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5단지 25평 호가 한달 새 7000만원↑.."안정세 서울 집값 다시 요동"
주간 누적 상승률 전년 동기比 10배 육박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카드 고심
19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간 누적 기준 서울 아파트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0.13%)에 10배에 육박하는 1.12%로 나타났다.
지역별 상승률은 1.77% 오른 송파구가 가장 큰 뜀폭을 보였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5㎡는 지난해 9월 23억원(9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작년 말에 18억8300만원(11층)까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1월 22억6300만원(8층), 22억8300만원(15층)에 이어 지난달 24억3300만원(5층)에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해당 주택형의 현재 호가는 4·7 보궐선거 이후 25억원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올해 준공 34년째를 맞은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도 올해 신고가 경신이 계속되고 있다. 3단지 전용 83.06㎡는 작년 말 신고가인 19억원에 거래된 뒤 올해 2월과 3월 각각 20억원(6층·23층)에 손바뀜되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송파구에 이어 강남구·노원구 1.42%, 서초구 1.40%, 마포구 1.38%, 양천구 1.31%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구는 재건축 추진 단지가 밀집한 지역이란 공통점이 있다.
강남구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245.2㎡가 6개월 전 67억원(9층)보다 13억원 오른 80억원(11층)에 거래됐다. 이는 올해 전국 최고가다. 최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상계주공16단지 전용 59.39㎡는 지난 9일 직전 최고가(6억원)보다 2000만원 오른 6억2000만원(15층)에 팔렸으며, 월계동 미성·미륭·삼호3차 등 재건축 아파트값도 상승세다.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총 32개 단지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도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마포구는 성산동 성산시영(대우·선경·유원)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양천구의 경우 목동 신시가지 11단지가 지난달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음에도 시장선거 이후 호가가 더 올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의 재건축 단지 가격 급등세는 규제 완화 시사와 재산세 동결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다주택자 등의 양도세 중과를 의식한 매물은 자취를 감춘 반면, 개발 차익을 노린 매수세는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안정세를 타던 서울 집값을 다시 흔들 수 있는 매우 심각하고 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6·17 대책'에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가 2년 이상 거주해야 조합원 분양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해 최초 조합설립인가 신청 사업부터 이 같은 규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하자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서둘러 조합 설립에 돌입했다.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2'(신현대 9·11·12차)는 지난 12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 통보를 받아 실거주 의무를 피하게 됐다. 앞서 '특별계획구역4'(현대8차, 한양3·4·6차)와 '특별계획구역5'(한양1·2차)는 2월 조합설립이 인가됐다. '특별계획구역3'(현대1∼7·10·13·14차, 대림빌라트)도 곧 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년 1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된 도정법 개정안은 지금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여당은 이달 임시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즉시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자신의 공약인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반대 성향의 문제를 풀어야할 입장에 놓여서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MBN 방송에 출연해 "1주일 내 재건축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얼마 뒤 그는 "도시계획위원회 개최나 시의회 조례 개정이 되려면 한두 달, 두세 달 걸리는 일이며, 요즘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과열되는 현상도 나타나서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오 시장은 일주일 내 재건축 규제 완화를 풀겠다는 공약과 관련해 한 발 물러선 데 이어 "주변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는 등의 방법이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거래가 뜸했던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었다.
전문가들은 뒤늦은 조치라면서도 현시점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신축 아파트가 많은 송파구 잠실동과 달리 구축 위주인 압구정동은 실거주보다는 재산적 가치나 개발 기대 등 투자 목적으로 매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수요는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압구정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거래량만 감소시킬 뿐 가격 상승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대치동· 잠실동 등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경우 아파트값이 꾸준히 상승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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