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2법 시행 6개월.. 세입자 권리 얼마나 좋아졌나

김노향·강수지 기자 2021. 1. 30.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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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하는 전세 실거래가 차이는 지난해 국회 통과 후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2법) 개정안이 원인이란 게 현장의 분석이다. 임대차2법에 따라 집주인의 직접 거주가 아닌 경우 세입자의 1회 재계약 청구권이 보장되고 이때 임대료 인상률은 5%로 제한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지하철 7호선 반포역이 바로 앞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2009년 입주한 3410가구규모의 대단지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랜드마크 중 한 곳이다. 대기업 등 업무지구와 우수학군 수요가 몰리다 보니 최근 실거래가 대비 전세가율은 최고 86.2%에 달한다. 84㎡(이하 전용면적)의 최근 실거래가는 29억원(15층)인데 같은 면적 전세 호가는 25억원(1층)이다. 비싼 전세금을 낼 만한 실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이 아파트 전세 호가가 요동치고 있다. 같은 면적에 층수가 더 높은 남향 전세가 17억원에 나온 것을 필두로 18억~22억원대 전세 매물이 다수 눈에 띄었다. 전세 실거래가도 들쭉날쭉해 1월12일엔 12억750만원(4층)에 신고된 반면 다음날인 13일에는 18억원(6층)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신고되는 등 하루 새 50%가량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최근 발생하는 전세 실거래가 차이는 지난해 국회 통과 후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2법) 개정안이 원인이란 게 현장의 분석이다. 임대차2법에 따라 집주인의 직접 거주가 아닌 경우 세입자의 1회 재계약 청구권이 보장되고 이때 임대료 인상률은 5%로 제한된다. 재계약 때 인상률 5%를 적용한 전세 실거래가가 전셋값을 끌어내리는 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다만 신규계약과의 전셋값 차이는 전세시장의 새로운 골칫거리가 될 보인다.



전세 재계약 10명 중 7명 이상 성공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영 의원(더불어민주당·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이 지난 19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셋째 주 기준 전·월세 통합 재계약률은 73.3%를 기록했다. 만기를 앞두고 세입자 10명 중 7명 이상이 계약을 연장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내 아파트 가운데 전세 가격이 2억~10억원 사이인 100개 단지 17만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중 확정일자와 전입신고 자료가 있는 2만5000건의 거래를 분석했다. 통상 재계약의 경우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새로 신청하지 않기 때문에 계약갱신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허 의원에 따르면 전·월세 통합 재계약률은 지난해 7월 임대차2법 시행 직후 빠르게 올랐다. 임대차2법 적용 전인 2019년 9월~2020년 8월 1년 동안 평균 재계약률은 57.2%였다. 전세 유형만 보면 같은 기간 재계약률이 59.0%였다. 세입자 41%가 2년 만에 전셋집을 옮겨야 했다는 의미다. 허 의원은 “임대차2법의 효과가 나타났고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전세형 공공임대주택이 올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전세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셋값 상승 ‘신규계약’이 원인


다만 임대차2법 시행이 당장 전셋값 안정에 기여했는지는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포자이 84㎡는 지난 12월 ▲11억250만원(13층) ▲12억원(24층) ▲14억원(17층) ▲16억원(22층) ▲17억원(14층) ▲18억원(15층) 등에 전세 계약된 것으로 신고됐다. 가격이 내린 거래도 있지만 신규계약의 경우 더 오르기도 했다. 임대차2법 시행 전인 지난해 1~7월 전세거래 신고가는 11억6000만~17억원이다.

