 많았다. 이들 지역이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데다 3기 신도시 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입한 사람들은 다시 서울에서 더 떨어진 경기권으로 이주하는 흐름을 보였다. 하남시 순유출 상위 3곳은 화성시(244명), 세종시(132명), 평택시(73명)로 집계됐다. 김포시 사람들은 화성시(631명), 평택시(239명), 하남시(206명) 등으로 빠져나갔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지역에서도 이전 주거지보다 더 집값이 낮은 곳으로 이사하는 하향 이동 현상이 일어난 탓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한 사람들의 경우, 자산 급증이 일어나지 않고는 서울로 다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인구 이동이 나타났다. 고양시에 살던 사람들은 파주시(1만1776명), 김포시(4980명), 화성시(2541명) 등으로 이사했다. 남양주시에선 의정부시(1655명), 하남시(1649명), 화성시(1458명) 순으로 빠져나갔다.

용인시 순유출 상위 3곳은 화성시(1만9450명), 하남시(1699명), 평택시(1339명)로 나타났다. 의정부시는 양주시(3813명), 화성시(942명), 평택시(821명) 등으로 이주하는 흐름이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27일 “집값에 밀려 자꾸 후진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인구 흐름이 상당히 약한 곳은 성남·구리·부천시였다. 이들 3곳의 순유출 상위 10곳 중 서울은 한 곳도 없었다. 성남시에선 광주시(3만155명), 용인시(1만9007명), 하남시(5115명) 등으로 빠져나갔다. 구리시는 남양주시(9078명), 하남시(1177명), 화성시(423명) 순으로 많이 이동했다. 부천시는 시흥시(1만5097명), 김포시(8128명), 인천 서구(4492) 순이었다.

서울에 남은 사람들도 집값 전쟁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한동안 집값과의 전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에서 ‘버티던’ 사람들도 치솟는 집값을 더는 감당하지 못해 탈서울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2018년 11월 서울 광진구에 신혼집을 구한 최모(34)씨가 바로 그런 사례다.

최씨 신혼집은 전세 보증금 2억2000만원에 방 2개짜리 빌라였다. 그런데 지난해 전세 계약을 연장하면서 보증금이 1000만원 올랐다. 임대료 증액을 제한한 ‘5% 룰’ 덕분이었다. 다만 최씨가 계약을 연장한 이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씨는 “집 주변 빌라들은 같은 기간 전세금이 5000만원 이상 올랐다”며 “이사를 갈 수도 없어 계약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경기도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모(44)씨는 ‘서울 스테이’를 포기했다. 박씨는 최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 전세로 살면서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10년 이상 무주택 기간을 버텨냈지만, 부양가족 가점 등이 부족했다. 박씨는 “전세보증금 2억원에다 대출금을 끌어모아 파주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이라며 “출퇴근 거리는 멀어졌지만 주거환경이 더 나은 신축 아파트에서 신혼집을 꾸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서울 관악구 원룸을 벗어나 영등포구 다세대주택으로 이사하는 이모(34)씨는 “전세금의 30%인 4500만원을 잔금 지급일까지 보내줘야 하는데 수중에는 3000만원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1500만원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보니 이자율이 5~6%나 돼서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빌라에 사는 김모(38)씨는 “나보다 일찍 결혼해 서울 집을 산 친구들과 자산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며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믿었던 게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불안정에서 비롯된 인구 이동 흐름이 한동안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주택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면서 경기도 이주 인구가 증가하는 등 수도권 지역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인구는 줄고 있지만 1, 2인 가구 증가 등 영향으로 주택 수요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탐사1팀 김경택 문동성 구자창 박세원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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