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5개월.."서울 10억 넘는 전세 30% 급증 후폭풍"

임온유 2020. 12. 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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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총 5814건으로 지난해 대비 1313건 많아
강남3구 외 마용성에서 10억 이상 전세 눈에띄게 증가
강남에서는 10억 넘는 중소형 전세도 가파르게 늘어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 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후폭풍이 거세다. 올해 서울에서 전세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 거래량이 1년새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송파구는 80% 넘게 급증했다. 전세 매물 잠김으로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전셋값이 치솟은 결과다. 정부가 11·19 공급 대책을 구체화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물음은 그대로 남아 시장에서는 전세난에 대한 아우성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26일 아시아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22일 기준 올해 서울의 10억원 이상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현재까지 5814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기한이 1개월 넘게 남았음에도 지난해 4501건 대비 29%(1313건) 증가한 수치다.

10억원 이상 전세 거래는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3구에 전체의 82%인 4777건이 집중됐다. 구별로는 ▲강남구 2160건 ▲서초구 1752건 ▲송파구 865건 등이었다.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지역은 송파구였다. 송파구는 그나마 강남3구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낮은 곳이었지만 지난해 478건이던 10억원 이상 전세가 올해 865건으로 81%나 늘었다. 특히 잠실동 일대 이른바 '엘ㆍ리ㆍ트(엘스ㆍ리센츠ㆍ트리지움)'의 경우 지난해 158건에서 올해 437건으로 10억원이 넘는 고가 전세 거래가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주목되는 것은 고가 전세 지역이 비 강남권에서도 가파르게 증가한데다 중소형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다. 실제 ▲용산구(169건→247건) ▲양천구(103건→171건) ▲성동구(117건→168건) ▲마포구(100건→148건) 등에서 고액 전세거래 증가세가 확연했다.

10억원 이상에 거래된 전용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전세 역시 지난해 1050건에서 올해 2057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소형(59㎡ 이하)도 235건이나 됐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49㎡는 지난 9월 10억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지난해 12월 평균 6억9000만원에 거래된 아파트다. 9개월 만에 3억원이 넘게 올랐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49㎡도 지난 10월 12억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도 지난해 12월 평균 7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10개월 만에 4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올해 상반기 오름세를 유지하던 서울 전셋값은 지난 7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급등하기 시작했고 이 추세는 더 심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주부터 12월 셋째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4~0.15%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셋값 급등의 직접적 원인으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ㆍ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법 시행을 꼽고 있다. 여기에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재건축 조합원 의무거주 요건 강화도 전세 매물 품귀에 따른 전셋값 급등 요인으로 지목된다. 내년 입주물량까지 부족한 상황이라 전문가들조차 언제까지 전세 오름세가 지속될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법 개정으로 인해 전세 재계약 건수가 증가하면서 매물이 감소하는 한편 아파트 청약을 위해 무주택자로 머무르는 수요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전세 시장 불안과는 반대로 다소 긍정적인 진단을 내놓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제 1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세시장은 가구·세대수 증가 등 기존 불안요인이 지속됐으나, 이사수요 완화 등으로 12월 들어 상승폭이 일부 축소됐고 전세 매물도 누적되는 상황"이라면서 "11월 전월세 통합 갱신률은 70.3%로 계약갱신을 한 임차가구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11·19 공급대책 물량(3만6000가구)을 포함해 내년 총 46만가구의 공급을 제시하며, "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된다면 평년 수준(전국 10년 평균 45만7000가구)을 상회하는 입주 물량이 공급돼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가 여전한 상황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정부 대책은 사람들이 원하는 아파트 전세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아파트값까지 자극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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