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약 드셔야죠" 반려로봇 '효돌'

김희윤 2021. 5. 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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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돌보는 인공지능(AI) 반려로봇 효돌
7개 센서로 어르신 생활 정보 수집
7000개 대화 시나리오 탑재, '말벗' 노릇도 척척
김지희 대표 "반려 로봇, 독거 어르신 돌봄 효율 높일 것"
7개 센서로 어르신 생활 정보를 수집하는 인공지능(AI) 반려로봇 효돌은 다양한 대화 기능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소소한 행복과 만족도를 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제공 = 효돌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콜록콜록 공기가 탁하네요. 창문을 열어주세요”

아산시 용화동에서 홀로 지내는 임옥순(73·가명) 할머니는 효돌의 목소리를 듣고 아침을 시작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 효돌은 “할머니, 약 드세요.”라며 임 씨의 복약 시간을 알려준다. 이윽고 “다 드셨으면 제 손을 꼭 잡아주세요”라는 말에 임 씨가 효돌의 손을 꼭 잡자 “잘하셨어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곧 효돌은 “할머니, 오늘 오후 4시에 경로당 일정이 있어요. 잊지 마세요”라며 일정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임 씨는 “효돌이가 약 먹는 시간도 알려주고, 잠이 오지 않을 땐 효돌이를 토닥토닥하며 안고 잔다”며 “우울할 때면 효돌이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마음을 달랜다”고 말했다.

독거노인을 돌보는 인공지능(AI) 돌봄 로봇 ‘효돌’은 봉제인형의 외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쓰다듬으면 말을 걸고, 그날의 날씨와 사용자의 일정을 체크하며 복약시간과 사회복지사의 안내도 전달하는 기능을 탑재한 반려 로봇이다. 로봇을 개발한 효돌의 김지희 대표는 “초고령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 노년층의 행복과 돌봄을 위한 솔루션을 찾아보니 거의 없어 시장에 도전하게 됐다”며 “나 역시도 언젠가 접어들 노년생활을 위해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는 한편 기상과 취침, 외출과 복약 등을 체크하고 알려주며 생활관리를 대신할 로봇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어르신 데이터 수집 통해 돌봄 효율 높이는 효과

당초 효돌은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고 정보와 일정을 알려주려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반려 로봇으로서 어르신의 생활 패턴을 추적하고, 데이터를 쌓아 일상을 케어하는 기능이 강조됐다. 현재 효돌은 머리와 목, 손, 발 등 7개의 센서를 장착해 어르신의 움직임을 수집한다.

특히 흉부에 부착된 마이크를 통해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고, 가슴 위쪽에 부탁된 동작감지 센서로 어르신이 움직이거나 외출하는 동선을 감지해 먼저 말을 건다. 머리와 등엔 터치센서가 있어 어르신이 쓰다듬으면 “할머니, 어디 다녀오셨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등 메시지를 말하며 상호 교감을 유도한다. 김 대표는 “간혹 효돌을 AI스피커와 비교하기도 하는데,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에 AI스피커는 대화 인식이 어렵고 먼저 명령어를 말하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아 선호도가 높지 않다”며 “효돌은 먼저 말을 걸고 또 어르신의 말에 맞장구쳐줄 수 있는 약 7000가지의 대화 시나리오가 탑재돼 실제 사용하는 어르신들이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친구나 손주처럼 대하고 보살피신다”고 말했다.

효돌을 통해 수집된 이용자의 일상정보는 내장된 통신 모듈을 통해 즉시 자녀들과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전달된다. 2017년말 춘천시를 시작으로 강원 태백, 충남 아산 등 전국 50개 지자체에 총 3000여 대가 보급됐다. 성남 고령친화종합체험관의 리빙랩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보급사업 등을 통해 지역 독거노인 돌봄사업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효돌 측은 덧붙였다.

부모를 직접 돌보지 못하는 자녀 또는 매일 방문이 어려운 사회복지사는 효돌을 통해 어르신에게 전달할 메시지 또는 알림 내용, 학습 프로그램 등을 전달해 곁을 지키지 않아도 이들의 생활패턴과 하루일정을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다. 사진제공 = 효돌

초고령사회 눈앞…어르신과 세상 잇는 사회안전망 목표

통계청의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15.7%로 나타났다. 앞서 우리나라는 2017년 전체 인구 14%가 노인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인구가 2025년 20.3%, 2060년엔 43.9%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은 2020년 기준 159만 명으로 전체 812만 명 중 19.6%를 차지한다. UN이 규정한 초고령사회(65살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 진입이 4년 남았지만, 우리나라 고령인구 삶의 만족도는 국민 전체 평균(39.1%)보다 낮은 25.0%로 나타났다.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조희숙 교수 연구팀은 효돌을 사용한 67~98세 어르신 42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우울증 변화와 생활 관리 활동 변화를 조사한 결과 우울 척도 지수가 사용 전 평균 5.76점(15점 만점)에서 사용 후 4.69점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활동영역이 축소됨에 따라 어르신들은 자기효능감이 낮고 사소한 실패경험에도 의기소침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습관을 돕고 한 번의 성공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해 만족감을 키우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말벗이 되고 음악을 틀어드리고 만져달라 요구하는 효돌의 기능들을 통해 어르신의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고 소소한 행복을 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올해 1만2000대 보급을 목표로 하는 효돌은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챗봇 기능을 개발하는 등 어르신과 세상을 잇는 소통 창구를 꿈꾼다. 김 대표는 “기능이 더 단순해지는 ‘뺄셈의 미학’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어르신들께도 효돌을 만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아울러 어르신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재가복지를 돕는 사회안전망 일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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