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신축년, 힘차게 문 연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곽경근 2021. 1. 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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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 강추위 속 경매 열기 후끈,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신축년 새해 벽두인 6일 새벽, 강추위 속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매 열기기 뜨겁다. 가지런히 쌓인 과일상자를 비롯 농산물 사이로 경매사들의 굵고 낮은 목소리가 쉼 없이 들려오고 중도매인들과 하역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땀과 정성으로 키운 농산물을 조심스럽게 옯기는 유통인들까지 우리 먹거리를 지키려는 손길은 새해에도 변함이 없다. 

- 강추위 아랑곳없이 경매 열기 가득 
- 경매사 흥 돋우고, 중매인 매의 눈으로 낙찰
- 시민의 먹거리 50% 책임지는 국내 최대 경매시장
- 현대화사업과 거래제도 다양화 통해 명품 도매시장 변신 모색 

[쿠키뉴스] 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가락시장)의 하루는 저녁에 시작한다. 도시의 하루가 저물고 어두움이 시작되면 가락시장은 서서히 깨어난다. 수도권 인근에서 출하된 채소류 경매를 시작으로 신새벽 활어 경매까지 가락시장은 불야성을 이룬다.


방송에서 기상캐스터들이 매시간 강추위를 예고한 5일 오후 가락시장을 찾았다. 밤이 깊어가고 경매가 진행될수록 가락시장의 열기는 더해 간다. 멀리 제주도에서 농업용 컨테이너에 실려 운송된 감귤이 줄지어 하역되고, 땅끝 해남에서 종일 달려온 배추트럭이 줄지어 경매를 기다린다.

경매를 준비하며 가락시장 내 5개 청과법인 직원들이 바닥에 농산물의 상태와 수량, 생산자 등을 써 놓는다. 청과의 배치가 완료되면 부지런한 중도매인들이 경매 참가에 앞서 자신이 구매할 농수산물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경매의 성공여부는 물건 상태 파악에서 승부가 난다. 늘 누구보다 먼저 경매장에 나온다”면서 고구마, 감자, 당근 등 뿌리채소 중매인 경력 20년의 박순복(62)씨는 말한다. 이어서 그는 "입찰에 참가할 때 마다 늘 새로운 마음이다. 경매사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20년 노하우를 총동원해 구매 농산물을 살펴보고 정확히 판단해 적정가격을 남들보다 빠르게 단말기 숫자를 눌러야 낙찰 받을 수 있다"며 "올 한해 코로나에서 벗어나 경제도 살고 농민들도 행복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사실 ‘코로나 19’는 농산물 경매장까지도 힘들게 만들었다. 오감(五感)에 의지해 상품을 선택해야하는 경매 참가자들에게 마스크는 후각을 무디게하고 시각을 흐리게 만들었다. 중매인들은 어쩔 수 안경에 김이 서리고 농산물의 향을 맏기위해 잠시라도 마스크를 내려면 어느 샌가 ‘마스크를 쓰고 입과 코를 가리라’는 장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겨울철 청과류의 꽃인 탐스럽고 때깔 고운 딸기 경매가 열린다. KF94 마스크로 든든하게 무장했지만 경매장 전체에 달콤한 딸기 향이 가득하다. 탱글탱글 노란색 윤기 가득한 감귤도 경매장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매사의 힘찬 목소리가 경매장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며 새벽 찬 공기를 가른다. 일반인들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저음의 구령이지만 신명나고 묵직하게 흥을 돋우며 경매가 진행된다. 경매사 맞은편에 서있는 중매인들은 손에 쥐고 있는 응찰용 단말기를 쉼 없이 눌러댄다. 한 중매인은 "매일 단말기를 쉼없이 누르다 보니 손가락 지문도 단말기 패드의 숫자도 모두 희미해졌다" 농담반 진담반 말했다. 


중매인들이 단말기를 통해 제시한 가격은 경매사의 컴퓨터에 바로 표시된다.
경매가 진행될수록 경매사의 목소리는 빨라지고 중매인들의 눈매는 따라서 더욱 날카롭다. “아따 새해도 시작됐는데 우리 사이좋게 물건 좀 잘 사고팔고 합시다” 경매 열기가 과열되자 경매사는 잠시 진행을 멈추고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바꿔본다.

다시 경매가 시작되고 경매사들이 구수한 목소리로 "하레 특가~", 하레 특가~", "허이~ 허잇 낙찰!". 장단에 리듬이 더해지면서 딸기와 감귤을 비롯해 청과류 경매 현장은 무르익었다.

농민들이 땀과 정성으로 키워낸 농산물들이 경매를 통해 중매인이 결정되면 경매장은 다시 한 번 분주해 진다. 경매장에 가득 쌓여있던 농산물은 전기차와 지게차에 실려 중도매상에게로 운반된다.



전기차에서 오토바이, 손수레에서 사람의 손까지 수많은 이동수단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운송되는 현장에서 활기 이상의 인간 삶의 숭고한 모습이 묻어난다.

밤이 깊어 새벽이 다가올 무렵이면 수산부에서는 선어와 패류에 이어 활어 경매가 시작된다. 제주 양식장에서 대형 활어차에 광어를 가득 싣고 1박2일에 걸쳐 가락시장에 도착한 현기송(35)씨는 활어를 경매장으로 옮기면서 “제주에서 배를 이용해 목포항에 도착 후 다시 가락시장까지 고속도로로 쉼 없이 달려왔다”며 “고생한 만큼 오늘 경매에서 좋은 가격을 받아 주머니를 두둑히 채워 돌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1도까지 내려갔다.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아래다. 전국 대부분이 꽁꽁 얼어붙었다. 밤을 낮 삼아 살아가는 가락시장 경매인, 중매인, 하역원 외 수많은 종사자들이 있어 수도권 시민의 밥상은 행복하다.
가락시장은 1985년 개장해 농수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적정가격 유지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며, 연간 수도권 시민의 먹거리 약 50%를 책임지고 있는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다.

약 3,600여 업체 1만 3천여 명이 종사하며, 출입차량도 하루에 4만 8천여 대에 이르고 있다. 하루 평균 7,719톤의 농수산물이 유통되며 거래 금액은 하루 평균 160억 원을 상회한다.
2020년 가락시장의 거래물량은 235만 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97.1%, 거래금액은 5조 1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0% 수준을 유지했다.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김경호 사장은 “도매시장 차원에서 코로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현재 도매시장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하고 “앞으로 현대화사업을 통해 명품 도매시장으로 탈바꿈시키고 거래제도도 다양화하는 등 도매시장 혁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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