서울시내 주택의 중위 전셋값은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중위 전셋값은 임대차2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7월 3억4397만원을 기록했고 시행 이후 ▲8월 3억4537만원 ▲9월 3억4702만원 ▲10월 3억4838만원 ▲11월 3억5103만원 ▲12월 3억5348만원 등으로 꾸준히 올랐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같은 기간 중위 전셋값은 ▲7월 4억3514만원 ▲8월 4억3752만원 ▲9월 4억4026만원 ▲10월 4억4246만원 ▲11월 4억4684만원 ▲12월 4억5089만원 등으로 6개월 새 3.6% 올랐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1980~1990년대 임대차 계약 기간 연장으로 전세난이 심화됐던 과거 경험과 현재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3~5월쯤 전셋값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신규계약도 상한제 적용?


이 같은 전셋값 상승은 신규계약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규 세입자가 전세를 구하기 힘든 점 역시 문제다. 이 때문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신규 임대차 계약에도 가격 상승 제한을 적용하는 ‘표준임대료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변 장관은 지난 12월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신규계약에 임대료상한제를 적용하려면 기준금액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계약 신고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올 6월 시행 예정인 전·월세신고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즉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신규계약의 임대료상한제가 추가 시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는 임대차2법 시행 후 주거안정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신규 세입자의 경우 전세가 부족한 상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안다”며 “임대차 거래 관행이 30년 넘게 이어지다 갑자기 바뀌면서 제도가 정착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방(고시원) 구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버젓이 돌아다니는 불법 홍보글이다. 정부가 올 7~8월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9~10월 남양주 왕숙 ▲11~12월 고양 창릉·부천 대장·하남 교산·과천 등 수도권 3기신도시 3만가구의 사전청약 계획을 밝힌 후 거주자 우선순위 자격을 얻으려는 위장전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3기신도시 사전청약에서 본청약까지 대기하는 최대 2년 이상 의무 거주기간을 채우면 당첨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고시원에선 월세 20만원 가량을 받고 비거주 전입을 몰래 해주고 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위장전입까지 서슴지 않는 신도시 입주 대기자로 인해 일대 지역은 전셋값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3기신도시 개발이 진행되기 전의 도시는 주택공급도 부족한데 대기수요가 미친 듯이 늘다 보니 전세난이 발생하고 전셋값은 폭등한 것이다. 이는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평균 전셋값을 높여 전세난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수도권 전셋값 서울보다 더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1월 3억1412만원에서 12월 3억3973만원으로 1년 만에 8.2% 올랐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5.3%(4억5799만원→4억8245만원) 오른 데 비해 경기는 10.5%(2억5435만원→2억8097만원), 인천은 11.3%(2억1283만원→2억3696만원) 뛰었다. 경기와 인천 아파트 전셋값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상승률을 견인한 셈이다. 이 여파로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역시 8.3%(2억3156만원→2억5076만원) 상승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와 공인중개사 사이에선 최근 수개월째 지속된 전세난의 원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2법) 영향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 12월 전국 500개 공인중개사사무소와 학계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 KB 부동산 보고서’를 보면 전셋값 상승의 원인을 두고 임대차2법 도입 후 발생한 전세 매물 감소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수도권만 보면 공인중개사의 43%와 전문가의 39%가 전세 매물 감소로 전셋값이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저금리가 전세난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경우는 공인중개사 9%와 전문가 7%에 불과했다.



서울-경기 잇는 광역교통대책 집값 뇌관


하지만 일각에선 3기 신도시를 베드타운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정부가 서울 출·퇴근 교통수단을 확대하는 광역교통대책을 추진해 집값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주 왕숙은 서울 9호선이 연장되고 고양 창릉의 경우 서울-은평 도시철도와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GTX)-A 역 건설이 추진돼 인근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고 있다.

왕숙 9호선은 2028년 준공이 목표지만 인근 집값은 이미 폭등세를 보였다. 남양주시 별내동 ‘별내 우미린스타포레’ 84㎡(이하 전용면적)는 가장 최근 매매 실거래가가 1월9일 6억4000만원(1층)을 기록해 지난해 3월10일 4억3800만원(2층) 보다 46.1% 급등했다. 같은 면적 전셋값도 지난해 1월 2억원(15층)에서 11월 5억5000만원(5층)으로 1년 새 3배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하남은 KB부동산 기준 3.3㎡당 아파트 전세 평균 가격이 1755만4000원으로 한해 동안 50.2% 치솟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하남시 신장동 ‘대명강변타운’ 84㎡는 가장 최근 6억원(10층·22층)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1월 전세 실거래가를 보면 최저 3억1000만원(10층)으로 1년 새 두 배 가량 올랐다.

