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코로나 감염보다 두려운 배고픔

2021. 2. 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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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마켓'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영등포구민이 원하는 마켓'이라는 의미와 '0원으로 물품을 무료 제공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원마켓에는 쌀·라면 같은 식료품과 휴지·샴푸·비누 등의 생활필수품, 의류 잡화가 구비돼 있다.

기존 푸드뱅크가 긴급지원대상, 기초수급탈락자, 차상위계층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영원마켓은 경제적으로 힘든 구민이라면 누구나 3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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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영원마켓’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영등포구민이 원하는 마켓’이라는 의미와 ‘0원으로 물품을 무료 제공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등포구가 코로나19로 생계 위협에 처한 구민의 생필품 지원을 위해 서울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당산동 영등포구청 별관 푸드마켓 1호점, 신길1동 푸드마켓 2호점, 신길6동 푸드마켓 3호점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영원마켓에는 쌀·라면 같은 식료품과 휴지·샴푸·비누 등의 생활필수품, 의류 잡화가 구비돼 있다. 모든 물품은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과 기부를 통해 마련된다.

기존 푸드뱅크가 긴급지원대상, 기초수급탈락자, 차상위계층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영원마켓은 경제적으로 힘든 구민이라면 누구나 3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이용하고 싶지만 심한 장애가 있거나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봉사단체가 가정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영원마켓은 복지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설치했다. 2차례 이상 방문하면 정말 생계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해 구청에서 복지서비스를 연계해준다. 최근 정세균 총리도 다녀갔을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그런데 의외의 말을 들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지난달 26일 인터뷰에서 “영원마켓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품목이 쌀이라고 하더라. 당장 먹고 살기도 어려운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실제 영원마켓에는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쌀을 살 돈조차 없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형 긴급복지 제도가 있고, 코로나19 이후 기준도 완화됐지만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서울형 긴급복지는 소득 및 재산 기준이 있어 심사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각 지자체에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시행해도 최근 방배동 모자 사건 같은 복지 사각지대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선 특히 그렇다.

종로3가 탑골공원에는 무료 배식을 받으려고 추운 날씨에도 길게 줄을 서 있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 밥을 찾아 멀리서 오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노숙인들은 한파와 무료 배식 중단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성동구는 설을 맞아 생계가 어려운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든든 한끼 누리소(所)’를 2월 한 달간 휴일 없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운영한다. 또 주민 접근성을 고려해 행당1동, 금호2-3가동, 성수2가1동, 용답동 주민센터 외부 4곳에 물품 진열대를 설치해 쌀, 즉석밥, 라면 등의 식료품을 비치하고 갑작스럽게 생계 곤란을 겪게 된 주민들이 먹거리를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긴급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예산이나 인력 등에 한계가 있다. 복지제도 사각지대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굶주리는 이들이 복지서비스 신청 없이도 당장 먹거리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긴급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개인 및 기업의 후원과 기부, 민간 자원을 활용할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사업장 있는 전국 각지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도시락 등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 좋은 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여야 후보들도 화려한 수사나 거창한 공약을 내세우기 전에 ‘영원마켓’이나 ‘든든 한끼 누리소’를 한 번쯤 찾아보길 권한다. 그곳에 가서 코로나19로 피폐해진 민생을 살펴보라. 당장 쌀조차 없어 코로나19 감염보다 배고픔이 더 두려운 취약계층을 품고 그들에게 생산적 복지인 일자리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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