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시말서 황금USB'를 찾는 당신에게
<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정진용 기자, 내일까지 시말서 제출하세요.”
올 게 왔다. 청천벽력 같은 팀장의 지시를 받고 자리로 돌아온 사회초년생 정 사원. 두근거리는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이대로 잘리는 걸까’,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걸까’, ‘엄마 아빠 미안해…’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어젯밤 친구가 보내준 방송인 전현무의 ‘경위서 황금USB’ 썰이 자신의 이야기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하지만 시말서 작성은 정 사원을 기다리는 산전수전 회사생활 에피소드 중 하나일 뿐. 두려움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무작정 키보드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할 이 세상 모든 정 사원들에게 다음 ‘시말서 안내서’를 읽어보길 권한다.
◇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본 적 없는 ‘취업규칙’을 살펴보자”
취업규칙을 찾았다면 자신의 회사에선 ‘시말서 작성이 징계에 해당하는지’, ‘나의 행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상사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지시한 것인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자. 또 시말서 작성이 추후 승진이나 상여금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지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시말서 작성이 상사의 정당한 권한에 속하는 지시라면? 이유 없이 시말서 작성을 하지 않을 경우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
◇ “경위서와 시말서를 구분하자”
경위서는 가벼운 과실이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작성하게 된다. 법인 카드 분실, 한두 번의 지각 등의 사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 “두 가지만 기억하자… 육하원칙, 사실관계”
중요한 건 시말서 양식보다 내용이다. 육하원칙에 따라 상세하게 서술하자. 시말서는 어떤 사건이나 사고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일이 벌어진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의 문서다.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작성하면 문서를 읽는 상사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실관계 위주로 담백하게 쓰자. 개인 의견이나 주장은 변명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 “시말서는 반성문이 아니다”
‘내가 대역죄인이오’ 식의 저자세 역시 금물. 작은 잘못을 큰 과실로 포장해서 쓴다면 순간의 위기는 면할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예를 들면 나중에 회사와 갈등이 생겼을 때 인사팀이 당신의 시말서를 조용히 꺼내 들 수 있다. 이를 꼬투리 잡아 권고사직을 유도할 수 있다는 노무사의 전언에 밑줄을 치자.
◇ “과도한 시말서 지시엔 증거를 모으자”
시말서로 겁박하는 회사에서 다른 갑질 행위가 없을 리 없다. 가혹행위, 폭언, 시말서 작성 지시 등을 노동일지 형식으로 기록하면 추후 간접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녹음 파일도 좋다. 피해를 입은 동료가 한 둘이 아니라면, 서로가 ‘품앗이’로 미리 증언을 뒷받침할 진술을 해두면 도움이 된다. 증거가 충분히 모아졌다면 사내 신고 혹은 관할 지방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신고가 부담되면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서는 직장인의 상담 및 제보를 받아 상담, 조언, 법적 도움을 주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직장갑질119’를 검색하거나, 인터넷 주소창에 ‘gabjil119.com’을 입력하여 제보하면 된다. 이메일(gabjil119@gmail.com)을 통한 제보나 상담도 가능하다. 신원은 공개되지 않으며 답변까지 3~4일의 시간이 걸린다.
취재 도움=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 권태용 영해 노동인권 연구소 대표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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