시민단체는 정부의 도시 확장이 결국 집값 불안의 단초를 제공한다며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만든 3기신도시 정책이 수요 분산의 효과는 있지만 집값은 오히려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에서 “집값에 거품이 낀 상황에 분양가를 조금 낮춘 새 아파트가 나온다고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의 집값을 계속해서 자극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공급물량 중에 분양주택과 공공임대의 비율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고 최근에는 분양 중심 공급대책으로 방향이 선회해 다시 ‘로또 분양’을 양산하고 주변 시세까지 동반 상승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임대차 계약 보장기간은 1989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후 31년 만인 지난해 4년으로 늘어나 전세시장에 격변을 일으켰다. 새로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2법)은 세입자에게 1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갱신에 따른 보증금 등 차임을 이전 계약보다 증액할 경우 최대 5% 상한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 것이 골자다.

다만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예외조항을 뒀다. 법은 ▲세입자가 월세를 2회 이상 연체한 경우 ▲집주인이나 집주인의 부모·자녀가 직접 거주하기로 한 경우 ▲세입자가 허위 신분으로 계약한 경우 ▲임차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동의 없이 무단 증축·개조하거나 고의로 파손한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와 합의해 이사비 등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등 9가지 사유다. 집주인의 배우자는 ‘집주인’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집주인의 권리도 함께 보호하기 위한 조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도 잇따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세입자를 위해 만든 법이 정작 세입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집주인 직접 거주 위장 사례 속출


서울 양천구에서 보증금 2억1000만원짜리 빌라에 전세로 거주하는 A씨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부족한 보증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던 중 집주인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직접 거주할 계획이니 집을 비워달라는 것이었다. 집주인의 직접 거주는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합법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사유다. A씨는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사를 가야만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살던 집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매물로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이처럼 실제 거주 계획이 없으면서 보증금을 올려 받기 위해 위장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법의 허점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집주인의 계약갱신 거절 후 직접 거주를 확인하는 정책을 강화하자 이번에는 위장전입 또한 많아졌다.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못 하도록 요구하는 경우에는 세입자가 계약 사실을 증빙하기가 어려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세입자에게 전입신고를 못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대항력을 갖출 수 없고 전세권 설정등기도 안 돼 이런 계약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월세 전환, 트집 잡기 논란


집주인의 직접 거주 요건에 대한 모호성도 논란거리다. 법이 명시한 직접 거주의 주체에는 임대인·직계존속·직계비속이 포함된다. 집주인의 배우자는 법규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부 집주인은 배우자의 세대를 분리해 직접 거주하는 것처럼 눈속임을 할 수 있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하기 위해 억지 사유를 찾아내거나 트집을 잡는 사례도 많다. 세입자가 월세를 2회 이상 연체한 경우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로 파손한 경우 등의 예외 사유를 만들기 위해 꾀를 쓰는 것. 최근 재계약에 성공한 세입자 B씨는 "집주인이 재계약 전 집을 쥐 잡듯이 살피고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서 애를 먹었다"며 "원래 파손돼 있던 부분까지 책임을 떠넘기려고 해 입주 전에 촬영해 놓은 사진이 있어서 겨우 증명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임대차2법 시행 후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도 잇따랐다. 일부는 정부의 다주택자 세제 강화 정책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로 전세금을 지나치게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기도 했다.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률 증가로 신규 전세 매물이 점점 감소하고 전셋값이 급등하자 이런 입주인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세입자의 현실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계약일 기준 부동산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9315건이던 전세 거래는 11월 6930건과 12월 5890건 등으로 감소했다. 반면 준전세 거래는 10월 1724건에서 11월 2603건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월세는 3832건에서 4516건으로 증가했다.



