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포기 학생 가슴 아파.. 스스로 선택했으면 했다"

임효준 2021. 2. 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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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축구 향한 꿈 이어가는 청룡FC 최정민 감독

[임효준 기자]

▲ 최정민 감독 최 감독은 "성인무대로 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해왔던 축구를 쉽게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며 고등부 학생선수들을 격려하며 선수출신 전문가 양성에 노력하고 있다.
ⓒ 임효준
 
"프로선수를 꿈꾸는 고등학교 축구선수들이 금전적인 문제나 진학에 필요한 내신등급 등의 이유로 축구를 포기하는 상황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고등부가 성인무대로 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해왔던 축구를 쉽게 포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2017년 경기도 동두천 청룡FC U18팀을 창단해 5년째 운영 중인 최정민 감독은 지난달 31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위와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2000년 부천 SK에 입단, 프로선수를 시작해 2009년 천안시청축구단에서 현역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동두천에서 유소년 봉사활동을 하다 대학교 은사의 권유로 고등 클럽을 한 달간 봐주다 진학을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선수들의 아픔을 알고 지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가장 중요했던 5년의 프로생활 중에 5명의 감독을 만났었습니다. 1년 만에 감독이 바뀌면서 바뀌는 감독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선수생활을 접으면서 지도자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한 선수가 진정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신뢰와 믿음이 꾸준하게 필요합니다."

청룡 FC는 처음부터 성적을 내는 팀이 될 수 없었다. 성장 속도가 조금 늦은 학생선수부터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사는), 다문화가정 등 3분의 1은 어렵게 축구를 하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축구를 계속할 수 있게 회비나 다른 면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청룡FC의 목표는 선수들이 쉽게 축구를 포기하지 않고 충분한 기회를 얻어 본인 스스로 축구선수로 경쟁력이 있는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고등부 및 대학부 축구팀 자료 2019년 기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고등 및 대학팀 갯수와 선수 수
ⓒ 최정민 감독 제공
 
2019년 기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고등학교 축구부 수(클럽 및 FC포함)와 선수 수는 187개팀에 6185명이다. 반면에 대학팀과 선수는 85개팀, 2751명이다. 바로 프로팀으로 직행하기란 더욱 어렵다. 2020년 기준 상위 프로팀인 K1과 K2는 각각 12개와 10개팀이며 그 다음 세미프로팀으로 K3 16개, K4 13개팀이 있다. 결국 반 이상의 고등학교 학생선수들이 갈 곳이 없어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축구실력이 모자라는 만큼 처음부터 학생선수들의 내신관리에 신경을 썼습니다. 변하는 대학입시제도에 따라 취약한 부분도 꼼꼼히 챙기는 등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습니다."

청룡FC팀은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축구와 관련된 꿈을 꾸는 학생선수들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저는 우리 애들이 축구행정가, 분석관, 스카우트, 물리치료사, 심판 등 축구분야에서 계속 축구를 통해 즐거움을 이어가는 건강한 선수출신 전문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짧은 역사에도 K3에 가서 선수생활을 하거나 대학 축구부에서 활동하거나 특수부대를 지원해 직업 군인이 된 졸업생들이 있다. 
 
▲ 부천 SK 현역시절의 최감독 위 오른쪽부터 이을용.최거룩.곽경근.최정민 감독.이용발.박철/ 밑 오른쪽부터 김기동.송창남.안승인.조성환.남기일
ⓒ 최정민 감독 제공
 
최 감독도 중학교 때까지는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대신고 최기봉 감독(현 여주대 감독)의 특별한 지도로 완전히 달라졌다.

