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시즌에 긴급사태 해제한 日..'벚꽃 확산' 비상

이영희 2021. 3. 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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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벚꽃 명소에 인파 "다음주 더 늘어늘 것"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꽃놀이 자제" 권고도
국민 절반 이상 "긴급사태 해제 너무 일렀다"

"꽃구경은 삼가해주세요." 일본 도쿄의 '벚꽃 명소'로 불리는 메구로강 강가에는 지난주부터 이런 간판이 내걸렸다. 하지만 주말이었던 20~21일,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벚꽃을 보기 위해 강변에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22일 일본 기상청은 예년보다 12일 빠르게 도쿄에서 벚꽃이 만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주말에는 훨씬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17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벚꽃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2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도시에 순차적으로 발령했던 긴급사태를 전면 해제했다. 하지만 해제 시점이 하필 벚꽃 만개 시기와 겹치면서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긴급사태가 해제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주 후반부터 사람들의 외출은 크게 늘어났다. 휴대전화 위치 정보 분석에 따르면 20일 오후 1시 기준 도쿄 우에노 공원과 이노가시라 공원에는 전주보다 2배가량의 인파가 몰렸다. 시부야와 하라주쿠, 오다이바 등을 찾은 이들도 한 주 전에 비해 1.5배로 증가했다.

지자체는 '벚꽃놀이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매년 300만명의 사람이 모이던 메구로강이 있는 메구로구의 아오키 에이지(青木英二) 구청장은 지난 8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꽃놀이를 자제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오키 구청장은 지난해에도 "메구로강의 벚꽃도 슬퍼하고 있다. 내년에도 벚꽃은 또 피어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라면서 자제를 요청했었다.

20일 시민들이 일본 우에노 공원에서 벚꽃을 즐기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봄이면 벚꽃 밑에서 연회를 벌이는 인파로 가득했던 우에노 공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닥에 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단 걸으면서 벚꽃을 즐기는 건 가능하다. 공원 담당자는 "보행 시에도 마스크와 손 소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담당 구청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외출 자제로 피로감이 쌓인 사람들이 몰려나오는 걸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는 긴급사태 선언 해제와 함께 음식점에 9시까지 영업을 권고하며 하루 4만엔(약 41만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지만, 벚꽃 명소 주변 식당들은 보조금을 포기하더라도 꽃놀이 시즌엔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 우에노 공원 바닥에 붙어있는 연회 금지 안내문. [사진 방송화면 캡처]

이에 따라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긴급사태를 해제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아사히 신문이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사태 해제 결정이 "너무 빨랐다"고 답했다. "적절했다"는 31%, "너무 늦었다"는 11%였다.

일본에서는 21일 1119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와 엿새째 1000명대를 기록했다. 도쿄에서는 256명이 확인됐다. 코로나19 백신은 3월 19일까지 누적 57만 8835회가 접종됐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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