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에 이어 송파까지 안전진단 통과..재건축 훈풍부나
서울시장 후보들 재건축 활성화 공약 내걸자 기대감도 커져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서울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에 이어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까지 이른바 노른자위로 불리는 대규모 단지들이 속속 정밀안전진단(조건부)을 통과하면서 재건축 바람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미 조합설립 인가가 떨어진 압구정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급등하자 너도나도 재건축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전 재건축을 서두르려는 움직임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재건축 훈풍이 불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재보선에 나서는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일제히 재건축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앞으로 재건축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전날(8일)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용역 시행 결과 D등급(53.37점)으로 재건축 사업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안전진단은 A~E등급으로 나뉘며 낮은 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판정을 받게 된다. 가장 낮은 E등급은 재건축 확정 판정이며, D등급은 공공기관에서 실시하는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하는 조건부 재건축을 의미한다. A~C등급의 경우 재건축 불가 판정이다.
◇압구정·목동에 이어 잠실에도 재건축 바람…서울은 지금 재건축 열풍
앞서 한 차례 탈락의 고배를 마신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이번에 D등급을 받음에 따라 재건축을 위한 첫 발을 떼게 됐다. 앞으로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게 될 경우 정비구역지정, 조합설립,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재건축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1998년 준공된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5540가구 대단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다.
지난달 9일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4단지가 D등급(51.66점)으로 재건축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목동4단지는 1986년 준공한 16개동 1382가구 규모다.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단지 전체가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4단지뿐 아니라 1·2·3·5·7·10·11·13·14단지도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으며 6단지는 지난해 6월 추가 적정성 검사까지 통과했다. 목동 8·12단지는 1차 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9단지는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했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총 2만6635가구에 달한다.
서울 곳곳에서도 재건축 추진을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월시영아파트는 지난해 11월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2차 진단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 목화아파트도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으며 마포 성산시영아파트도 지난해 5월 최종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재건축 아파트가 속속 조합인가를 받으며 재건축 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 5구역은 압구정4구역에 이어 강남구청으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1·2·3·6구역은 조합 설립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재건축 단지들이 이처럼 안전진단과 조합설립을 서두르는 것은 앞으로 강화될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은 2년 동안 실거주한 경우에만 새 아파트 분양 자격을 받도록 했다. 다만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완료한 단지는 해당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개정안이 현재 국회 계류 중으로 올해 상반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전에 조합설립을 마무리하려는 재건축 단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안전진단도 재건축 1, 2차 정밀 안전진단기관의 선정·관리 주체가 기존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이 예고되면서 규제 강화 전 안전진단을 통과하려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상근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 모임(올재모) 회장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법안이 국회 논의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2차 안전진단 일정도 서두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 신고가 경신…서울시장 후보 '재건축 규제 완화' 한목소리
여기에 최근 압구정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민간 재건축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압구정 3구역(현대1~7·10·13·14차, 대림빌라트) 현대2차 아파트 6층 전용 196.84㎡가 55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종전 최고가인 49억3000만원(13층)보다 5억7000만원 오른 역대 최고가다.
압구정2구역 신현대12차에서도 전용 182.92㎡ 10층 매물이 57억5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2월 거래된 금액보다 14억원 올랐다.
재건축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압구정 4구역(현대8차, 한양 3·4·6차)에 포함된 현대8차에서는 1월 전용 163.67㎡가 지난해 7월보다 7억원 올라 역대 최고가인 37억원을 기록했다.
목동도 마찬가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월 양천구 집값 상승률은 3.18%로 서울서 가장 높았다.
앞으로 이같은 민간 재건축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이 한목소리로 재건축 규제 완화와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도심과 여의도, 용산, 강남 일부 지역의 노후 주택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어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제가 시장이 되면 서울시 차원에서 제거 가능한 규제를 과감히 없애서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도심 고밀개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무주택 실소유자를 위한 대출규제 해제, 청약제도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압구정단지를 시작으로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전에 재건축을 서두르고 있다"며 "여기에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오르면서 점차 재건축 추진 단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조사결과에서도 서울시장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재건축 추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규제가 완화될 경우 재건축 시장도 기대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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