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배 펴고 왼손 엉덩이에..바른 걷기 생활

유재욱 2020. 12. 1. 14: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86)
Q 선생님 제대로 걸어야 건강해진다고들 하는데, 제가 제대로 걷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A 아마도 제대로 걷고 있지 않을 거예요. 여러 사람을 살펴봐도 제대로 걷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Q 그럼 어떻게 걷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걷기인지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세요. 걷기는 복잡해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일단 두 가지만 실천해보세요. 이 두 가지만 기억하셔도 잘 걸을 수 있어요.
A 첫 번째는 바른 자세로 걷기에요. 그리고 두 번째는 뒷근육으로 걷는 거예요.


군대 구령의 마술

바른 자세로 걷는 노하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일사분란하게 동작을 맞춰 행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바른 자세로 걸어야 합니다. [사진 piqsels]

Q 참 선생님도, 바른 자세로 걸으면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을 누가 모르나요? 그렇게 하기가 어려우니까 그렇죠. 생각해보세요. 바른 자세 하려면 목은 어떻게 하고, 가슴은 어떻게 하고, 골반은 어떻게 하고…. 온갖 것을 다 신경 써서 걸어야 하는데, 어휴 이걸 어떻게 한꺼번에 다 신경 쓰면서 걸을 수 있어요? 이렇게 신경 써서 걸으려고 해보면 오히려 로봇처럼 걷게 된다니까요? 그리고 설령 바른 자세로 걷는 다 쳐도 조금만 딴생각 해보세요.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 금방 자세가 흐트러져서 구부정하게 걷게 되게 마련이거든요. 걷는 동안 계속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걸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A 맞아요. 그래서 제일 먼저 인정해야 하는 것이 바른 자세는 오랫동안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에요. 바른 자세는 원래 힘이 들어요. 그래서 조금만 집중력이 떨어져도 편한 자세, 즉 구부정한 자세로 돌아가려는 속성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자세’와 ‘편한 자세’를 혼동하거든요. 바른 자세가 뭔지 알기만 하면 얼마든지 바르게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바른 자세는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의도적으로 집중해 노력해야 유지할 수 있는 자세에요.

바른 자세로 걷는 노하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 있어요. 바로 군대에요. 군대에서 행군할 때 일사불란하게 동작을 맞춰 행군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바른 자세로 걸어야 해요.

군대에서 바른 자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방법은 왼발~왼발~ 하면서 한쪽 발에 구령을 붙여가면서 걷는 거예요. 이렇게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걸으면 우리의 뇌를 직접 자극되기 때문에, 걷기라는 행위가 무의식의 영역으로 가서 구부정해지지 않도록 의식의 영역에 붙잡아 놓을 수가 있어요. 그것이 왼발~왼발~하면서 걷는 구령의 마술이에요.

배를 쭉 펴기만 해도 기울어진 골반도 바로 서고, 가슴은 한껏 펴지고, 당연히 거북목도 사라집니다. 내가 평소에 얼마나 구부정하게 살았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사진 needpix]


또, 바른 자세를 한다고 목은 어떻게, 팔은 어떻게 온몸에 신경을 쓰다 보면 오히려 걸음걸이 어색해질 수 있어요. 군대에서 바르게 걸으라고 지적을 하면 같은 쪽 팔다리가 동시에 움직이게 돼요.

이제부터 제가 바른 자세를 한 방에 해결 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드릴게요. 배를 편다고 생각해보세요. 일명 배펴! 배를 편다고 하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 가시겠지만, 간단해요. 명치와 배꼽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넓혀보면 돼요. 지금 한번 해보세요. 배를 쭉 펴기만 해도 기울어진 골반도 바로 서고, 가슴은 한껏 펴지고, 당연히 거북목도 사라져요. 내가 평소에 얼마나 구부정하게 살았는지 깨달을 수 있어요. 또 여성에게 희소식은 배를 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워질 수 있어요. 배를 펴면 아랫배가 쑥 들어가고 쳐진 가슴도 업되고, 지긋지긋한 팔뚝 살도 순식간에 없어져요. 나이 들면서 생기는 팔뚝 살은 여간해서는 안 빠진다고 고민을 하시는데, 사실은 라운드 숄더 때문에 팔이 안쪽으로 회전하면서 겨드랑이 안쪽에 숨어있던 살이 바깥쪽으로 삐져나온 것이거든요. 그래서 거북목이 사라지고 가슴이 활짝 펴지면 팔뚝 살도 금세 없어져요.


