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9개월, 전세 줄고 월세·반전세 늘어..임대료도 껑충

허지윤 기자 2021. 5. 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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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한 이후 전세는 줄어든 반면, 반전세 등 월세를 낀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전셋값을 올리거나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과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오른 보증금을 대지 못하는 임차인이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반전세는 서울시 조사 기준으로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와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 초과)를 합한 것이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인 임대차 형태다.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동안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2만118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반전세·월세는 4만1344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4.1%를 차지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9개월(재작년 11월∼작년 7월)간 반전세·월세 비중이 전체 임대차 거래의 28.4%이였던 것과 비교하면, 5.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순수 전세의 비중은 71.6%에서 65.9%로 감소한 셈이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 /오종찬 기자

새 임대차법 시행과 저금리, 보유세 인상 등의 영향이 임대차 시장에 이런 현상을 가속화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새 임대차법 시행 전 1년 동안 반전세·월세의 비중이 30%를 넘긴 적은 딱 한 차례(작년 4월 32.6%) 있었다. 법 시행 후엔 상황이 바뀌어 작년 8월부터 9개월간 이 비중이 30% 미만인 달이 한 번도 없었다. 법 시행 후 9개월 연속 30%를 넘은 것은 물론, 작년 11월(40.8%)에는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35.4%, 2월 33.7%, 3월 31.3%, 4월 36.2% 등이다.

지역별로 서울 강남구의 반전세·월세 비중이 작년 6월 29.9%, 7월 32.3%에서 법 시행 후인 8월 34.9%, 9월 37.5%로 늘었고, 올해는 1월 38.1%, 4월 37.3% 등 30% 후반대를 보였다. 송파구는 작년 5∼7월 25∼27% 수준에 그쳤던 이 비중이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30∼36%를 오가고 있다. 구로구는 작년 6∼7월 23∼26% 수준에서 그해 11월 52.2%로 절반을 넘겼다. 올해 1월 44.7%, 2월 37.7%, 3월 36.1% 등이다. 관악구는 작년 6월 26.7%에서 그해 11월 43.2%, 12월 42.1%, 올해 1∼3월 40% 안팎이다. 강서구는 작년 6∼7월 24∼27% 수준에서 올해 1월 31.1%, 2월 30.9%에 이어 지난달에는 57.9%까지 반전세·월세 비중이 늘었다.

세입자가 매월 내는 임대료도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면적 84㎡는 작년 상반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에 다수 거래됐는데 법 시행 후인 작년 10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9층)에, 11월 1억원에 320만원(4층)에 각각 거래됐다. 해당 평형은 올해 1월 1억원에 350만원(27층), 2월 1억원에 330만원(29층) 등에 월세 거래가 이뤄지며 1년 사이 월세가 100만원가량 올랐다.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아이파크·이편한세상 전용 59.98㎡는 작년 5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2층)이던 것이 10월 1억원에 140만원(12층), 올해 1월 1억원에 150만원(2층)이 됐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84.2㎡는 작년 7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만원(19층)에서 올해 2월 1억원에 160만원(12층)으로 각각 올랐다.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최대 4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률도 2년에 5%로 제한하는 내용의 새 임대차법 시행을 앞두고 시장은 정부 기대와는 다르게 움직였다. 집주인들이 법 시행 전 앞당겨 전세금을 올리거나, 전세를 반전세·월세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주택임대차법을 개정할 당시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 개정 후 서울에선 전세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서울 전역의 아파트 전셋값이 올랐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아파트 매매가격까지 다시 밀어 올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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