집주인 우위 아닌 ‘세입자 우위’ 법으로


기존 법은 많은 부분이 임대인 우위 조건이어서 이 같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세입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해도 예전에는 집주인이 이를 거부할 수 있었다. 개정 법안은 반대로 집주인이 조정신청을 해도 세입자가 거절할 수 있고 세입자의 조정신청은 자동 성립된다.

2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신청 접수 건수는 지난해 7월 115건으로 집계됐고 임대차2법 시행 이후에는 ▲8월 131건 ▲9월 149건 ▲10월 141건 ▲11월 166건 ▲12월 131건 등 이전보다 접수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세입자의 불이익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제시하기도 한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후 제3자에게 임차하면 세입자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집주인의 꼼수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임대차 정보 열람제도를 마련해 지난해 9월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집주인의 직접 거주를 이유로 갱신이 거절된 세입자가 실제 거주 여부(제3자에게 임대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임차인이 퇴거한 후에도 해당 주택의 임대차 정보 현황을 열람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8월 이후 증가한 임대차 분쟁사례를 감안해 시장을 계도하고 위반사례를 단속해야 한다"며 "분쟁조정위 개설지역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수지 기자 joy822@mt.co.kr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전·월세신고제는 현행 매매거래 신고제처럼 주택 임대차 계약 시 집주인과 세입자 등 당사자나 공인중개사가 30일 내 소재지 지자체에 계약 정보를 신고하는 제도다.

가장 중요한 계약 정보는 보증금과 월세 등 임대료다. 전·월세신고제의 법적 근거가 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7월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8월4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시행은 오는 6월1일부터다.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는 법 시행령이 정하는 지역과 임대료 수준일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모든 지역과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세입자 입장에선 적정 가격을 알 수 있고 다주택자 등의 임대소득을 보다 명확하게 밝히도록 해 절세를 막는 데도 목표를 두고 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대차 신고제가 시작돼 정착되면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와 함께 세액공제도 합리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이뤄진 거래뿐 아니라 과거 거래된 금액 또한 공개되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이 거래를 원하는 매물의 적정 가격을 알 수 있어 보다 정확한 시세 파악이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전셋값이 폭등하는 상황에 직전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알기가 어려웠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확정일자 신고 등을 통해 파악된 일부 정보가 공개됐지만 대부분은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았다.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집주인은 같은 단지나 인근 비슷한 매물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는 가격을 부를 수 없게 돼 세입자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자녀에게 고가 전세를 얻어주는 방식으로 전·월세를 이용한 편법 증여나 상속 등 탈세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세수 확보를 투명하게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반면 집주인은 임대소득이 모두 드러나게 돼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집주인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비용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월세 신고 의무화로 임대차 거래 통계가 투명해지고 임대차 정책 설계가 더 정확해진다는 장점이 있다"며 "임대수익이나 중개보수가 양성화돼 세입자의 권익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가장 큰 우려는 가격 차이로 인해 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단지의 전세 가격이 수억원 차이가 나는 등 '이중 가격'이 형성되는 경우다. 최근에는 전세 수요 증가로 전셋값이 고공행진하면서 같은 단지 내 전세 가격이 5억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임대료 상한제 도입으로 최초 전세계약을 1회 갱신하는 경우 임대료 상한선이 5%로 제한돼 신규계약보다 수억원 낮은 수준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심화되면 이전 세입자가 신규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제안하는 불법적인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프라이버시 문제도 지적된다. 부동산 가격이 계층을 상징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본인이 거주하는 집의 전세가격을 노출시키는 데 부담을 갖는 세입자도 있다는 것이다.

강수지 기자 joy8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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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강수지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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