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전쟁' 서울 탈출 지도와 강남 진입 지도 [이슈&탐사]

김경택,문동성,구자창,박세원 2021. 5. 1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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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난맥 4년 ①] 밀려난 사람들, 몰려온 사람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한 남성이 아이를 안은 채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한결 기자


벼락 거지, 영끌 매수, 빚투, 로또 청약…. 최근 4년간 집값이 치솟으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 대부분 지역에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떠밀려 집값 부담이 덜한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서울 내부에서 외곽으로, 경기도로 점차 밀려나는 흐름이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이 잠시 진정되는 듯했다가 다시 급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19년 후반기와 2020년 집값 급등 시점을 전후로 은평·노원·강서구를 비롯한 서울 경계 지역에선 탈서울 움직임이 뚜렷했다. 반면 강남에서는 2019년 7월 유입 인구가 급증하는 움직임이 돌출했다. 집값 폭등에 밀려나는 인구 이동이 이뤄지는 동안 다른 한편에선 강화된 부동산 규제에 맞춰 ‘똘똘한 한 채’에 올인하느라 몰려드는 전략적 이동이 나타난 것이다.

2017~2020년 서울 25개 각 자치구의 인구 이동 흐름. 화살표의 크기는 이동 규모와 비례한다.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통계 자료를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노드엑셀’로 가공한 것이다. 서울 인구의 ‘탈서울’은 2017~2018년 완만히 증가했다가, 집값이 비교적 안정됐던 2019년 주춤했다. 그러나 다시 집값이 급등한 2020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민일보


국민일보 취재팀은 2017~2020년 서울 25개 자치구의 전·출입 1215만7682건을 전수 분석했다. 서울과 맞닿은 수도권 일부 지역의 인구 이동도 추가로 살펴봤다.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통계 자료 중 서울 자치구별 전·출입 자료를 추출, 각 자치구와 다른 자치구 간 인구 이동 추이와 규모를 확인했다. 그 결과를 KB부동산,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통계와 비교했다. 부동산 시장 변화가 사람들의 주거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집값 폭등은 서울의 인구 이동을 가속화시켰다. 1㎡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KB부동산 기준 2017년 1월 692만원에서 2020년 12월 1222만원으로 76.6% 올랐다. 서울 시민들은 대체로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 낮은 지역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이다가 경기도로 빠져나갔다. 이들의 빈자리는 다시 이전 주거지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채웠다. 용산구민은 은평구로 갔고, 은평구민은 고양시로 이사했다. 성북구민은 강북구로 이주했고, 강북구민은 도봉구로 가거나 의정부로 짐을 쌌다.


서울의 ‘전입-전출’ 인구 추이를 보면, 2017년 9만8486명, 2018년 11만230명, 2019년 4만9588명, 2020년 6만4850명이 각각 서울 밖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그만큼 서울 인구가 줄어든 것이다. 탈서울 증가폭은 2017년 8·2대책이 나오고 2개월 뒤 다소 줄어들었다. 2018년 9·13대책은 발표 3개월 후 이런 효과가 나타났다. 2019년 8·12대책과 12·16대책까지 쏟아진 뒤 서울 유입 인구는 더 많아졌지만, 2020년 3월 탈서울 인구는 다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탈서울 추세는 2020년 6·17대책 발표 5개월 후 소폭 가라앉았다가 다시 연말까지 가팔라졌다. 정부는 4년간 다주택자 대출 제한과 주택구입 자금 출처 조사 강화를 비롯한 강력한 수요 억제책뿐 아니라 3기 신도시 계획 발표 등 공급책까지 내놨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다. 부동산 대책의 약효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집값 상승과 맞물린 인구 이동이 요동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 앞을 사람들이 지난 12일 지나가고 있는 모습. 이한결 기자


반면 서울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강남구에선 2019년 사람들이 더 몰려드는 특이한 흐름이 포착됐다. 강남구는 2018년 9·13대책 이후 부동산 거래 물량이 잠시 잠기는 듯했지만, 2019년 강남구 인구는 1841명 늘었다. 당시 강남에서는 40대가 몰려들어 ‘영끌 매수’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영혼’을 끌어모아 강남 아파트에 ‘빚투’(빚내서 투자)한 40대 전문직 종사자는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강남에) 못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폭등 때문에 밀려난 사람들이 늘어난 용산·성동구에는 구매력을 갖춘 강남·서초구 사람들이 이주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14일 “강남 주택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경택 문동성 구자창 박세원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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