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다주택자 매물 유도도 중요 공급책".. 양도세 정책 손볼듯
정부, 공급확대 드라이브 걸며 중과 연기-제한적 경감 검토하는듯
당정 "구체 논의 없었다" 선그어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양도세 중과 시점을 연기하거나 제한적인 세금 경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날 KBS1 TV ‘일요진단’에 출연해 “현재 세 채, 네 채 갖고 있는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정책”이라며 “새로운 주택을 신규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 결정과 기존 주택을 다주택자가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다 공급 대책으로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매물 유인책을 검토하는 것은 서울에서 신규 주택 공급 부지를 확보하기 힘든 데다 세 부담으로 집주인들이 집을 팔기보다는 증여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2019년 ‘12·19대책’과 지난해 ‘7·10대책’ 등을 통해 세금 부담을 높여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압박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에 일부 다주택자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자녀 등에게 증여하거나 계속 보유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증여 비율은 작년 3월까지만 해도 10% 미만이었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시점인 5월을 앞두고 이 비율이 16∼18% 치솟았다. ‘7·10대책’이 나온 작년 7월 증여 비율이 더 올라 지난해 11월에는 22.8%에 달했다.
이날 홍 부총리 발언을 두고 주택업계에서는 정부가 올해 6월부터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점을 연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최고 65%였던 다주택자 양도세율은 올해 6월 1일부터 최고 75%로 늘어난다. 이 중과 시점을 미뤄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는 기간을 늘려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보유세 부담이 급등하는 만큼 양도세 중과 시점 연기 등으로 ‘퇴로’를 마련해주면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 다주택자 위주로 처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 사이에선 그간 보유세와 양도세가 모두 급등하자 “팔지도 처분하지도 못하게 됐다”는 불만이 컸다.
일각에서는 오래 보유한 주택을 팔면 양도세를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다주택자들에게 일시적으로 적용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및 거주 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최대 80%까지 공제해주는 제도로 규제지역 다주택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변 장관이 취임한 후 공급 확대를 거듭 강조하면서 양도세 완화 등 그간 검토하지 않았던 공급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변 장관은 5일 한국주택협회 등 업계와의 영상 회의에서 “주택 공급 확대는 공공의 역량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민관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주택업계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완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 개선 등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이에 변 장관은 “적극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기재부는 해명 자료를 통해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면서도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양도세 중과 방침을 완화하면 정부 정책의 실패로 해석될 수도 있어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도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건 부동산 대책 때마다 당내에서 나왔던 목소리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내 다른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종부세 등을 도입하며 부동산 세부담을 끌어올렸다가 다시 후퇴하면서 시장 혼란과 야당의 공세 등 후폭풍을 자초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올해 보유세 부담을 체감하는 다주택자가 늘면서 정부가 ‘퇴로’만 열어준다면 다주택자 매물이 풀리면서 집값 안정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자칫하면 ‘버티면 결국 풀어준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만큼 추후 추가적인 정책 완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호경 kimhk@donga.com·송충현·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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