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하트'로 스코틀랜드 독립 내세운 정당, 가능할까?

황윤태 2021. 4.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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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재생하면 근엄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995년 스코틀랜드 독립을 주제로 개봉한 영화 '브레이브하트'에서 스코틀랜드 왕을 연기한 배우 앵거스 맥파디엔의 목소리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알바당이 다음달 6일 열리는 총선을 앞두고 스코틀랜드 독립 영웅까지 내세워 유세에 나섰지만 민심은 싸늘하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코로나19 등 방역 상황에서 독립 이슈가 스코틀랜드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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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싸늘.."코로나19 방역이 더 급해"
알렉스 샐먼드 알바당 당수가 지난 5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한 호텔에서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자치수반 당시 스코틀랜드 분리를 묻는 국민투표를 주도했다. AP뉴시스

“잉글랜드 우월주의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동영상을 재생하면 근엄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995년 스코틀랜드 독립을 주제로 개봉한 영화 ‘브레이브하트’에서 스코틀랜드 왕을 연기한 배우 앵거스 맥파디엔의 목소리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미래는 사람들의 힘에서 나온다”면서 “1314년 잉글랜드 군대를 무찔렀듯 다시 뭉치자”고 호소한다. 스코틀랜드 분리주의 정당 알바(ALBA)당의 선거 홍보용 동영상이다. 맥파디엔은 알바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다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알바당이 다음달 6일 열리는 총선을 앞두고 스코틀랜드 독립 영웅까지 내세워 유세에 나섰지만 민심은 싸늘하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코로나19 등 방역 상황에서 독립 이슈가 스코틀랜드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알바당은 스코틀랜드 내 대표적인 ‘분리주의자’로 손꼽히는 알렉스 샐먼드(67)가 이끌고 있다. 샐먼드는 현지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베녹번에서의 승리는 ‘국가적 자부심’”이라면서 “유권자들이 ‘로버트 더 브루스’가 되면 스코틀랜드 정계가 떨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개봉한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한 장면. 이 영화는 스코틀랜드 독립을 다뤘다. 네이버무비 제공


샐먼드가 언급한 로버트 더 브루스(1274~1329)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 윌리엄 월레스의 후계자 격인 인물이다. 그는 800여년 전인 1314년 베녹번 전투에서 잉글랜드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이후 2번의 침공을 막아낸 그는 14년 뒤인 1328년 스코틀랜드 왕국을 선포하고 로버트 1세로 왕위에 올랐다.

샐먼드의 독립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을 지냈던 2014년에는 영국에서의 분리 여부를 묻는 ‘독립 국민투표’를 주도했다. 당시 그는 “2년 뒤인 2016년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독립 반대’ 의견에 밀려 시도가 좌절됐다.

현재 샐먼드의 주장은 7년 전보다 더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평가다. 국민투표 당시 독립 찬성 투표율은 44%를 넘겼지만 현재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독립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같지 못한 상황이다. 알바당 당수 샐먼드에 대한 호감도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보다도 낮다. 텔레그래프는 “알바당은 다음달 선거에서 원내진입 자체가 불투명하다”면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편협한 반영(反英)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제도권 정당들은 일제히 알바당의 동영상을 비판했다. 아나스 사와르 스코틀랜드 노동당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목숨과 생계가 위험한 상황”이라며 “국가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이들의 해묵은 논쟁에 선거가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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