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11년 만에 역주행, 올드팝 '지각인기' 숨은 공신

김상화 2021. 3. 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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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해체·사후 재평가.. LP·CD 해외팝 음악들의 뒤늦은 역주행 사례

[김상화 기자]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SNS 상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가수는 바로 브레이브 걸스다. 4년 전 발표한 노래 '롤린(Rollin')'이 유튜브 편집 영상의 주목 덕분에 인기 몰이에 나서면서 급기야는 국내 주요 음원 순위까지 석권하는 역대급 역주행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아이유의 2011년작 '내 손을 잡아'가 발표 10년 만에 각종 차트 재등장이란 기현상을 일으키고 있어서 요즘 음악계는 '지각 인기곡 전성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날마다 신곡들이 쏟아지는 해외 팝음악계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영화 혹은 드라마, CF 등에 쓰이면서 올드 팝송의 재주목을 유도하는가 하면 무명 또는 기존 인기가수의 예전 곡들이 다시 각종 차트에서 맹위를 떨치는 일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SNS 플랫폼 틱톡 챌린지 덕분에 1977년 빌보드 1위곡인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의 'Dreams'는 43년 만에 12위(2020년 12월)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각 인기곡들이 적지 않은 관계로 여기선 편의상 예전 LP, CD 시절로 한정해 해외 팝 음악들의 뒤늦은 역주행 사례를 간략히 정리해봤다. 

뒤늦게 화제된 노래, 가수는 어디에? 
 
 그룹 셰리프, 에바 캐시디
ⓒ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코리아
 
1982년 셰리프(Sheriff)라는 캐나다 5인조 록 밴드가 있었다. 이들은 그룹 이름을 딴 데뷔 앨범 < Sheriff >로 모국에서 주목을 받았고 기세를 몰아 국경 넘어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 록 발라드 'When I'm With You'를 싱글로 공개해 캐나다 순위 8위, 미국 빌보드 61위에 오르긴 했지만 이후 멤버간 음악 견해 차이로 인해 1985년 팀은 해산하고 말았다.   

그런데 6년이 지나 1988년 라스베스이거스 지역 라디오의 DJ 제이 테일러가 이 곡을 자주 선곡하면서 해당 지역 청취자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점차 타지역 방송 DJ들도 이에 동참하는 등 인기 가능성이 발견되자 미국 캐피틀 레코드 측은 싱글 재발매를 결정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듬해 2월 'When I'm With You'는 빌보드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노래가 뜨면서 곳곳에서 셰리프라는 팀을 애타게 찾았지만 밴드는 이미 공중분해된 지 오래. 뒤늦게 멤버 프레디 커시(보컬), 스티브 디마치(기타)가 팀 재결성을 추진해봤지만 다른 멤버들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팀은 끝내 부활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대신 이 일을 계기로 의기투합한 프레디와 스티브는 록그룹 앨리아스(Alias)를 결성하고 1990년 싱글 'More Than Words Can Say'를 빌보드 2위에 올려놓으며 자신들의 새 인기곡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포크 가수 에바 캐시디(Eva Cassidy) 역시 라디오 DJ의 영향력이 만든 역주행 인기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국내 오디오 기기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얻었던 에바는 1990년대 말 -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영국 음반 순위를 강타했던 인물이다. 1998년작 < Songbird >는 발매 후 3년이 지난 2001년 한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음반 8위(80만장)로 집계 되었고 지금까지 총 180만 장 판매고를 기록할 만큼 영국 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정작 에바 본인은 이러한 성공을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오랜 기간 암 투병 끝에 1996년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생전 발표했던 유일한 작품인 < Live at Blues Alley >(1996)를 제작한 인디 레이블 블릭스 스트리트는 에바의 가족들로부터 그녀가 남긴 녹음 테이프를 차곡차곡 모아 음반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1998년 < Eva By Heart >를 시작으로 < Songbird >, < Imagine > 등 유명 팝과 전통 포크 음악을 커버한 작품을 매년 공개했지만 무명 가수의 유작에 관심 기울이는 음악팬들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냥 잊혀질 수 있었던 에바의 음악을 우연히 음반을 접한 BBC 2라디오 < Wake Up Wogan > 진행자 테리 우건과 담당 PD 폴 월터스의 전폭적인 선곡 지원으로 입소문을 탔고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Over The Rainbow'(영화 '오즈의 마법사'), 'Fields Of Gold'(스팅 원곡) 등 별다른 꾸밈 없이 서정성을 녹여낸 노래들은 리메이크곡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영국 음악 팬들뿐만 아니라 에릭 클랩튼, 폴 매카트니 등 거장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총 3장의 음반이 UK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고 사후 11년이 흐른 2007년엔 'What A Wonderful World'(루이 암스트롱 원곡)로 UK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1980년대 할리우드 영화, 60년대 올드팝 부활의 일등공신
 
 영화 '스탠드 바이 미', '더티댄싱','사랑과 영혼', '굿모닝 베트남' OST
ⓒ 유니버설뮤직,워너뮤직,소니뮤직코리아
 
지금은 실물 음반 시장의 쇠퇴, 복잡한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인해 컴필레이션(편집) 형식의 사운드트랙(OST) 음반 출시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1980-90년대만 하더라도 당대 인기가수들의 신곡·추억의 올드팝들을 적절히 섞은 OST 발매가 줄을 잇곤 했다. 해당 영화가 관객몰이에 성공하게 되면 자연스레 극중 삽입된 음악도 함께 주목을 받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게 그 시절 할리우드 영화계의 기본 공식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고(故) 리버 피닉스의 청소년 시절 명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던 스티븐 킹 원작 <스탠드 바이 미>(1986년)에는 동명의 명곡
'Stand By Me' (벤 E. 킹)가 삽입되어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당초 1961년 발표되어 빌보드 차트 4위에 오른 바 있었지만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25년만에 재등장, 최고 순위 9위에 도달하는 이변을 낳았다. 

춤 영화 전성시대를 펼쳤던 고(故) 패트릭 스웨이지의 대표작 <더티 댄싱>(1987년) 역시 올드팝 열풍의 주도한 작품이었다. 빌 메들리와 제니퍼 원스의 '(I've Had) The Time of My Life' (1위), 주연배우 패트릭이 직접 부른 'She's Like The Wind'(3위) 등 각종 빌보드 인기곡을 배출한 이 작품에선 1962년 3위곡 'Do You Love Me'(카운터스)가 26년 만에 차트에 재진입, 11위로 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고(故) 로빈 윌리엄스의 걸작 <굿모닝 베트남>(1987년)에선 명곡
'What A Wonderful World'(루이 암스트롱)이 부활하기도 했다. 1967년 첫 발표 당시엔 빌보드 순위엔 진입하지 못하고 UK 차트에만 이름을 올리는 데 그친 이 곡은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20년 만에 32위까지 오르며 전세계적인 히트를 거둘 수 있었다.  

역시 패트릭 스웨이지의 전성기를 이끈 <사랑과 영혼(원제 Ghost)>(1990년)에선 라이쳐스 브러더즈의 1965년 4위곡 'Unchaned Melody'가 25년 만에 빌보드 재진입에 성공했다. 이땐 1990년 재녹음 버전(19위)과 1965년 오리지널 버전(13위)이 동반 히트를 기록하는 진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는 한 아티스트가 부른 동일 곡의 2개 버전이 빌보드 20위안에 동시 진입한 최초의 사례였다. 

한편 한국에선 가수 박일준이 이 곡에 우리말 가사를 붙여 리메이크했던 노래 '오! 진아'가 영화의 국내 흥행 덕분에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등 TV 쇼 프로그램에 재소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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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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