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넘긴 상한제 분양가..로또 돼도 '현금부자'만 웃는다
①상한제 고분양가 비상
강남 재건축 3.3㎡당 5000만원 돌파
공공분양이 중도금대출 한도까지 올라
공시가격 현실화가 분양가 부채질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2019년 11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며 4년 반 만에 재도입한 민간택지(도심) 분양가상한제. 서울 강남에서 3.3㎡당 5000만원 ‘천장’을 깼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개발하고 상한제를 적용해온 공공택지 내 무주택 서민용 공공분양 가격이 중도금 대출 한도인 9억원을 넘었다. 상한제는 시세와 상관없이 땅값과 건축비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분양가 규제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확대한 상한제가 되레 분양가 고공행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유 자금이 없는 무주택 실수요자와 '현금부자' 간 양극화가 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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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재도입 6년새 분양가 80% 올라
지난 8일 서울 서초구청이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확정한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평균 5669만원이다. 국민주택 규모인 84㎡(이하 전용면적, 34평형) 분양가가 좋은 층·향에서 2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는 사실상 첫 강남 재건축 상한제 대단지다. 정부가 장담한 분양가 인하와 달리 이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3.3㎡당 4892만원)보다 3.3㎡당 800만원가량 더 올랐다.
6년여 전 강남 상한제 분양가와 비교하면 80% 급등했다. 2015년 민간택지 상한제가 유명무실화하기 전 마지막으로 분양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서초구 서초동 우성3차였다. 분양가가 2014년 10월 3.3㎡당 3110만원이었다. 전용 83㎡ 분양가가 10억원이었다.
2014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서초구 아파트값이 30% 올랐다.
공공택지 분양가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달 초 분양한 경기도 성남시 고등지구 분양가가 3.3㎡당 2400만원대였다. 84㎡ 5층 이상 가구가 8억5000만원선이다.
3년여 전인 2017년 7월 같은 고등지구에 나온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800만원이었다. 84㎡ 5층 이상이 6억1000만원대였다. 3년 넘는 사이 40% 상승했다.
이달 분양하는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공공분양 84㎡의 일부 꼭대기 층 분양가가 9억7000만원대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공공분양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기는 역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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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서울 공시지가 60% 상승
상한제 분양가가 치솟은 것은 공시지가 급등 때문이다. 상한제에서 분양가 중 땅값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금액으로 산정한다.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 표준지 공시지가가 60.6% 올랐다.
감정평가금액인 고등지구 택지공급가격도 3년여 사이 34% 상승했다. 하남시 위례신도시에서도 2018년 12월 ㎡당 600만원이던 아파트용지 감정평가금액이 지난해 10월엔 30%가량 오른 760만원이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인기 지역에서 땅값이 분양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로 2019년 이후 공시지가가 대폭 오르면서 감정평가 금액도 뛰었다”고 말했다.
자금 여유가 없는 무주택 실수요자는 분양대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계약금이 분양가의 20%로 공공택지 84㎡ 당첨자는 1억5000만원 정도가 당첨 직후 바로 구해야 한다. 중도금 대출 한도가 분양가의 40%다. 분양가 9억원 초과는 이마저도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분양가가 3.3㎡당 2600만원이 넘으면 84㎡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한다.
공공택지 청약을 준비 중인 김모(46)씨는 “84㎡를 생각하고 있는데 분양가가 부담스러워 집 크기를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도 신혼부부에 벅차다. 이달 초 나온 위례·과천과 2019년 12월 서울 수서역세권 55㎡ 분양가가 5억원대다. 2019년 기준 신혼부부 평균 연소득(5700만원)의 9배다.
분양가가 오르는데도 상한제 아파트의 전매제한 등 재산권 규제가 더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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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오르는데 전매제한 3년→10년
신반포3차·경남 전매제한 기간이 10년이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 미만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 등 새 아파트의 시세가 3.3㎡당 8000만~9000만원이다. 아크로리버파크 84㎡ 최고 실거래가(37억2000만원)가 3.3㎡당 1억원을 넘어섰다.
다음 달 19일 이후 분양하는 민간택지 상한제 단지는 전매제한 기간이 10년이면 3년 거주의무 조건도 붙는다.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으면 전매제한 기간이 입주 때까지(최장 3년)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가격을 부채질한 결과를 낳았다"며 "분양가가 오르고 전매제한 강화로 장기간 팔 수도 없게 돼 주택 수요자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분양가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수요자가 줄어들면 상한제 아파트는 자금 걱정 없는 ‘현금부자’가 차지하는 로또가 될 전망이다. 분양가가 올라도 여전히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 신반포3차·경남 84㎡ 예상 시세차익이 15억원은 된다.
재건축 조합들은 HUG 규제 가격보다 훨씬 높은 신반포3차·경남 분양가에 반색이다. 상한제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와 상한제 걱정을 덜 수 있어서다. 분양가가 오르는 만큼 사업비 부담이 줄어든다. 착공한 지 1년이 지나도록 HUG 가격과 상한제 분양가를 저울질하며 분양을 미뤄온 강동구 둔촌주공이 분양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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