"(최기봉 감독님은) 공격수였던 저의 포지션을 중앙수비수(센터백)으로 변경해 고1 때부터 주전으로 뛰게 해주셨습니다. 고2 때였던 94년 고등춘계연맹대회에서 우승하고 고3 때는 준우승을 하며 급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우승을 맛 본 한 해 선배 이성재 선수는 현재 일본으로 건너가 윤정환 감독 밑에서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준우승을 했던 고3때 상대 우승팀 부평고 출신들은 김남일 현 성남FC감독, 안효연 현 동국대 감독, 조만근 현 포천K4 감독, 서기복 현 부평고 감독 등 유명인이 되어 있다.

최근 최 감독도 성인팀 지도자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축구는 1부 리그와 2부만 전부가 아닙니다. 엘리트 스포츠에서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지만 뿌리가 중요합니다. 한국 프로축구가 진정한 사랑을 받으려면 유소년에서 청소년, 그리고 K4, K3 등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제대로 올라가는 시스템이 되어야합니다."

최 감독은 아픔을 아는 지도자다. 그는 우수 선수로 고등부를 마치고 바로 중앙대로 스카우트되어 4학년 김정수 선수(현 국가대표 19세 감독)를 만나 자기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후 1995년 아시아학생 선수권대회에서 대표로 선발돼 김남일, 김성근 선수와 함께 우승을 일궜지만, 1996년 세계 청소년대표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고도 최종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다.

 
▲ 시드니올림픽 대표시절 최감독 시드니올림픽 아시아1차예선 1999년(위 오른쪽부터 김태진.박동혁.안효연.최정민 감독.최철우.김도균/밑 오른쪽부터 박지성.박진섭.이영표.이관우.전우근)
ⓒ 최정민 감독 제공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고종수, 김남일, 이관우(현 청주대 감독), 박동혁(현 아산FC 감독)과 이동국, 설기현, 이영표, 박지성, 김도균 등과 한 팀으로 뛰었던 추억만 남아있다.  

"축구는 누구나 즐거워야 합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축구를 공유하며 즐겨야 합니다. 이기고 있다고 시간을 끌거나 반칙을 통해 이기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페어플레이'를 통해 진정한 축구의 재미를 선수와 관중들이 공유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후 중앙대 졸업 후 연고지명으로 부천SK 입단(현 제주유나이티드)해 윤정환 선수(현 제프유나이티드 이치하라 감독), 이임생 선수(전 수원삼성감독), 김기동 선수(현 포항스틸러스 감독), 조성환 선수(인천유나이티드 감독), 이을용 선수(2002년 월드컵 대표), 박철(전 대전시티즌 감독대행), 이용발 선수(현 대구FC GK코치) 등과 팀을 이뤄 경기에 임했다.

프로 입단 후 2002 월드컵 상비군에도 선발됐지만 최종 대표팀에는 낙오하고 말았다, 그 때 경쟁선수가 차두리와 현영민 선수다.

부천SK가 제주로 연고지 이전하면서 팀을 떠나 고양 국민은행 축구단으로 입단해 현 안양FC 이우형 감독 밑에서 지난 2006년 내셔널리그 우승을 하고 MVP을 받으며 1부리그 승격을 꿈꿨지만 국민은행이 승격 거부를 해 다시 위기를 맡는다.

"그 당시 프로 1부리그 대구FC 박종환 감독님의 부름을 받고 합류했지만 훈련 중 이적료 문제로 다시 팀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 때 잘 해결되었다면 계속 프로선수생활을 잘 이어 나갔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후 싱가폴에 있는 홈유나이이티드팀 용병선수로 갔다가 용병제한에 걸려 일본 실업팀인 FCMIO 비와꼬시가로 가서 우승을 일궈낸다. 그 뒤 다시 국내 창단팀인 천안시청으로 와 2년간의 선수생활을 한 뒤 현역생활을 정리했다. 

"프로 때 벌어둔 돈을 지금 다 까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선수의 꿈을 꾸는 우리 청소년 축구선수들이 축구를 포기하지 않고 축구관련 전문가로 성장해 축구사랑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지금껏 고생한 아내와 초등학교 6학년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축구지도자로서 모범을 보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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