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성? 지성? 민감성? 내 모발이 원하는 '원픽' 샴푸는?_선배's 어드바이스 #62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중 등장하는 문장이다. 난 거기서 뜬금없이 모근을 떠올렸다. 생명력 있는 모근에선 끊임없이 모발이 생겨났다, 자랐다, 빠지기를 반복한다. 비록 잠시 두피가 허전하더라도 저 깊숙한 곳 모근에선 반짝이는 다음 모발이 힘차게 뚫고 나올 준비를 하는 것이다. 사람도 털갈이를 조금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가을에 유난히 많이 빠지고 겨우내 힘겹게 유지된 모발은 4월부턴 본격적으로 새 식구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꽃 피고 개구리 뛰는 계절엔 사람 모발도 풍성해지는 것이다. 평소 머리숱, 머릿결이 불만족스러웠다면 바로 지금 두피 속 모근을‘파워 업’시켜 줘야 건강한 새 모발을 잔뜩 만들어 올해도 멋진 헤어 스타일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필수적인 샴푸 선택법과 헤어케어의 골든 룰.
유튜브에 박제된 ’80년대 거리 풍경을 보면 당시 유행 헤어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 머리숱이 풍성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뭐 특별한 헤어케어라도 있었던 걸까? 전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레블론 샴푸와 국내 1세대 샴푸인 유니나와 차밍은 부모님 세대의 프리미엄 헤어케어 제품이었다. 멋에 신경 쓰는 여성들이 주로 썼고 남성 중엔 여전히 비누로만 머리를 감는 사람도 많았으며 파마와 드라이로 볼륨을 있는 힘껏 주는 게 대유행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머리숱은 많았던 걸까? 억울할 정도로 역설적인 주요 요인은 당시엔 주택 내 욕실 사정이 좋지 않아 머리를 매일 안 감았다는 점이다. 자주 감는 사람은 이틀에 한 번, 길게는 일주일 간격도 있었다. 도심 아니면 미세먼지가 적어서 괜찮았을 수도 있다.
얼굴, 몸의 피부 장벽, NMF(천연 보습인자)에 대한 상식이 화장품 광고나 피부과 상담을 통해 퍼져나가 지나치게 씻으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세균과 유해물질에 손상되기 쉽다는 걸 이젠 많은 사람이 안다. 하지만 두피는? 다 같은 몸 피부인데 마치 따돌림당하는 것처럼 전혀 다른 부위 취급받는다. 매일같이 샴푸를 많이 써서 손톱을 세워 박박 문지르고 뜨거운 물로 헹구고 뜨거운 드라이어 바람까지 쐬면 아무리 튼튼한 두피도 견딜 재간이 없다. 샴푸 속 일부 계면활성제는 생각보다 끈질기게 두피에 남아서 아주 잘 헹구지 않으면 두피의 피부 장벽을 파괴한다. 같은 행위를 얼굴에 한다고 생각해 보면 피부가 어떻게 될지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두피 역시 건조해지고 세포가 수명을 다하기도 전에 비듬이 돼 떨어지며, 따갑고 간지럽고, 염증으로 번져 마침내 모발을 놔 버린다. *남성 호르몬이 원인인 탈모는 별개 문제.
그래서 SLS가 들어간 샴푸는 양날의 검과 같다. 악지성 두피가 적당한 양을 쓰고 깨끗이 헹군다면 오후까지 보송하게 해주는 고마운 샴푸 성분이지만 별로 지성이 아닌 두피, 특히 건성과 민감성 두피에 쓰고 잘 안 헹궈 남기기까지 하면 피부 장벽이 파괴된다. 비누처럼 지나친 알칼리성, 파마액 중화제처럼 산성인 물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천연 유래 계면활성제 중에서도 세정력이 강하지 않은 걸 골라 쓴 샴푸, pH는 피부와 비슷하게 맞춘 약산성 샴푸가 안전하다. 향료는 대부분 알레르기 유발 성분인데 아예 없으면 이상한 냄새가 날 수 있어 최대한 적거나 알레르기 유발이 덜한 종류로 넣은 걸 확인한다. 건성 두피용 샴푸엔 판테놀 같은 보습 성분이, 민감성 두피용엔 마데카소사이드 같은 진정 성분이 추가로 들어간다.
SLS가 들어가 기름기를 쫙 빼주는 악지성용·남성형 탈모용 샴푸는 소량을 덜어 물로 미리 거품을 내서 손가락 지문 부위로 부드럽게 문질러 두피를 씻어내고 샤워로 뿐 아니라 세면기나 대야에 받은 물로도 헹궈 계면활성제 잔여물을 완전히 없애줘야 한다. 이런 샴푸는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정도 쓰면서 다른 날은 세정력이 좀 더 약한 샴푸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SLS 샴푸의 대안으론, 주로 유기농 브랜드에서 나오는, 천연 계면활성제 중 세정력 강한 성분만 쓴 샴푸들이 있다. SLS만큼 피지를 쫙 말리는 느낌이 없고 거품이 덜 나서 많이 문질러야 하며 감은 후 비누처럼 머리카락도 뻣뻣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다소 두피에 남는다 해도 피부 장벽엔 덜 자극적이다.
일반 린스, 컨디셔너, 헤어 마스크, 오일, 왁스 등 헤어 컨디셔너와 스타일링제는 모공을 막는, 지성 두피완 상극인 성분으로 구성돼 두피에는 절대 쓰지 말아야 하며 헹군 물도 가능한 두피 쪽으로 흐르지 않게 하는 게 좋다. 그래도 오후에 머리가 떡지는 현상이 너무 심하면 드라이 샴푸를 휴대해 조금 뿌린다.
지성 두피는 조금만 습하거나 통풍이 안 되면 세균이 번식해 냄새나기도 쉬워서 건조도 중요하다. 머리를 감은 후 타월로 부드럽게 눌러 물기 제거 후 즉시 찬바람으로 두피부터 말려준다. 모자도 오랜 시간 안 쓰는 게 좋다. 조금 끔찍한 얘기지만 모낭충이 과다하게 번식한 경우도 많아서 한 번쯤 피부과에서 현미경으로 진단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약을 장기간 도포하면 서서히 사라지며 탈모 증세까지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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