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 대출도 다 썼다" 불복 오픈 헬스관장의 텅빈 통장

최현규 2021. 1. 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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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독에 쌀이 떨어져 밥할 쌀이 없는데 도둑질 말곤 영업 재개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경기도 포천에서 헬스장 '아이언짐'을 운영하는 오성영(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 관장은 지난 3일 오후 회원들에게 정상영업을 알리는 문자를 돌렸다.

정부 거리 두기 2.5단계로 한 달 넘게 문 닫았던 헬스장을 다시 열기로 한 것이다.

지난 3일 정부의 영업 제한 지침과 관련해 오 관장은 "같은 체육시설인데도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된다"며 "도대체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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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에도 4일 영업을 재개한 경기도 포천의 헬스장 '아이언짐'에서 열체크 기계가 입구에 놓여 있다.

“쌀독에 쌀이 떨어져 밥할 쌀이 없는데 도둑질 말곤 영업 재개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헬스장 ‘아이언짐’을 운영하는 오성영(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 관장은 지난 3일 오후 회원들에게 정상영업을 알리는 문자를 돌렸다. 정부 거리 두기 2.5단계로 한 달 넘게 문 닫았던 헬스장을 다시 열기로 한 것이다.

오 관장이 지난 3일 개인 SNS에 올린 입장문.


오 관장은 "지난 1년간 정부의 지침대로 성실히 협조했지만 남은 건 먹고 살 걱정뿐”이라며 “체육관 운영비로 대출받은 9천만원이상의 돈도 다 써서 운영재개 외엔 남은 선택지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 지난 3일 600명대로 주춤했던 코로나 19 확진자 수는 4일 다시 천명대로 돌아왔다.

아이언짐을 운영하는 오 관장이 개인 대출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막히자 저축은행과 카드론, 캐피탈 등 사금융을 이용해 체육관 운영비로 충당했다. 그의 통장에는 이제 190만원만 남아있다.
오성영 아이언짐 관장은 지난 3일 회원들에게 '정상영업'을 알리는 단체문자들 돌렸다.

지난해 11월 오 관장은 헬스장 직원 4명을 내보냈다. 오 관장은 “헬스장은 단기간으로 이용료를 받는 노래방, 피시방과 달리 장기 이용하는 회원이 많다”며 “집합금지로 인해 회원들이 재등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오 관장의 영업 재개에도 불구하고 다녀간 회원은 2명에 불과했다. 오히려 환불을 원하는 문자만 세 개를 받았다. 체육관을 찾아 운동한 양모(45) 씨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코로나 19의 확산세를 완화 시키긴커녕 시간이 지나도 소용이 없다”며 “자영업자 죽이기밖에 안 되지 않았냐”고 말했다.

4일 오전 체육관을 찾은 양모(45)씨가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 온 한 50대 재활체육시설 관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대구 한 체육시설에서 관장 A 씨가 쓰러져 있는 걸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고 “가족에게 미안하다”라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답답함을 토로하던 오 관장은 “전국에 이런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관장들의 입장은 다 똑같다”며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싶다가도 모든 자영업자들이 힘든데 같이 이겨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칸 건너 사용이 금지된 트레드밀 위에서 한 회원이 대통령 지지율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지난 3일 정부의 영업 제한 지침과 관련해 오 관장은 “같은 체육시설인데도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된다”며 “도대체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실내체육시설의 집합금지를 연장했지만 태권도 학원과 요가, 발레 교습소 등 학원은 9인 이하까지 영업을 허용한 것을 두고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정부는 주 수요층인 아동이나 학생의 돌봄 기능을 일정 부분 수행하는 만큼 제한 운영을 허용한다고 밝혔지만 오 관장은 “특종 업종만 집합 금지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이젠 신뢰가 떨어진 정부 방침에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4일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에도 운영을 재개한 경기도 포천 '아이언짐'에서 한 회원이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정부에서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들여와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임금 두세 달 치를 반납해 자영업자가 겪고 있는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정부 지침을 따르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 19가 강타한 지난 한 해 정부는 세 차례(3월, 9월, 12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격상하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일부 업종에 집합금지 행정 명령을 내렸다. 충실히 따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이제 집합금지 외에 실효성 있는 다른 대책을 원하고 있다.

오 관장이 4일 회원이 다녀간 헬스장을 소독하고 있다.

헬스업계 관계자들은 집합금지 상태가 지속될 경우, 현재 방역지침에 따라 금지된 집회를 열어서라도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오 관장은 “집합금지 상태가 지속되면 수도권에 피해 업주들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강행할 예정이다”며 일부 시민들의 비판적인 목소리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영업 재개 외엔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오후에 오 관장 체육관에 찾아온 경찰과 시청관계자들. 오성영 관장 제공

오후 14시 20분경 경찰과 시청에서 헬스 운영을 중단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왔다. 계도 차원에서 경찰과 함께 동행한 포천시청 문화체육과 담당직원은 “사정이 딱하지만 정부에서 정한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며 “이후에도 운영을 강행한다면 시청 차원에서 대책 협의 후 방역관련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 관장은 운영 중단은 안된다며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포천=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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