뒷근육으로 걸어라
Q 그런데 선생님 뒷근육으로 걸으라는 얘기는 또 무슨 얘기인가요? 저는 제주 흑돼지 뒷고기는 들어봤는데 뒷근육이란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데요.

A 똑바로 선 상태에서 손바닥을 정면을 향하게 팔을 몸통에 붙여보세요. 이 상태에서 몸의 옆선을 따라 앞판과 뒤판으로 나눌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앞판을 차지하는 얼굴, 배 쪽의 근육은 앞근육이고, 뒤판을 차지하는 등과 엉덩이 근육이 뒷근육이라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워요.

앞근육하고 뒷근육하고는 아주 달라요. 앞 근육이 긴장하면 몸이 구부정해지고, 손도 움켜쥐게 돼요. 반면 뒷근육이 긴장하면 자세가 펴져서 유지 돼요. 주먹을 펴는 동작이에요. 중요한 사실은 사람은 노화가 진행될수록, 뇌 기능이 떨어질수록, 욕심이 많아질수록 뒷근육은 약해지고 대신 앞 근육은 긴장하게 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나이가 먹을수록 구부정해지는 것이고, 뒷근육을 젊음의 근육, 회춘 근육, 깨달음의 근육이라고 불러요.

걸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앞근육보다 뒷근육으로 걸어야 건강해져요. 뒷근육, 즉 엉덩이나 햄스트링으로 뒷바퀴 구동을 해 몸을 앞으로 밀어내면서 걸으란 뜻이에요.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앞근육, 즉 대퇴사두근이나 정강이 근육을 이용해서 앞바퀴 구동을 해서 걸어요. 다리를 앞으로 뻗어 발을 바닥에 딛고 그다음 몸이 따라가는 걸음이에요. 이렇게 걸으면 발소리가 터벅터벅 나고, 무릎에 충격이가서 무릎 통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져요. 걸을수록 여기저기 아프고 자세가 비틀어질 수도 있어요.

Q 선생님 뒷 근육으로 걷는다는 게 확 와 닿지 않은데 쉬운 방법이 없을까요?

A 이것도 한 방에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왼손을 엉덩이에 대고 걸어보세요. 걸을 때 엉덩이가 수축하는 것을 느끼면서 걷는 거예요. 오른발이 앞으로 나갈 때 왼쪽 엉덩이가 수축해서 몸을 앞으로 쭉 밀어준다는 느낌으로 걸으면 돼요. 왼손으로 엉덩이 근육 수축하는 것을 느껴보세요.

뒷 근육으로 걸어보세요. 오른발이 앞으로 나갈 때 왼쪽 엉덩이가 수축해서 몸을 앞으로 쭉 밀어준다는 느낌으로 걸으면 됩니다. [사진 pixabay]

Q 선생님 저는 잘 안 느껴지는데요? 엉덩이 근육이 없어서 그런가? 그리고 엉덩이 근육 수축을 느끼려면 양손을 엉덩이에 대야 되는 것 아닌가요?

A 양쪽 손을 모두 엉덩이에 대면 걸을 때 부자연스러우니까 왼손은 엉덩이에 대고,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흔들면서 걷는 것이 좋아요. 그렇다고 엉덩이에 손을 대고 걸으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일주일 정도만 손을 대고 걷는 연습을 하면 걸음걸이가 습관이 돼서 나중에는 손을 대지 않고도 엉덩이가 수축하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러면 엉덩이에서 손을 떼고 팔을 자연스럽게 흔들면서 걸으면 돼요.

만약에 엉덩이 근육이 수축하는 느낌을 잘 모르겠다면 평지보다는 약간 경사로를 걸어 올라가 보세요. 그러면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정리해보면 바른 자세로 걸어야 건강해지는데, 여러분은 대부분 바른 자세로 걷고 있지 않아요. 바른 자세로 걸으려면 ‘배를 펴고’ 걸으면 되고, ‘왼손을 엉덩이에 대고’ 걸으면 뒷근육을 이용해서 걸을 수 있어요. 물론 제대로 걷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이 더 있지만, 일단 이 두 가지만 지켜도 건강하게 걸을 수 있을 거예요. 오늘 한번 해보세요. 일주일이면 습관이 몸에 익고, 습관이 지속되면 여러분 인생이 바뀔 수 있어요.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