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시장 더 커지려면..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넘어라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롯데쇼핑, CJ오쇼핑, 11번가, 위메프 등이 자사 사내벤처 등을 통해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한 기존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진입하는 시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에 비춰 봐도 중고 시장 성장 기대감은 높다. 한국처럼 미국에서도 종전 오프라인 기반 대신 온라인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이 증시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오프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크렉스리스트’가 저물고 후발 주자 ‘넥스트도어’가 치고 나오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지는 분위기다. 지역 기반 정보 공유 업체로 시작해 디지털 기술을 강화한 ‘미국판 당근마켓’ 넥스트도어는 조만간 미국 증시 상장 예정으로 예상 기업가치만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가 일찌감치 현지 증시에 상장, 시가총액만 약 9조원에 달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물론, 국내 중고거래 업계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업계 고질병으로 꼽히는 ‘중고거래 사기’ 문제다. 업계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입금을 유도한 후 물품을 보내지 않거나 ‘짝퉁’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가짜 결제 페이지를 알려주며 결제를 유도하는 행위 등이 여전히 문제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안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이슈화되면서 업계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개인과 개인 사이 거래(C2C)에서 문제가 생기면 당근마켓 같은 중개 업체가 이용자 이름·주소·전화번호를 피해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 유출을 비롯해 사적 보복이나 스토킹 등의 위험이 있어 중고거래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업자가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해놓고 불법 행태를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플랫폼 내부 알고리즘과 기술을 이용해 부적절한 판매글을 골라내고 사기 범법자에게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체 노력으로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나가겠다고 강조한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 스타트업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재 입법 예고안은 개인정보 남용 위험이 너무 크다. 중고거래 업체는 저마다 사기 방지를 위한 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개인정보가 보호될 수 있는 한에서 소비자 권익을 증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3호 (2021.04.07~2021.04.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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