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스페인 대표팀에서 레알 선수 실종, 지단 때문?

한준 기자 2021. 5.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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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발표한 유로2020 참가 스페인 대표팀 25인 명단에 레알 마드리드 선수가 단 한 명도 선발되지 못했다.


2020-2021시즌 후반기 내내 부상으로 고생한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가 컨디션 문제로 포함되지 못하면서 생긴 일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대표팀의 주전 라이트백 자원 다니엘 카르바할도 부상으로 뽑히지 못했다.


스페인 대표팀이 레알 마드리드 선수 없이 유럽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것은 레알 마드리드에 소속된 스페인 선수들이 부진하기 때문이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자원 중 스페인 국적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현재 레알 마드리그 25인 1군 스쿼드 안에 스페인 국적 선수는 앞서 컨디션 문제로 스페인 대표팀 유로2020 엔트리에 낙마한 라모스와 카르바할 외에 나초, 마르코 아센시오, 루카스 바스케스, 알바로 오드리오솔라, 이스코 등 7명 뿐이다.


이들 중 나초, 아센시오, 이스코는 로테이션 자원이며, 오드리오솔라는 라이트백으로 3,4순위에 있다. 바스케스도 현재 부상 중이다. 


아센시오는 스페인 대표팀에 승선해오던 선수이나 최근 주전 팀 내 입지가 불안한 것은 물론 해당 포지션에 도 출중한 활약을 펼치는 타 구단 소속 선수들과 경쟁에서 밀렸다.


세르히오 라모스(스페인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측면 공격수 포지션에는 레알 소시에다드의 에이스 미켈 오야르사발과 맨체스터 시티의 페란 토레스, 중앙과 측면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비야레알의 제라르드 모레노가 앞선다. 조커 역할로는 피지컬 능력이 뛰어난 정통 윙어 아다마 트라오레가 선발됐다. 여기에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는 파리생제르맹의 파블로 사라비아가 엔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 폼이 떨어진 이스코는 마르코스 요렌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드리드(바르셀로나), 다니 올모(라이프치히), 티아고 알칸타라(리버풀), 코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파비안 루이스(나폴리) 등과 경쟁에서 크게 뒤진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바 있는 전천후 수비수 나초의 경우에도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의 경험, 호세 가야와 파우 토레스, 디에고 요렌테 등 젊은 선수들의 도약 속에 기회를 잡기 어렵다. 맨체스터 시티 수비수 에메릭 라포르트는 스페인 국적을 취득해 합류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불러모으는 '갈락티코' 정책으로 유명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10년 전 2기 갈락티코 계획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스페인의 젊은 재능을 정책적으로 영입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레알의 '스페인화'를 꿈꾸며 당시 스페인 21세 이하 대표팀의 유망한 선수를 차례로 영입했다.


세르히오 카날레스를 2010년 영입한 것을 필두로 2013년 여름에 이스코와 아시에르 이야라멘디를 동시에 영입했고, 다니 카르바할을 바이엘04 레버쿠젠에서 바이백으로 복귀시켰다. 2015년 여름에는 마요르카의 신성 마르코 아센시오를 영입했고, 유스 출신 마르코스 요렌테, 디에고 요렌테, 보르하 마요랄 등을 임대 선수로 보낸 뒤 1군 팀에 기회를 주려했다.


2017년 여름에는 레알 베티스의 기대주 다니 세바요스도 1,650만 유로를 투자해 영입했다. 하지만 2019년 3000만 유로에 마르코스 요렌테를 아틀레티코로 이적시켰고, 세비야로 임대됐던 세르히오 레길론은 2020년 여름 토트넘 홋스퍼로 완전 이적했다. 세바요스도 두 시즌 연속 임대 생활을 했다.


사비 알론소의 후계자로 기대를 받았던 이야라멘디는 레알 소시에다드로 돌아간지 오래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시절 활동 영역을 확장하며 기량이 만개했던 이스코는 철저히 백업 자원으로 머물러 있다.


이 과정에 해외 출신 베테랑을 중용하는 지단 감독의 선수단 운영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레알 마드리드 운영진 내부에서는 결과를 내는 지단 감독의 리더십을 인정하면서도, 스페인 출신 젊은 선수들, 유스 출신 선수들을 외면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고 있다.


지네딘 지단 감독(레알마드리드)

지단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3연속 우승의 주역인 토니 크로스(독일),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 카세미루(브라질)의 중원 조합을 수년 째 고수하고 있다. 수비 라인은 프랑스 출신 페를랑 멘디와 라파엘 바란을 라모스의 파트너로 중용한다.


공격진도 프랑스 리그앙 시절부터 눈여겨 본 에덴 아자르를 호날두가 떠난 자리의 대안으로 영입했다. 프랑스 대표팀에 최근 복귀한 공격수 카림 벤제마 역시 부동의 원톱으로 10년동안 군림한 상황이다. 또 다른 측면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큰 돈을 투자한 브라질 유망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호드리구 고에스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구단의 남미 정책과 지단 감독의 베테랑 선호, 프랑스 선수 선호 경향으로 인해 스페인 국적 유망주들이 설 자리가 없는 현실이다. 스페인 연령별 대표 감독으로 성공한 줄렌 로페테기가 2018년 여름 부임한 뒤 스페인계 젊은 선수들을 중용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된 후 지단이 복귀하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 심해졌다.


로테이션 자원으로 알바로 모라타, 이스코 등이 활용되던 때보다 스페인 국적 선수들의 영향력은 더욱 떨어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단 감독 체제로도 2020-2021시즌을 무관으로 마쳤다. 지단 감독은 레알과 계약이 1년 더 남았으나 올 여름 사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단 감독이 떠날 경우 레알은 다시 스쿼드의 스페인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성과를 내고 있던 레전드 지단의 의견에 반기를 들기 어려웠던 레알 내부 권력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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