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키우는 애완 식물 혹은 반려 식물 feat. 인스타 속 핫한 토분들 #디디딛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키우는 식물의 수식어가 ‘관상’에서 ‘반려’로 바뀌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관상식물은 ‘보면서 즐기기 위하여 심고 가꾸는 나무나 풀’인데, 반려 식물이 되었다는 것은 정서적인 친밀감이 더해졌다는 뜻이죠.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인터렉션이 가능한 존재.
개인적으로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씨앗에 대한 호기심이 컸습니다. 수박이나 포도를 먹다 뱉어낸 씨부터 엄마의 부엌에서 몰래 가져온 각종 콩, 어디에선가 가져온 몇 알의 볍씨까지, 집 앞 마당에 커다란 대야를 두고 이 씨앗, 저 씨앗 심어가며 키웠지요. 지금도 집 한구석에는 씨앗부터 키운 레몬 나무 3그루가 자라고 있고, 키가 너무 자라 베란다가 있는 친정 엄마 댁으로 입양 보낸 아보카도 나무 2그루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벌레에 질색팔색하는 저인데, 왜 굳이 식물 키우기를 포기하지 않는 걸까. 그 이유 역시 관상이 아닌 반려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트레스가 많은 날 유독 산책이 고파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죠.
지난 10월 10일은 ‘세계 정신 건강의 날’이었어요. 어느 의약품 회사가 ‘세계 정신 건강의 날’을 기념하며 ‘책상 위 작은 약국’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사내 캠페인인데 직원들에게 씨앗과 함께 재배 키트를 선물하고, 성장 과정을 사진에 담도록 한다는 거예요. 이름하여 ‘My Little Pharma-Seed’! 소박하면서도 정스러운 타이틀의 이벤트죠. (더 보기)
실제로 식물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원예치료’라는 것이 있습니다. 18세기에 미국의 정신과 의사가 밭에서 일하던 정신질환 환자의 병세가 나아지는 것을 보고 연구하면서 시작된 치료법이에요.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식물을 키우면서 눈으로 코로 손으로 식물을 느끼는 것이 사람의 감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극해 준다는 거예요. 전에 기사로도 썼지만 머릿속을 채운 잡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오감에 집중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더 보기)
도시의 일상에 치인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죠. “다 때려치우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나 짓고 싶다!” 그런데 그 말 또한 일리가 있는 말이었어요. 농촌진흥청의 발표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가 텃밭을 꾸미고 씨앗을 심고 꽃과 채소를 가꾸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더니 신체적, 정서적 수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겁니다.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허리둘레도 줄어들고(각종 만성질환의 지표!),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도 줄었대요. (더 보기)
SNS를 통해 식물성 삶을 권장하는 '플랜트-플루언서(Plant-fluencer)'들의 일상에서 식물을 어떻게 공간에 들였는지 살펴보았어요. 내 공간에 어울리는 반려 식물이 무엇일지 힌트를 얻어 보세요.
식물을 골랐다면 이제 어울리는 화분을 고를 차례. 신제품이 올라올 때마다 치열한 1분 컷을 기록하는 두갸르송, 세련된 컬러 베리에이션의 카네즈센, 동그스름 곡선이 사랑스러운 스프라우트는 국내 핸드메이드 토분 3대장이죠.
손맛은 좀 덜하지만 검증된 디자이너들의 화분도 있습니다. 알바 알토의 아내 아이노 알토가 디자인한 아르텍의 리이히티에 화분과 출시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이딸라의 화분 나뿔라 시리즈, 앤트레디션과 세락스 등의 브랜드 화분을 들이는 것도 디자이너 브랜드 엔트리 아이템으로 훌륭하지요. 기존에 있는 화분에 옷을 입힌다는 콘셉트의 브랜드 플랫츠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식물, 이쯤 되면 키우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예요. 특히 심미적인 화분까지 더하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훌륭해요. 하지만 역시 추천하는 건 관상용이 아닌 반려 식물로써 식물을 만나는 것이랍니다. 헤르만 헤세는 나무를 친구라 했지요. 개나 고양이를 키울 때처럼 식물에 이름도 붙여주고 대화도 나눠보는 거예요. 개냥이 집사가 밥과 간식 챙겨주는 걸 잊지 않듯, 물도 제때 주고 잎사귀도 만져주고. 식물은, 자연은 오늘도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