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대책] 공급물량 실체 없고 땅 확보 수준.. "집값 잡기 어렵다" 쓴소리

박상길 2021. 2. 4. 19: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이 임기 내 마지막 공급 대책인 점을 감안해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전국으로 주택 공급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정부가 작년 5·6 대책에서 내놓은 서울 전세대책 물량 7만5000호까지 더하면 주택 수는 더 늘어나는데, 1990년 노태우 정부 때 추진된 수도권 200만호 공급 계획과 맞먹는 수준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영향 인구감소 앞두고
'물량 폭탄' 적절성 의문 제기
수년 뒤 주택공급 쇼크올수도
변창흠(사진) 국토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문재인 정부는 이번이 임기 내 마지막 공급 대책인 점을 감안해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전국으로 주택 공급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만 해도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겠다며 수요 억제에만 주력하고 공급 확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나 강력한 대책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자 조금씩 공급 물량을 늘려나가다 막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자꾸만 확산되는 '집값 상승'의 불씨를 초대형 주택 공급 물량을 통해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그러나 아직 주택 공급 물량의 실체가 없고 정부가 주택을 지을 땅만 확보하는 수준이라 집값을 잡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4일 "그동안 공급 기반 확충에도 유례없는 초저금리와 급격한 가구 수 증가에 대응하기는 한계가 있었다"며 "주택 구매 실수요자 보호와 부동산 투기수요 근절 등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도심 내 우수 입지에 부담 가능한 가격의 품질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존에 주거복지로드맵과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내놓은 수도권 127만2000호 공급 계획까지 합하면 이번 정부에서 수도권에 공급되는 주택은 188만8000호에 달한다. 정부가 작년 5·6 대책에서 내놓은 서울 전세대책 물량 7만5000호까지 더하면 주택 수는 더 늘어나는데, 1990년 노태우 정부 때 추진된 수도권 200만호 공급 계획과 맞먹는 수준이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급등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기도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골자로 한 수도권 200만호 주택 공급 계획을 추진했고 이 영향으로 10년간 서울 집값이 안정세를 보였는데, 이 사례를 본보기 삼아 이번에는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주택 공급 물량은 아직 실체가 없다. 정부는 2025년까지 83만6000호의 주택 분양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겠다고만 밝혔다. 이 때문에 실제 분양으로 이어지려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다만 아파트가 아닌 빌라형이나 중층 단지의 경우 일반 아파트보다 사업 속도가 빨라 공급 속도가 다소 빠를 수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소규모 정비사업 등을 통해 공급하는 다세대 주택 등은 2023년 준공도 가능하다"며 "주택 유형에 따라 실제 준공되고 입주하게 되는 시점은 다양하게 벌어질 것인데,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지금부터 5~6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제 상황이 30년 전 노태우 정부 때와 전혀 다른 데 물량 폭탄을 쏟아내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노태우 정부 당시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 등으로 경제가 호황이었고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급격히 유입돼 주택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구감소 시대를 앞두고 있고 30년 전에 비해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인구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 61만6000호 주택 공급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당장은 집값 안정을 이룰지 몰라도 수년 뒤 주택 공급 쇼크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 교수는 "정부 대책은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만약 사업이 실제 추진된다면 다음 정부는 주택 입주시점에 맞춰 대책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