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2법에 다시 '패닉 바잉'.. '백약이 무효'

이춘희 2020. 12. 14. 12: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직 집계 안 끝난 11월 거래량, 10월 넘어서
전세가, 1년 전 매매가 추월도
시장에 불안 우려 확산
구로·금천 등 서울 외곽지역 폭증세
잠자던 강남 거래도 42.2% 뛰어
치솟는 전셋값에 "차라리 집 산다"
시장서는 "공급 늘리고, 거래세 낮춰야" 지적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최동현 기자] 서울 지역의 지난달 거래량이 이미 10월 거래량을 추월하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잇따른 고강도 규제로 그동안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한 다주택자의 거래를 꽁꽁 묶었지만 전세대란이 낳은 '패닉 바잉(공황 매수)'에 사실상 대책이 무력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가가 1년 전 매매가를 추월하는 사례까지 나오면서 다급해진 수요자들이 다시 적극적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대 아닌 공포가 매수세 불질렀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아파트 거래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특히 서울 외곽지역의 매매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구로구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는 이날 기준 370건으로 10월 231건 대비 60.2% 늘어나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어 금천구(50.8%), 강남구(42.2%), 도봉구(21.9%) 등 강남구를 제외하면 거래량 증가율 상위권에 아직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 지역이 다수 포진했다.

구로구 개봉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는 "올해 꾸준히 가격이 오르면서 이에 마음이 다급해진 실수요자들 위주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실수요 위주다 보니 세입자가 없는 매물은 나오는 즉시 매수 문의가 이어지며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전세가격도 급등하면서 매물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같은 거래 증가는 아직 실거래 신고기한이 보름 정도 남아 있음에도 이미 전체 25개 자치구의 절반 가량인 12개구에서 확인됐다. 마포구는 183건으로 전월과 같은 거래량이 신고됐고, 강북구(-43.7%), 중랑구(-41.4%) 등 12개구는 아직 거래량이 전월보다 적다. 다만 강북구의 경우 지난 9월 87건이었던 거래량이 10월 135건으로 급증한 후 아직 76건이 신고된 기저효과로 보인다.

거래 증가에 가격도 연일 상승세

외곽지역에는 매수세가 붙으면서 가격 상승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84㎡(전용면적)가 10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금천구 최초로 10억원 이상 실거래를 기록한 금천구 시흥동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는 최근 59㎡도 10억원을 넘보고 있다. 이 단지 59㎡는 지난달 3일 9억7300만원까지 거래가가 치솟았다.

시흥동 B공인 관계자는 "신축뿐만 아니라 구축도 가격이 계속 오르는 추세"라며 "서울 중심부에서 이동하는 이들도 많지만 광명이나 안양 등 인근 수도권에서도 서울로의 진입을 노린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 SK뷰' 84㎡가 지난달 1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하고, 성북구 길음동 '길음 래미안1차'도 10억15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나는 등 서울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격 상승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증가하는 매수세, 경기로도 옮겨 붙어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운정신도시와 일산 신도시에서 아파트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거래 회복은 경기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경기도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8019건으로 지난 10월 1만7700건을 추월했다. 이 역시 아직 실거래 신고기한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2만건을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

지역별로 보면 고양시의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이 2479건으로 10월 1395건 대비 무려 77.7%나 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달 김포시 등이 조정대상지역에 추가된 데 따른 반사 효과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아직 규제지역 지정을 피한 파주시가 32.8% 급등세를 나타냈다.

양지영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지방까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가격이 오히려 저렴하다는 인식이 나오는 가운데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 지역 아파트라도 사야겠다는 압박감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가격 조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에 매물 출회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며 "실제 주택 건설을 통한 공급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한편 일시적 거래세 완화를 통해 시장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