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짜리 대통령이 뒤흔드는 미국.. 트럼프와 판박이였다
[이학후 기자]
▲ <트와일라잇 존: 환상특급> 포스터 |
ⓒ CBS |
▲ <트와일라잇 존: 환상특급>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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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사미르 와산(쿠마일 난지아니 분)은 정치 풍자를 하나 관객들의 반응은 신통찮다. 어느 날, 사미르는 우연히 만난 전설적인 코미디언 JC휠러(트레이시 모건 분)로부터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조언을 듣는다. 그의 말대로 키우는 강아지를 소재로 농담을 던지자 관객들이 열광한다. 그리고 사미르는 강아지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코미디언>에서 사미르는 미국의 총기 허용을 비판하는 내용을 코미디에 담으려고 애쓴다. 잇따라 벌어지는 총기 난사 사건을 보노라면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2조가 전혀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은 무관심하다. 그저 사미르가 키우는 강아지나 싫어하는 사람 따위가 궁금할 따름이다.
▲ <트와일라잇 존: 환상특급>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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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하늘 위의 악몽>(그레그 야타네스, 36분)
취재 길에 오른 잡지사 기자 저스틴 샌더슨(애덤 스콧 분)은 워싱턴 DC에서 출발해 텔아비브로 향하는 노던 골드 스타 1015 항공편에 탑승한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의문의 아이팟을 발견한다. 그 안에 있던 1015 항공편 실종 미스터리를 다룬 팟캐스트 방송을 듣던 저스틴은 진행자가 말한 내용이 실제로 벌어지자 비행기 추락을 막을 방법을 찾아 나선다.
<나는 전설이다>로 유명한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는 오리지널 <환상특급> 시리즈와 극장판 <환상특급>(1983)에서 이미 영상화된 바 있다. 세 번째 리메이크에 해당하는 <하늘 위의 악몽>은 <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을 다른 시선에서 접근한다. 신경질적인 승객이 비행 중에 엔진을 뜯고 있는 괴물을 본다는 <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에서 비행기와 승객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새롭게 덧붙인 것이다. 물론, 보는 것(또는 듣는 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상상의 산물인지 알쏭달쏭하게 하는 모호함은 그대로 유지했다.
▲ <트와일라잇 존: 환상특급>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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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산나 라딘 분)는 아들 도리언(댐슨 이드리스 분)이 대학교에 입학하는 길에 동행한다. 가는 길에 마주친 래스키(글렌 플레쉬러 분) 경관이 갑자기 차를 세우길 요구하며 두 사람의 평화롭던 여정은 깨진다. 도리언과 래스키가 실랑이를 벌이는 중 말리던 니나는 아버지에게 받은 낡은 캠코더의 되감기 버튼을 누르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놀라운 비밀을 발견한다.
<리플레이>는 <레트로액티브>(1998)와 <롤라 런>(1999)처럼 시간을 되돌리는 '타임리프' 장르에 속한다. 그런데 결은 다르다. 다른 작품들이 상황의 '반복'을 장르적으로 소비한다면 <리플레이>는 미국 사회에 여전히 자리 잡은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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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알래스카주 이글라크 경찰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남자가 나타난다. 시장과 서장을 비롯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자신을 '여행자 A(스티브 연 분)'라 소개한 남자를 따뜻하게 환대한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유카(마리카 시라 분) 경사만이 여행자 A를 의심스럽게 생각하며 정체를 조사한다.
<여행자 A>는 <트와일라잇 존: 환상특급> 1시즌 가운데 가장 과거 <환상특급>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미국에선 1960년 3월 4일 방송한 <환상특급> 22번째 에피소드(The Monsters Are Due on Maple Street)와 1961년 5월 26일 방송한 <환상특급> 64번째 에피소드(Will the Real Martian Please Stand Up?)를 섞었단 평가를 받았다. 영화 <분노의 13번가>(1976), <싸인>(2002), <악령의 심판>(2014)에서 공간과 서사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인다.
▲ <트와일라잇 존: 환상특급>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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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귀재로 정평이 자자하던 래프 행크스(존 조 분)는 완전히 틀린 여론조사와 그로 인한 대통령 선거 참패로 명성에 금이 가버린다. 그 충격으로 술독에 빠져 지내던 그는 TV를 보던 중에 11살 소년 올리버 폴리(제이콥 트렘블레이 분)의 대선 출마 선언 소식을 접한다. 선거사무장을 화려한 복귀를 꿈꾸던 래프는 올리버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귀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은유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올리버는 "전쟁도 지겹고 환경 얘기도 지겹고 다들 거짓말만 하는 것도 지겹다"며 기존의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이미지 마케팅을 극대화한다. 국민들은 정책 역량보단 죽어가는 개를 불쌍히 여기는 올리버에게 현혹되어 표를 던진다. 모든 전개 과정이 트럼프와 판박이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자가 권력을 쥐었을 때 사회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백악관에 입성한 올리버는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리며 국가를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그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반역자로 몰아버린다. 트럼프처럼 말이다. 10월 30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 19 확진자는 900만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수도 22만 명에 달한다. 국민이 나쁜 선택을 하여 국가가 잘못된 길을 들어선 결과는 실로 참담하다. 미국의 꿈은 사라졌다. 미국의 악몽만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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