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한글자씩 꾹꾹..재판부 도착한 진정서 450여건

정진용 2021. 1. 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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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진정서를 쓴 뒤 인증 사진과 글을 남긴 시민들. 인스타그램 캡처.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양부모에 의해 심각한 학대를 당하고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에 대한 공분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대법원 전자소송 시스템에 따르면 양부모에 대한 재판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에 정인이 사건 관련 접수된 엄벌 탄원서, 진정서, 엄벌 진정서는 4일 오후 2시 기준 452건에 달한다. 이날만 65건의 진정서가 제출됐다. 사전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것을 의미하는 탄원서는 지난달 17일, 18일에 2건이 접수됐다.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이후 SNS상에서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챌린지는 ‘정인아 미안해’ 문구와 함께 자신이 쓰고 싶은 문구를 작성해 인증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진행된다.인스타그램에는 ‘#정인아미안해’ 태그를 단 게시물이 이날 오후 2시 기준 4만7000여개에 달한다. 다수 연예인들이 참여한데 이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동참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가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법원 진정서를 쓰자는 운동도 일고 있다. SNS상에는 “진정서를 쓰는 게 처음이라서 많이 긴장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등기로 진정서를 보냈다” “한 아이를 둔 부모 마음으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진정서 쓰는 일밖에 없다”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글과 함께 직접 손으로 작성한 진정서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고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인이 진정서 작성 방법’ 이라는 게시물이 공유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공판이 오는 13일이기에 일주일 전인 오는 6일까지 꼭 도착해야 한다” “양부 양모 각각 보내달라”는 당부가 담겼다. 아울러 진정서에 포함해야 할 내용으로 “엄마의 마음으로 감정에 호소해달라” “이 사건이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게시물에는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일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진정서는 1심 선고 7~10일전까지만 도착하면 되기 때문에 꼭 6일 전까지 재판부로 전달될 필요는 없다. 진정서가 1만개 정도는 되어야 효력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온라인 카페에 ‘울산 계모사건’ 때는 진정서가 1만1000여장 정도 접수됐다고 올린 글이 와전된 것 같다”면서 “양부와 양모를 각각 따로 보내야 한다는 것도 틀리다. 사건번호가 같기 때문에 같이 써도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진정서와 관련한 문의가 이어지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3일 공식 블로그에 ‘정인이 진정서 양식 파일’을 올린 데 이어 이날 진정서에 대한 질의에 답하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협회 측에 따르면 이 파일을 다운로드해 주민번호 앞자리, 주소, 전화번호, 쓰고 싶은 내용 등을 작성하고 인터넷 우체국, 등기 등의 방법을 통해 법원으로 제출하면 된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정인이는 생후 7개월쯤 양부모에게 입양된 후 불과 271일 만인 지난해 10월13일 서울 목동 한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와 세상을 떠났다. 당시 정인이는 장기가 찢어져 복부 전체가 피로 가득 차 있었고 골절 부위도 여럿이었다. 정인이의 사망을 두고 양부모는 사고사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시민들은 특히 서울 양천경찰서가 정인이를 살릴 수 있는 3번의 기회를 모두 날렸다는 데서 크게 분노하고 있다. 양천경찰서는 차에 아이가 혼자 있다고 신고한 시민은 물론 어린이집 선생님과 소아과 의사가 가정 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지만 양부모 말만 믿고 내사종결했다.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글은 아직 미공개 상태임에도 1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앞서 정인이 양부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청원은 지난달 20일 20만명 넘게 동의했다.

공 대표는 “학대신고가 접수됐는데도 경찰은 육안으로만 보고 혐의없음으로 내사종결했다. 말도 못하는 영유아인데 아동학대신고가 접수됐을 때 일단 신체검사라도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동보호전문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말로는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고 얘기하지만 가해자인 부모가 전화를 받는데 어떻게 관리감독이 되나. 전화 관리가 모니터링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반드시 대면으로 아이를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인이 사례는 법과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전문성과 책임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찰은 정인이가 숨지고 나서야 정인이 양부모를 아동학대치사 및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와 방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양부는 아동학대 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오는 13일 열린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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