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난다" '코로나 수능' 하굣길..자녀 끌어안은 학부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종료 후 풍경이 3일 전해졌다. 네티즌들은 마스크, 칸막이 등 여러 고충 속에서도 꿋꿋이 시험을 끝낸 학생들에게 격려의 댓글을 남겼다.
이날 수능이 끝난 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러 언론사를 통해 전해진 고사장 앞 풍경 사진이 올라왔다. 마스크를 쓴 채 시험장 밖으로 걸어 나오는 수험생들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언론사 카메라를 향해 ‘브이’(V)자를 만들어 보이는 학생도 있었다.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오기 전, 각 시험장 앞에는 마음을 졸이며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자녀가 나올 출입문 쪽만 바라보며 자리를 지켰다. 잠시 뒤 수험생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학부모들의 얼굴에서 초조함이 사라졌다. 일부는 뭉클한 표정을 지었고, 활짝 웃는 사람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온종일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을 치렀을 자녀들을 부둥켜안았다.
이같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유난히 힘든 한해를 보냈을 수험생들을 향해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올해 수험생 정말 고생 많았다” “마스크 쓰고 시험 보느라 수고했어” “수능 보고 몇년 지나서 덤덤해졌는데 이런 사진 볼 때마다 찡하다” “이 험난한 시절에 공부하고 시험 보느라 고생 많았어. 다들 좋은 날 맞이하기를” “표정이 밝아서 다행이다” 등의 댓글이 수능 관련 게시물에 달렸다.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책상 옆에 칸막이가 설치됐고, 수험생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시험을 치러야 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들의 반응은 갈렸다. 일부는 시험에 집중하기 힘들었다고 했고, 평소에도 마스크를 쓰며 대비한 덕분에 괜찮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울산시 남구 모 여고에서 시험을 친 이모(18)양은 연합뉴스에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치니 답답하기도 하고 오후에는 평소와 다르게 잠도 오는 것 같았다”며 “시험지를 넘기는 데 책상 가림막이 걸리적거려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서울 용산고에서 시험을 본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불편하지 않았다”면서 “마스크 착용은 모의고사부터 늘 연습을 해와서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만큼 수험생들은 ‘뒤풀이’를 자제하고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저녁 서울 홍대입구역, 강남역 등 인근 유흥가는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해마다 수능 당일 저녁이면 서울 시내 번화가 곳곳이 수험생들로 북적였던 것과 사뭇 달랐다. 홍대 거리에 있던 서모(18)양과 유모(18)양은 “오늘 수능도 끝나고 해서 맛있는 저녁을 먹으려고 나왔다”면서 “카페에도 앉을 수 없고 마땅히 할 게 없어 저녁만 빨리 먹고 그냥 집에 가려 한다”고 했다.
이번 수능은 국어와 수학 가형이 전년보다 까다롭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가채점 결과를 기반으로 입시업체들이 분석한 결과 국어영역 1등급 커트라인 예상치는 유웨이·메가스터디·이투스는 87점, 종로학원은 89점으로 나타났다. 91점이던 작년보다 2∼4점 떨어진 것으로, 시험이 더 어려웠다는 뜻이다. 수학 가형의 경우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워 변별력 있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학 나형은 대체로 평이했고, 영어도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많았다.
올해 수능에는 49만3433명이 지원해 수능 제도가 도입된 1994학년도 이후 가장 적었다. 1교시 국어영역 기준으로 보면 49만992명이 지원해 42만6344명이 실제 시험을 봤다. 결시율은 13.17%로 역대 최고다.
코로나19 자가격리로 별도 시험장으로 향한 수험생은 456명,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병원·생활치료센터에서 수능을 치른 수험생은 45명으로 집계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7일까지 문제와 정답 이의신청을 받고 14일 정답을 확정해 발표한다. 수능 성적은 이달 23일 수험생에게 통보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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