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강도에 맞서싸운 평범한 남자.. 뒷맛이 씁쓸한 까닭
[이학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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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바디> 포스터 |
ⓒ 유니버설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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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바디>의 한 장면 |
ⓒ 유니버설 픽쳐스 |
리암 니슨의 <테이큰>(2008)의 성공 이후 '인간병기'인 중년 남성을 건드린 조직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는 복수 서사는 덴젤 워싱턴의 <더 이퀄라이저>(2014), 케빈 코스트너의 <쓰리 데이즈 투 킬>(2014),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2014), 숀 펜의 <더 건맨>(2015), 벤 에플렉의 <어카운턴트>(2016), 브루스 윌리스의 <데스 위시>(2018) 등 유사한 작품을 쏟아내며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다. 과거 정부 조직의 요원으로 일했던 과거를 숨기고 살던 허치가 러시아 마피아와 맞서는 과정을 그린 <노바디>도 중년 남성의 복수 영화 계보에 속한다.
고양이 팔찌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란 설정에서 많은 사람이 <존 윅> 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존 윅>의 발단이 개의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도된 유사함이다. <노바디>의 각본은 <존 윅>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각본가 데릭 콜스타드가 썼다. 그는 <존 윅>과 비슷한 영화 세계를 하나 더 창조한 것이다.
<존 윅>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아토믹 블론드>(2017), <데드풀 2>(2018), <분노의 질주: 홉스&쇼>(2019)의 감독인 데이빗 레이치는 "데릭 콜스타드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능숙하며, 그 세계 안에서 공감 가는 인물을 창조해내는 것도 잘한다"고 설명한다. 메가폰은 세계 최초 풀타임 일인칭 액션 <하드코어 헨리>(2016)로 주목을 받았던 러시아의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이 잡았다. 그는 오랫동안 <노바디> 같은 작품을 만나기를 고대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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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바디>의 한 장면 |
ⓒ 유니버설 픽쳐스 |
허치는 조용한 성격의 수학자가 아내의 복수에 나서는 <어둠의 표적>(1971)과 평범한 소시민이 세상을 향해 분노하는 <폴링 다운>(1993)의 영향 아래 있는 캐릭터로 무수한 남성들이 꿈꿔왔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영웅 판타지를 대리만족시켜 준다. 영화의 색감은 차가운 톤으로 시작했다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따뜻한 파스텔톤으로 변화하는 묘사로 허치의 심리를 표현한다.
<노바디>는 액션 영화답게 맨손 싸움, 총격전, 카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버스에서 허치가 5명을 상대로 싸우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 장면은 폭력 수위도 높거니와 허치가 어떤 과거를 살아왔는지, 내면의 분노가 얼마나 가득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익숙한 코미디 연기를 벗어나 강렬한 액션 연기를 보여준 밥 오덴커크는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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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바디>의 한 장면 |
ⓒ 유니버설 픽쳐스 |
강도들에게 비폭력으로 대응했던 허치에게 가족과 주위 사람들은 실망의 눈길을 보낸다. 무기력하고 무능했던 그가 강한 힘으로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성을 회복하자 아내와 아들은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거꾸로 가는 <폭력의 역사>(2007)가 아닐 수 없다.
여성과 아이,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선 총으로 무장한 카우보이가 필요하다는 <노바디>의 논리는 총기 사고로 인해 총기를 소지할 권리를 제한하려는 미국 사회 일각의 움직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경 수단으로서의 총기를 강력하게 옹호하고 있다. 즐겁게 보았지만, 곱씹을수록 뒷맛이 텁텁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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