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륵스르륵.. 충주호에 악어떼가 나타났다

남호철 2020. 12. 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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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없는 '물의 도시' 충북 충주
일몰 무렵 충북 충주시 살미면 무릉리 ‘악어봉’ 인근 상공에서 내려다본 충주호. 물에 잠긴 낮은 능선의 구불구불한 수변이 물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악어 떼를 연상케 한다. 야생 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던 악어봉 산길이 최근 해제되면서 합법적 탐방로가 개설될 전망이다.


중원(中原)의 땅 충북 충주는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지역에 속하면서도 ‘물의 도시’로 불린다. 남한강과 달천강이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고,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큰 호수가 있는가 하면 동굴 속에서도 온천에서도 물을 즐길 수 있다. 호수 주변 한적한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고 휘돌아가는 물줄기를 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남한강 물길을 막아 댐을 건설하면서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호수인 충주호는 충주부터 남한강 상류인 충북 제천·단양까지 연결된다. 호수 주변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며 비대면 여행을 할 수 있다.

먼저 충주호 북쪽 동량면의 길을 따라가 보자. 지방도 532호선. 도로명은 ‘호반로’다. 제천의 오산리, 단돈리, 부산리로 이어진다. 화려한 단풍을 보내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호반의 길을 따라 가면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가 반긴다. 도로는 수변을 따라 바짝 호수로 다가갔다가 저만치 물러나는 ‘밀당’을 반복한다. 굽이를 감아돌 때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길이 운치를 더하고 산자락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야트막한 집들이 정겹다. 오가는 차들은 거의 없고 호숫가에 그림처럼 떠있는 낚시용 좌대가 풍경을 더한다.

충주호 동쪽의 수안보 휴게소에서 제천의 송계계곡으로 이어지는 36번 국도 드라이브도 빼놓을 수 없다. 내사리와 신매리, 무릉리와 신달리를 지나 제천에 인접한 곳까지 리아스식 호안이 이어진다.

이곳 월악산 자락에 대미산이 있다. 해발 550m 남짓하지만 짜릿한 절경을 내어놓는다. 충주호 건설로 물에 잠긴 낮은 능선이 호수 안쪽으로 기어들어가는 듯한 경관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호반도로 너머로 마치 악어 떼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악어산’으로도 불린다. 산 중턱에 이 광경을 볼 수 있는 탁 트인 곳이 있다.

충주호 남쪽에는 최근 핫플레이스가 있다. 걷기 좋은 ‘종댕이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활옥동굴이다. ‘곱돌’이라 불리는 활석 등을 채취하던 ‘동양광산’ 갱도를 관광형 동굴로 바꿔 2018년 문을 연 곳이다.

활옥동굴 내 호수에서 투명카약을 즐기는 여행객.


동굴 내부는 어두운 느낌의 천연동굴과는 달리 밝고 환하다. 바위가 우윳빛을 띠는 데다 조명등이 설치돼 있어서다. 내부는 채굴한 광물을 끌어올리는 거대한 기계장치인 ‘권양기’와 채굴 장면을 재현한 전시공간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와인창고와 건강테라피시설도 있다. 가장 특색 있는 공간은 동굴 마지막 부분 호수에서 즐기는 카약 시설이다. 투명한 아크릴 카약을 타고 동굴 속 호수에서 뱃놀이를 할 수 있다. 물 속에는 ‘황금 송어’가 무리지어 움직이며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살미면의 수주팔봉은 달천에 비친 여덟 개 봉우리의 경관이 아름다워 이름을 얻었다. 날카로운 바위가 절벽을 이뤄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이곳 수주팔봉 유원지는 근래 붐을 이루고 있는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것)의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수주팔봉 앞 달천의 물길이 휘돌아 흐르는 강변에는 차박 차량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이달 초 잠정폐쇄됐다.

칼바위 전망대에서 굽어본 달천의 U자 물길.


하지만 바로 앞 출렁다리와 칼바위 전망대에는 오를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 출렁다리 직전 정자 앞에 토계리의 주민 이명수 옹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 20여 년 동안 매년 추석을 앞두고 100여 기가 넘는 무연고 묘를 대가 없이 벌초한 그를 기리기 위해 세워져 있다. 이어 스릴 넘치는 47m 짜리 출렁다리를 지나 전망대에 올라서면 U자로 굽이치는 물길과 일대 경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마을 가운데 팔봉서원도 보인다. 과거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폐원돼 터만 남아있던 것을 1998년 목조사원식의 전통 양식으로 복원된 곳이다.

인근에 ‘왕의 온천’인 수안보 온천의 명성에 가려져 덜 알려진 문강온천이 있다. 약알칼리 성분의 수안보 온천, 탄산 성분의 앙성온천과 달리 유황온천이다. 기호에 맞춰 온천욕을 즐기면 피로가 사르르 녹는다.

여행메모
활옥광산 인근 충주호반 따라 ‘종댕이길’
중앙탑 주변 오색찬란한 탄금호무지개길

충북 충주로 가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나들목이나 괴산나들목을, 평택제천고속도로 동충주나들목을 이용하면 편하다. 충주호 북쪽으로 가려면 동충주나들목이, 충주호 동쪽은 괴산나들목이 가깝다. 충주터미널에서 수안보까지는 수시로 버스가 오간다.

활옥광산 인근에는 충주호와 나란히 종댕이길이 이어진다. 마즈막재주차장에서 시작되는 3개 코스로 나뉘며 심항산, 계명산자연휴양림, 출렁다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숲속의 집을 갖추고 있는 계명산휴양림은 현재 코로나 사태로 폐쇄중이다. 온천과 연계한 숙소는 수안보 일대에 밀집돼 있다. 수안보 지역에서는 꿩요리도 유명하다.

밤에 오색찬란한 조명으로 빛나는 탄금호무지개길.


중원문화의 고장답게 충주에는 볼거리가 많다. 탑평리 국토중앙탑을 비롯해 중원고구려비, 탄금대 등이 유명하다. 중앙탑 주변에는 밤이면 오색찬란한 조명을 비추는 수변 산책로 탄금호무지개길이 조성돼 있다.

충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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