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유지는 惡 인하는 善?..'공정론'에 불붙은 논란

유인호 2020. 12. 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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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임대료 공정론'에 생계형 상가 임대인들 불만
與 임대료 멈춤법 카드 꺼내..일각선 '시장질서 붕괴' 우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임온유 기자] "5% 제한에 임대료 인하 권리까지 추가됐는데, 이제는 임대료를 아예 받지 말라니요. 임대인이 '악인(惡人)'인가요." 상가 임대인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다.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바 '임대료 공정론'을 거론하면서 생계형 상가 임대인들 사이에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빌미로 정부ㆍ여당이 점포주를 '불공정'의 진원지로 몰며 또 다른 계층 갈등을 부추기려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대료 공정론 자체가 자칫 시장 질서를 무너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책 우왕좌왕 속 '임대료 멈춤법' 논란만= 15일 업계에 따르면 논란을 촉발한 것은 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임대료 공정론이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 또는 금지되는 경우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는 문 대통령의 전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 발언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낭떠러지 끝에 매달린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득은 급감했으나 임대료는 그대로다"라는 이 대표의 민주당 최고회의석상 발언은 정부가 직접 개입해 상가 점포 임대료를 통제하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집합금지와 제한 조치로 인해 임차인의 고통과 부담은 다소 크다"며 "임대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자칫 지난 7월 당정청이 함께 밀어붙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이어 상가임대차보호법도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임대료 공정론을 언급한 날, 이동주 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으로 불리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이 법 제11조(차임 등의 증감청구권)에 '감염병 피해에 따른 차임(借賃ㆍ임대료) 특례'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사업장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따라 집합금지 조치를 받은 경우, 그 기간 임대인이 임대료를 받을 수 없고, '집합제한 조치'의 경우 임대료를 절반 이하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 임대료를 받는 건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는데, 금융회사가 담보대출 이자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대료 유지는 惡, 인하는 善?= 전문가들은 정부가 상가 임대료 부분까지 강제로 관여할 경우 형평성 문제와 함께 시장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공기관이나 여유가 있는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하ㆍ면제를 할 수는 있지만 대출을 통해 생계형 투자를 한 임대인에게 정부가 공정론을 들이대며 임대료 인하ㆍ면제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선을 넘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깎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정부가 나서서 임대료를 아예 못 받게 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세 강화, 임대차 3법 등 아파트 투자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그대로 재연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시 등 극단적 상황이면 용인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인식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임대차 3법과 같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뿐"이라며 "결국 임대료 인하분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손해를 복구하기 위해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빈 점포에 임대료 뚝… 임대인도 절벽=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 데다 상가 임대차법까지 개정되면서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은 이미 붕괴 직전 상황이다. 보유 비용과 임대수익을 계산한 상가 투자수익률도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올해 3분기(7~9월) 상업용 부동산 업태 조사에 따르면 집합 상가, 중대형 상가, 소규모 상가의 투자수익률은 각각 1.15%, 1.14%, 1.08%에 그쳤다. 은행 이자 갚기에도 벅찬 수익률이다. 지난해 4분기 1.7~1.4%대로 집계된 이후로 꾸준한 하락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주요 상권 공실률도 심각하다. 올해 3분기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8.5%로 2분기 7.9%보다 증가했다. 이태원은 공실률이 무려 24.9%에 이른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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