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된 길에서만 볼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의 옛 휴게소

이재환 2021. 2. 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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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시골길은 활력을 잃은 곳이 적지 않다.

국도와 지방 도로를 직선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곳곳에 새로운 길이 건설되면서 오래된 옛길은 점점 그 기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꼬불꼬불 느리게 연결되는 옛길을 서행하는 것만으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곤 한다.

직선으로 빠르게 가는 확장도로를 마다하고, 느린 길로 돌아서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오래된 휴게소가 반가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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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차동고개 휴게소 터와 청양 칠갑산 휴게소에 가보니..

[이재환 기자]

 
 해발 160미터 칠갑산 휴게소 알림판
ⓒ 이재환
 
오래된 시골길은 활력을 잃은 곳이 적지 않다. 국도와 지방 도로를 직선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곳곳에 새로운 길이 건설되면서 오래된 옛길은 점점 그 기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길은 그 나름의 운치가 있다. 굽이굽이 산길로 이어지며 느리게 연결된다. 그 때문일까. 꼬불꼬불 느리게 연결되는 옛길을 서행하는 것만으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곤 한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오전 충남 홍성에서 출발해 예산과 청양에 있는 옛 길(도로)들을 둘러 보았다. 코로나19로 식당을 이용하는 대신 김밥을 싸들고 소풍가듯이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예산에서 공주로 넘어가는 옛 길에는 차동고개가 있다. 32번 국도가 직선화되고 차동터털이 뚫리면서 차동고개로 올라가는 옛 길은 그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이다. 도로가 기능을 잃으면서 도로에 있던 휴게소도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해발 215미터 차동고개에는 차동휴게소가 있었다. 차동휴게소는 예산, 홍성, 당진, 서산, 태안 사람들이 공주와 대전을 오가던 요충지였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을 차동휴게소는 지금은 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휴게소 터에는 지난해 여름, 무성하게 피어올랐던 잡초들이 빛깔을 잃고 누렇게 말라 있다. 이곳이 과거에 휴게소가 있던 자리였다는 것을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차동휴게소의 존재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차동고개 휴게소 터. 이곳이 휴게소 터였다는 사실도 이제는 잊혀지고 있다.
ⓒ 이재환
   
 
 칠갑산 휴게소에 있는 칠갑산 노래비
ⓒ 이재환
 
하지만 옛길에 있지만 아직은 인적이 끊이지 않는 휴게소도 있다. 차동고개를 지나 청양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청양군 정산면이 나온다. 정산면사무소를 지나 천장호 방면으로 고갯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칠갑산 휴게소가 나온다. 이곳도 지난 2017년 청양군 대치면과와 공주시 우성면 구간이 확장・개통되면서 '옛 길'이 되었다.

칠갑산 휴게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기는 것은 오래되어 녹이 슨 휴게소 알림판이다. 칠갑산 휴게소에는 '콩밭 매는 아낙네'로 유명한 노래 <칠갑산>을 기념하는 노래비가 서있다. 가끔 깊은 산골의 느낌이 그리울 때 이곳을 찾곤 하는데, 여전히 반겨주는 휴게소가 있어서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유명 관광지지인 천장호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칠갑산 휴게소에는 쉬어가는 차량들도 종종 보인다.

마치 쉼표처럼 다소곳이 서 있는 옛 휴게소는 눈으로 느껴지는 질감 자체가 아날로그적이다. 직선으로 빠르게 가는 확장도로를 마다하고, 느린 길로 돌아서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오래된 휴게소가 반가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는 느리게 천천히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옛길을 따라 비대면・비접촉 여행을 떠나는 것을 추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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